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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용성 금통위원 “韓 생산성 美 절반…인력 배치의 문제” [ER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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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용성 한은 금융통화위원이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출처=한국은행

장용성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은 19일 한국 경제의 생산성이 낮은 이유에 대해 “인재 풀(pool)은 미국보다 못하지 않지만, 인재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한국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장 위원은 이날 서울 중구 한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한국의 생산성이 미국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발표했다.

지난해 9월 신성환 금통위원이 ‘향후 통화정책 관련 주요 현안’을 주제로 간담회를 연 이후 두 번째 금통위원 간담회다. 장 위원과의 간담회는 작년 12월 개최될 예정이었나 비상계엄 사태로 미뤄져 이달 열리게 됐다.

간담회를 시작하며 장 위원은 “금통위원이 소통을 너무 안 한다는 지적이 있어 간담회 자리를 마련했다”며 “지난해 신성환 금통위원이 첫발을 잘 떼 주셨다”라고 말했다.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장용성 한은 금융통화위원이 발언하고 있다.사진=강예슬 기자

“중국‧인도, 생산 설비 재배치로 GDP 2배 효과”

장 위원에 따르면 지난 2023년 기준 미국의 1인당 노동생산성과 시간당 생산성이 100일 때 한국은 각각 59와 56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노동생산성이 미국의 절반 수준인 셈이다.

장 위원은 미국과 한국의 생산성이 크게 차이 나는 이유로 ‘자원 배분의 효율성’ 문제를 꼽았다. 그는 “같은 인재 풀을 가지고 배치를 잘못하고 있다는 게 제 생각”이라면서 “미국의 인재 풀이 한국보다 뛰어난 게 아니라 우수한 사람의 생산성을 높이는 인력 배치의 문제”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경우 재능과 성과에 따라 승진과 인력 배치가 이뤄져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지만, 한국은 연공서열, 학연, 지연, 혈연, 순환보직제 등 비효율적인 자원 배분으로 인해 생산성이 낮다는 게 장 위원의 설명이다.

그는 비효율적 자원 배분에 관한 연구 사례를 통해 “중국과 인도에서 생산 설비(자본과 노동)의 비효율적 배분으로 발생한 손실은 각각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50%, 60% 수준”이라며 “현재 갖춘 생산 설비를 재배치만 해도 GDP가 지금의 두 배가량 늘 것”이라고 했다.

장 위원은 “고용시장 유연화는 경기 확장기에 생산과 고용을 5% 정도 증가시킨다”면서 “한국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동시장을 유연하게 만들어 자원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노동시장 유연화는 오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며 “정년 연장은 임금 체계 개편 등 고용 제도의 유연화가 동반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과도한 고용 보호는 오히려 청년의 일자리 창출을 막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라면서 한국 공개채용 제도의 문제점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장 위원은 “고용 시장이 경직되다 보니 첫 직장이 매우 중요해지면서 청년의 취업 준비 기간도 길어졌다”라며 “기업에서도 직원의 고용을 보장해야 하므로 채용에 더 신중해져 고용이 오히려 줄어드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9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장용성 한은 금융통화위원이 ‘한국의 생산성이 미국의 절반밖에 되지 않는 이유’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출처=한국은행

2회 연속 동결 소수의견…“당시로선 최선”

장 위원에 따르면 수학 능력이 뛰어난 우리나라의 인재가 조기유학을 가는 이유는 교육 선택의 기회가 적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의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교육 수요도 다양해졌으나 교육 정책이 소득 재분배 정책의 하나로 사용되면서 시장이 왜곡됐다”라면서 “다양한 교육 기회를 얻기 위해 해외로 떠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장 위원은 “우리나라는 좋은 대학을 보내는 데는 돈을 아끼지 않지만 정작 대학에 대한 투자에는 굉장히 인색하다”며 “우리나라 대학 등록금은 지난 2009년 이후 10년 넘게 동결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대학교수 초봉이 16만달러(약 2억3000만원)”라면서 “대학 등록금을 동결하면 인건비 예산도 줄어 우수한 교수를 채용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장 위원은 “한국 경제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능력 있는 사람이 중요한 일을 하고, 공정한 기준으로 승진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며 “정부가 거창한 구호를 내세우기보다 인재를 제대로 활용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전했다.

내림세를 보이는 한국의 잠재성장률과 관련해서는 “슬프지만 구조적인 문제기 때문에 한은이 할 수 있는 일은 많지 않은 것 같다”며 “한은이 계속 구조개혁 보고서를 내는 이유”라고 했다.

작년 10월과 11월 기준금리 동결 소수의견을 냈던 장 위원은 실기론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이미 이창용 총재가 답을 잘했고 저 역시 같은 생각”이라면서 “당시 판단으로는 그게 최선이었다”고 답했다.

그는 “한은이 기준금리 인하 기조로 들어섰지만 인하 속도는 물가 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선에서 조절할 예정”이라면서 “집값, 가계부채, 환율 등 여러 요소를 신중하게 고려하겠다”라고 밝혔다.

정부와 서울시가 이날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확대한 것을 두고는 “이번 조치로 가계부채 증가세가 완화한다면 저희(통화 정책 당국) 입장에서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장 위원은 “금융안정 측면에서 가계부채가 너무 늘어나는 일, 강남 3구의 주택 거래 증가세 등을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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