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물 방치’ 주상복합… 알고보니 ‘전세사기 건축왕’ 건물
“그 악명높은 ‘건축왕’이 지은 건물인데 구속 되고 나서도 동네를 망치네요.”
2일 오후 12시께 인천 미추홀구 주안동 623번지 일대의 주상복합건물 외벽 한가운데 ‘유치권 행사 중’이라는 현수막과 락커로 쓴 붉은 글씨가 눈에 띈다.
건물을 둘러싼 3~4m 높이 펜스 곳곳에도 ‘출입 금지’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일부는 찢어진 채 펄럭이며 어두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건물 뒷편 자그마한 공원에도 차단선을 쳐 놓아 이용할 수 없었다. 한때 주민들은 주택가의 휴식공간을 기대했지만 지금은 잡초만 무성할 뿐이다.
주민 A씨는 “주상복합건물이 들어선다고 해서 동네에 활기가 돌까 기대했는데, 1년이 넘도록 방치하고 있으니 없느니만 못한 상태가 돼버렸다”며 “이전에도 유치권 충돌이 있었는데, 다시 큰 싸움이 일어나진 않을까 걱정”이라며 불안해 했다.
인천 미추홀구에 이른바 ‘전세사기 건축왕’이 지은 주상복합건물이 공사 업체와 대주단 갈등에 1년 반 가까이 방치되고 있다. 주민들은 기약 없는 방치에 슬럼화까지 우려하고 있다.
이날 공사업체에 따르면 지난 2019년 지하 2층~지상 20층, 195가구 규모로 주상복합건물을 짓기 시작했다. 그러나 건축왕 남모씨(63)가 지난 2022년 공사업체에 공사 대금을 주지 않으면서 공사가 멈춰 섰으며 남씨는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고 있다.
2022년 입주 예정이던 100여명의 피해자들은 입주는 커녕 1인당 3천400만~3천800만원에 이르는 전세계약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
이철호 피해자 대표는 “2년이 지난 지금은 돌려받을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거의 놓아버렸다”고 말했다.
이후 신탁사, 대주단, 공사업체 등이 공사를 재개해 지난 2024년 4월 준공했으나 대금 지급 과정에서 공사 업체와 대주단 간 갈등이 생겼다. 이 때문에 공사 업체가 같은 해 6월부터 유치권을 행사하면서 착공 후 6년째 입주도 못한 채 방치 중이다.
이 때문에 주민들은 건물 옆 소공원도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공사업체가 만든 소공원 등 공개공지도 유치권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더욱이 공사업체와 대주단 간 갈등의 장기화 우려도 크다. 공사업체의 유치권부확인소송에 대한 법원 판결이 오는 10월 나올 예정이지만 공사업체는 패소하더라도 항소하며 점유를 이어갈 방침이기 때문이다.
공사업체 관계자는 “찢어진 현수막을 교체하는 등 주변환경 정비에는 신경 쓰겠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락재 미추홀구의원(더불어민주당·나선거구)은 “상황이 장기화 할수록 건물가치 하락 및 슬럼화로 이해당사자나 인근 주민 모두 피해를 본다”며 “당사자 간 문제지만 구와 협의해 상황을 풀어나갈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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