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월세계약…100년 이어진 '전세제도' 위기[부동산 투자의 뉴노멀
최근 한국 주택 시장에서 '전세' 제도가 전례 없는 위기를 맞으며, 월세 중심으로의 급격한 전환이 이뤄지고 있다. 과거에도 부동산 시장의 부침에 따라 '전세 종말론'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2022년 이후 발생한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과 정부의 고강도 대출 규제가 맞물리면서 이번에는 그 무게감이 남다르다는 분석이다.
100년 넘은 '전세', 균열이 가기 시작한 이유
조선 후기부터 이어져 온 것으로 추정되는 전세 제도는 급격한 도시화 속에서 서민들의 주거 안정과 집주인들의 부동산 투자 자금 마련이라는 양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100년 이상 유지돼 왔다. 전세 보증금이라는 목돈을 활용해 매매 시장에 진입하는 '중간 사다리'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서면서 이 견고한 관계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특히 2022년 하반기에 터진 '빌라왕' 사태 등 전세 사기 사건은 비아파트 시장에 대한 신뢰를 송두리째 흔들었다. 보증금 반환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서 세입자들 사이에서는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뚜렷해졌다.
월세화 가속 : 비아파트에 이어 아파트까지
부동산 시장의 월세화는 비아파트 시장에서 이미 보편적인 현상이 됐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수도권 비아파트의 임대차 거래 중 월세 거래 비중은 최근 70%를 넘어섰다. 이는 열 건 중 일곱 건이 월세 거래인 셈으로, 사실상 '월세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대적으로 전세 사기로부터 안전하다는 인식이 강했던 아파트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아파트의 임대차 거래 중 월세 비중은 2021년 37.2%에서 올해 7월 기준 44.9%로 4년 만에 7.7%포인트나 높아졌다.
정부 정책이 주도하는 '월세 시대'
이러한 월세화는 단순히 시장의 흐름만이 아닌, 정부 정책에 의해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정부는 가계 부채 관리를 위해 고강도 전세 대출 규제를 시행했다. 갭투자에 활용되던 '소유권 이전 조건부 전세 대출'이 금지되고, 전세퇴거대출 한도가 1억원으로 제한됐다.
또 전세 사기 여파로 전세 보증금을 보증하는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한국주택금융공사(HF)는 보증 기준을 대폭 강화했다. 이와 함께 정부가 발표한 주택공급 확대방안에는 전세자금대출에 대한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도입 검토 등 향후 전세 관련 대출을 더욱 조일 수 있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가 단순히 시장 트렌드를 넘어 주거 문화 자체를 바꾸는 구조적 변화가 될 것이라고 진단한다. 전세의 월세화는 실수요자에게는 새로운 주거 전략을 요구하고, 투자자에게는 새로운 투자 환경을 제공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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