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친 돈 숨기자" 비트코인 6만1000개 샀는데…무려 '10조원' 됐다
다단계식 금융사기로 편취한 돈을 비트코인 6만1000개로 바꿔 해외로 빼돌린 중국 사기꾼이 영국 법정에서 혐의를 인정했다. 중형 선고가 기정사실이지만 약 10조원 규모의 6만1000개 비트코인을 어떻게 처리할지 문제가 남는다. 피해자 소유가 입증된 자산을 우선 반환한 뒤 중국과 영국의 자산 분할 여부가 검토될 전망이다.
1일 중국 경제매체 차이신에 따르면 중국 톈진에서 발생한 초대형 금융사기 사건의 주범인 첸즈민(47세)이 지난달 29일 영국 런던 법정에 출석해 비트코인 자금세탁과 관련된 혐의를 인정했다. 그는 이날 무죄 주장을 번복하고 '범죄수익 재산 보유' 혐의 1건과 '범죄수익 재산 이전' 혐의 1건을 인정했다.
해당 사건은 첸즈민이 2014년 톈진에서 설립한 '블루스카이 그레이트'가 2017년 파산하며 수면 위로 드러났다. 블루스카이 그레이트는 무위험, 고수익 금융상품 10종을 출시하고 설명회를 열어 다단계식으로 하부 회원을 모집했다. 지역 친목 모임을 파고들어 주로 노인을 대상으로 사기행각을 벌였다.
블루스카이 그레이트는 최소 연 100%, 최대 300% 수익을 약속했다. 예를 들어 10만 위안을 투자해 30개월 계약을 맺으면 계약 체결 3일째부터 매일 200위안을 은행 계좌로 지급받고 6개월 뒤에는 이자가 하루 400위안으로 두 배가 되는 구조였다. 13개월이면 원금을 회수할 수 있고 30개월 후에는 수익이 40만 위안에 육박한다는 식이었다. 블루스카이 그레이트는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 열풍에도 편승해 사기 규모를 키웠다. 2년간 수익 2만4000위안을 보장하고, 만기 시 3만6000위안 상당의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자산 패키지를 추가로 증정하는 상품이 인기를 끌었다.
결국 블루스카이 그레이트는 2017년 파산했고, 첸즈민은 사기를 통해 편취한 자금을 비트코인으로 바꿔 해외로 빼돌린 뒤 위조 여권을 이용해 영국으로 도주했다. 첸즈민은 영국에서 중국계 영국인 원젠을 조수로 고용하고 비트코인을 현금화해 사치스러운 생활을 즐겼다. 그러다가 런던 부동산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자금세탁 심사를 받게되며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2021년 원젠이 먼저 체포됐고 첸즈민은 지난해 4월 체포됐다.
경찰은 두 사람의 거처에서 압수한 노트북과 태블릿, USB 등을 통해 6만1000개의 비트코인을 해독한 뒤 동결했다. 현재 비트코인 시세 기준 한화 10조원에 육박하는 규모로 전 세계 사법기관이 압수한 암호화폐 가운데 최대급이었다.
첸즈민의 범죄 혐의 인정으로 사건은 사실상 결론 단계에 접어들었다. 영국에서 자금세탁 범죄는 최고 14년 징역형과 무제한 벌금형이 가능하다. 런던 경찰청은 "세계 최대 규모의 단일 암호화폐 세탁 사건으로 추정된다"며 "중국 공안과의 전례 없는 공조 덕분에 첸즈민이 영국에서 세탁하려던 암호화폐의 범죄적 출처를 입증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선고 후 첸즈민은 영국에서 복역하게 된다. 영국과 중국 사이에는 범죄인 인도조약이 없기 때문에 형기 종료 후 중국 송환 여부는 영국 내무부가 인권법·이민법 등을 근거로 판단하게 된다. 첸즈민이 난민 신청을 통해 버틸 가능성도 있다. 첸즈민에 대한 형 선고 후에도 6만1000개 비트코인의 향방을 정하는 문제가 남게 된다. 자산 추징 민사절차는 영국 고등법원에서 계속된다. 고등법원은 피해자 소유임이 입증된 자산을 우선 반환하고 남는 자산은 국고로 귀속한다. 차이신은 중국과의 자산 분할 여부도 검토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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