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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값이 미쳤어요"…국제시세보다 10% 비싸게 거래되는 이유 [진영기의 찐개미 찐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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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10.11 19:42

금(金) 상장지수펀드(ETF)에 개인의 투자금이 몰리고 있다. 금이 연일 최고가를 경신한 덕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투자 전 국내 가격이 국제 시세보다 높게 형성된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에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한다. 김치 프리미엄 때문에 국제 시세와 관계없이 국내 금값이 널뛰고 있기 때문이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ACE KRX 금 현물 ETF와 TIGER KRX금현물 ETF는 최근 1개월(9월10일~10월10일) 간 각각 19.45%, 20.29% 올랐다. 이 ETF는 모두 KRX 금 현물 지수를 추종한다. 높은 수익률 덕에 1개월간 3384억원, 2392억원이 유입됐다. 금 가격 상승에 베팅한 투자자가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두 상품의 수익률은 금 국제 시세를 좇는 ETF보다 높았다. 국내 금 가격에 거품이 낀 탓이다. 전날 KRX 금시장에서 g당 금 가격은 전장 대비 6.64% 오른 19만9730원에 거래를 마쳤다. 원화로 환산한 국제 금 가격은 g당 18만1450원으로 괴리율은 10.07%에 달했다. 한국에서 금을 사려면 웃돈을 줘야 하는 상황이다.

김치 프리미엄이 커질수록 국내 금 현물 상품 투자자들은 수익을 낼 수 있다. 다만 국내 금 가격이 국제 금 가격에 수렴하는 과정에서 거품이 꺼지면 순식간에 손실이 불어날 가능성도 있다. 이달 1일 KRX 금시장에서 금값이 장중 11.3% 급락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 여파로 KRX 금 현물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에 정적변동성완화장치(VI)가 발동됐다. 정적VI는 주가가 직전 단일가 대비 10% 넘게 등락할 경우 발동된다. 변동성이 작은 금의 성격을 고려하면 10% 이상의 변동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월에도 '김치 프리미엄'은 20%에 육박했다. 당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관세 부과를 예고해 안전 자산인 금 투자 수요가 폭증했다. 다만 불확실성이 해소되며 괴리율은 빠르게 줄어들었고, 한 달 사이 ACE KRX금현물 ETF는 15% 이상 급락했다.

금 투자 수요는 폭증했지만, 공급량이 이를 따라가지 못해 김치 프리미엄이 발생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KRX 금시장의 하루 평균 거래량은 올해 1월 195㎏에서 9월 801㎏으로 급증했다. 10월 들어 일평균 거래량은 1000kg를 돌파했다. 지난 2일에는 1522kg가 하루에 거래됐다. 금 현물 ETF를 통해 유입된 자금도 금 현물 매수에 활용된다.

공급량은 단숨에 늘어날 수 없는 구조다. KRX 금시장에 지정된 금지금(金地金)공급사업자가 금을 공급한다. 다만 입고 과정에서 한국조폐공사의 품질 인증과 한국예탁결제원의 보관 절차를 거쳐야 해 물량 확보에 시간이 필요하다. 수입한 금도 관련 절차를 거쳐야 KRX 금시장에서 거래될 수 있다. 거래소는 투자자 수요에 발맞춰 공급을 늘리고 있다고 밝혔다.

선물 시장이 활성화하지 않은 점도 문제로 꼽힌다. KRX금시장의 선물 거래가 해외 거래소만큼 활성화되지 못해 괴리율 조정이 어려웠다는 분석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FICC리서치부장은 "시장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국제·국내 금가격 괴리율은 1% 내외여야 한다"며 "현·선물 차익거래가 어려워 김치 프리미엄이 쌓이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이어 "거래소 차원에서 일부 차익 거래자들에 인센티브를 주는 등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며 "국제 금값이 안정적으로 올라간다고 하더라도 국내에는 '김치 프리미엄'이 쌓여있기 때문에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도 "김치 프리미엄이 10%를 웃돌면 유동성공급자(LP)도 적정 가격을 판단하기 어려워 선뜻 나서기 어려운 상황이 된다"며 "결국 투자자끼리 주고받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한국거래소는 9월과 10월 두 차례에 걸쳐 투자자 유의 안내를 발표했다. 거래소 관계자는 "2014년 시장 개설 후 KRX금시장 가격은 국제 금 시세에 수렴했다"며 "최근 국제가격과 괴리는 실물 금지금을 기초로 거래하는 KRX금시장의 특성상 투자수요가 일시적으로 실물 금지금의 공급량보다 많아 발생하는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