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캄보디아 범죄수익 수천억, ‘코인 세탁’해준 韓조직 적발
캄보디아에서 온라인 사기로 벌어들인 범죄수익을 대신 세탁해 준 ‘전문 돈세탁 조직’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중국 자본을 등에 업은 사기 조직이 한국인들로부터 돈을 뜯어내면 한국 조직폭력배가 운영하는 세탁 조직이 이를 가상화폐로 바꿔주는 ‘국제범죄 생태계’가 드러난 것이다.
울산경찰청은 범죄단체조직과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등 혐의로 최모 씨(25·구속) 등 38명을 입건하고, 이 중 24명을 검거했다고 14일 밝혔다. 전남 지역 폭력조직 ‘백학파’ 소속인 최 씨는 지난해 여름부터 최근까지 캄보디아 전역에 퍼진 범죄조직의 자금을 세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이 세탁한 금액은 수천억 원대로 추정된다. 국내 보이스피싱이나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 피해자가 송금한 돈을 가상화폐로 바꿔 약 10%의 수수료를 챙긴 뒤 캄보디아 현지 조직에 송금하는 방식이었다.
주목할 점은 최 씨 조직의 주요 고객 대다수가 중국계 자본의 투자를 받아 운영됐다는 것이다. 딥페이크 기술을 이용해 가상의 부유한 여성 행세를 하며 한국 피해자 100여 명으로부터 120억 원을 받아 챙긴 김모 씨(34)와 강모 씨(31) 조직도 숙소와 사무실, 장비 등을 중국인으로부터 제공받은 뒤 수익의 10∼20%를 ‘상납’했다. 경찰은 김 씨와 강 씨 조직 45명도 입건한 상태다.
문제는 어렵사리 캄보디아 내 범죄조직을 검거해도 송환과 처벌이 지연되거나 무산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강 씨는 올해 2월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가 7000만 원을 건네고 풀려난 뒤 재검거됐지만, 최근 다시 석방됐다는 첩보가 돌고 있다. 경찰은 현지 공조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다. 도주한 김 씨에 대해서는 국제형사기구(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리고 추적하고 있다. 정부는 주캄보디아 대사관 내 ‘코리안 데스크’ 설치를 검토 중이나 아직 현지 당국의 공식 답변은 없는 상태다.
캄보디아 정부도 뒤늦게 단속에 나섰다. 훈 마네트 총리가 7월 ‘온라인 사기 소탕 작전’을 승인한 이후 프놈펜 등지에서 중국인 57명을 포함해 80명이 체포됐다. 하지만 한국인 조직원 상당수는 여전히 은신 중이다.
일각에선 캄보디아 취업과 사기를 구별하지 못하고 해외로 향하는 청년층의 ‘쉬운 돈’ 심리가 이런 범죄 구조를 키운다고 지적한다. 재캄보디아한인회는 이날 성명을 내 “현지에서 구금되거나 온라인 사기 조직에 연루된 한국인을 단순한 피해자로만 볼 것이 아니라, 국제범죄망을 해체할 핵심 단서로 활용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