[현장] 대한항공, 2주 만에 또…승무원들 연이은 지각 논란

이에 대해 대한항공 측은 "인력 문제와 전혀 무관하다"고 선을 그었다.
◇ 하노이편, 교통사고로 46분 지연
2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베트남 하노이발 인천행 KE442편이 승무원 지각으로 약 1시간 지연 출발했다.
당일 승무원들을 태운 차량이 하노이 공항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12시 46분으로, 예정 출발시각보다 46분 늦었다. 이로 인해 270여 명의 승객을 태운 항공기의 한국 도착 시간도 30분 가까이 늦어졌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알파경제에 "당일 국경절 행사로 인한 정체를 피하기 위해 평소보다 일찍 출발하고 우회로를 택했으나, 그 우회로에서 예상치 못한 교통사고가 발생해 발이 묶이면서 승무원들의 공항 도착이 늦어졌다"고 설명했다.
또한 "추가 정체로 지연이 예상되자, 즉시 1시간 지연 운항을 결정하고 승객들에게 사유를 담은 문자 메시지를 발송했다"며 "탑승구에서도 지연 안내 방송과 함께 양해를 구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유사한 사고가 불과 2주 전에도 발생했다는 점이다.
앞서 지난달 16일 필리핀 세부발 인천행 KE616편이 현지시간 오전 1시 출발 예정이었으나 오전 2시 30분이 지나서야 이륙했다.
이에 따라 200여 명의 승객들이 90분 넘게 대기해야 했다.
당시 항공기는 이미 탑승교에 연결된 상태였지만 승무원들이 나타나지 않았다.
대한항공은 초기에 "연결 항공편 도착 지연"이라고 안내했으나, 한 승객이 게이트 직원에게 문의하자 "승무원들이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고 전해졌다.
승무원들은 오전 2시가 넘어서야 게이트에 나타났고, 항공기는 2시 30분이 지나서야 이륙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당일 세부 지역의 악기상으로 항공기 연결편 도착이 늦어졌고, 현지 폭우로 인한 교통 통제로 승무원들의 공항 도착마저 늦어졌다"고 밝혔다.
초기 안내가 미흡했다는 승객들의 비판에 대해서는 "세부공항의 운영상 제약으로 항공사 개별 방송이 불가했던 탓에 충분한 안내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해명하며 "향후 유사 상황 발생 시 신속하고 자세한 안내가 이뤄지도록 개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해명에도 일부 누리꾼들은 "같은 날씨 조건에서 승객들은 어떻게 제시간에 공항에 도착했느냐"며 비판했다.
항공업계는 "우연의 일치로 보기엔 패턴이 너무 명확하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항공사는 주요 취항지의 교통 여건과 기상 변수를 고려한 비상 계획을 갖춰야 한다. 업계는 한 번은 예상치 못한 변수일 수 있지만, 단기간 내 반복은 시스템 차원의 문제를 시사한다고 지적했다.
연이은 승무원 지각 사태의 배경에는 아시아나항공 합병 이후 급속히 악화된 인력 수급 불균형이 있다는 분석이다.
대한항공이 지난해 말 아시아나항공을 완전 인수했지만, 늘어난 업무량에 비해 인력 충원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지난 18일 객실승무원 대상 ’휴무일 비행근무 희망 신청 제도’를 도입했다.
회사 내부에서는 "’휴무일 비행근무 희망 신청 제도’를 두고 인력 부족을 기존 직원들로 메우려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인력난 의혹은 사실무근"이라며 "해당 제도는 객실 승무원의 자발적인 요청에 따라 마련된 선택적인 제도이며, 강제성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휴무일 근무를 신청하더라도 반드시 대체 휴무일을 보장하여 연간 총 휴무일수는 줄어들지 않는다"며 "신청 후 언제든 자유롭게 취소할 수 있고 불이익 또한 전혀 없다"고 덧붙였다.
회사 측은 "비행 배정은 항공법과 단체협약 등을 철저히 준수하며, 승무원 피로도와 안전 관련 데이터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전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조건에 따라 2019년 대비 90% 운항 편수를 유지해야 하는 대한항공으로서는 신규 채용보다 기존 인력 활용도 극대화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이런 ’최대 효율’ 추구가 예기치 못한 변수 발생 시 시스템 전체를 마비시킬 수 있는 취약성을 키우고 있다는 게 업계의 우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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