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벽 우수수 떨어져도…"이불로 외풍 막아" 서러운 전세사기 세입자들
지난해 7월 인천 미추홀구의 한 아파트 외벽이 우르르 떨어져 나갔다. 폭우에 강풍이 몰아치면서다. 벽에 있던 자재가 도시가스 배관을 치면서 가스 공급까지 중단됐다.
해당 아파트는 전세사기를 일으킨 건축왕 남모씨 일당의 소유한 곳 중 하나다. 전체 피해 세대는 약 70가구다. 세입자 A씨도 가족들과 6년 전 이사를 왔다가 바지 임대인에게 9300만원 가량 보증금을 잃었다.
1년이 훌쩍 지난 7일. 가스 배관은 고쳤지만 외벽은 여전히 떨어진 모습이었다. 지난해 겨울에는 외벽쪽 안방에 결로도 생겼다. 주민들은 외풍을 막기 위해 벽에 두꺼운 이불을 매달기도 했다. 바람이 세게 불면 또 다시 외벽이 떨어져 사고가 나지 않을까 걱정이다.
아파트는 70세대 중 약 5~6가구를 제외하고 경매가 완료된 상태다. 절반은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낙찰됐고 나머지는 일반 낙찰자들에게 넘겨졌다. 경매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소유주가 명확히 구분되지 않아 무작정 세입자들끼리 돈을 내서 자체 수리를 하기 어려웠다.
A씨는 "어떤 분들은 먼저 고치고 나서 나중에 들어오는 사람한테 (수리비를) 청구하자는데 누가 돈을 내겠느냐"며 "지금까지는 사고가 없었으니까 이렇게 1년 동안 유야무야 지나갔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개정된 전세사기피해자법 제28조2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는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안전관리 및 감독, 관리 현황 및 조치, 공공위탁관리 및 비용지원 등을 조례로 정할 수 있다.
'피해주택 안전관리 및 감독' 조항에는 임대인이 소재 불명 또는 연락 두절일 경우 지자체장은 관리 현황, 피해조사, 그에 따른 조치를 할 수 있다고 적혀있다.
국회 교통안전위원회 소속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지자체별로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피해주택 안전관리 및 감독'에 대한 내용을 반영하지 않은 지자체는 전체 17곳 중 12곳이었다.
△인천 △대구 △대전 △울산 △세종 △강원 △충북 △전북 △경북 △경남 △광주 △제주 등이 대표적이다. 세종은 내년에 관련 조례를 개정할 예정이다.
이와 관련, 구청 관계자는 "지방으로 갈수록 (피해) 건수가 많지 않아서 (조례를) 개정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다른 지자체들은 실제 어떻게 진행하는지 검토 중이었다"고 했다. 또 다른 구청 관계자는 "민간 주택은 지자체에서 건드리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피해자들도 대한민국의 전세 제도를 믿고 계약을 맺은 것인데 그것을 예방하지 못한 정부나 지자체의 잘못도 분명히 있다고 본다"며 "피해가 발생한 것에 대해서는 지자체나 정부도 책임을 맡아줘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