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강요하고 장기 적출 협박”...진화하는 中 ‘보이스 피싱’ 조직의 실태
최근 미얀마에 거점을 두고 갖가지 범죄를 저지른 중국인 보이스 피싱 조직 주범들이 중국으로 송환됐습니다. 이들에게는 사기, 불법도박 개설, 공갈, 살인, 상해, 납치, 마약 밀매 등의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특히 이들은 고수익 알바를 알선한다거나 배달 심부름 등을 빌미로 국적을 가리지 않고 사람들을 미얀마로 납치해 범죄에 가담토록 강요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감금과 구타, 물과 음식을 제공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었고 손톱을 뽑히거나 손가락을 잘린 사례도 부지기수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여성들의 경우 강제 성매매에 동원됐습니다. 사망한 중국인만 최소 6명으로 확인됐습니다.
이 조직이 저지른 보이스피싱 등 사기 사건은 건수만 3만1000건이 넘고, 범죄수익 금액은 106억위안(약 2조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확산하는 中보이스피싱 거점....중국→필리핀→캄보디아→미얀마-태국 국경지대로
이들 조직의 표적은 국적을 가리지 않습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피해자뿐 아니라 가해자도 중국인이 가장 많지만, 다른 아시아나 아프리카, 유럽 국가 출신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NHK에 따르면 지난 3월 태국 당국은 미얀마 동부에 있는 보이스 피싱 조직 거점에서 일본인 남성을 태국으로 이송했습니다. 이곳에서 탈출한 독일인은 현지 매체에 “오전 중 건수를 올리지 못하면 점심은 없다. 구타당하는 것은 부지기수고 하루 17시간씩 일했다. 가고 싶다고 하면 팔아버리거나 죽이겠다고 협박했다”고 증언했습니다.
미얀마-태국 국경 여러 지역에서 납치되는 피해자 수가 수만 명애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등 중국 보이스 피싱 조직 문제는 글로벌 이슈로 비화한 상황입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태국 정부가 단속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하나, 여전히 5만~10만 명이 감금돼 있는 상태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특히 이들 범죄집단의 거점은 점차 진앙지가 중국에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하거나 확산되는 모습이 관측되고 있습니다.
중국 최고인민법원이 지난 2월 발표한 ‘인터넷 사기 및 관련 범죄 전형 사례’에 따르면 2013년 시진핑 정권 출범 이후 중국내 단속이 강화되자, 범죄조직들이 필리핀으로 옮겨가는 모습이 포착됐습니다.
불법 온라인 카지노와 보이스 피싱을 일삼던 이들 조직은 2016년 로드리고 두테르테 대통령이 범죄 척결을 내세우면서 단속하자, 다시 캄보디아로 옮겨갔습니다. 캄보디아의 ‘친중 성향’을 틈타 이들 범죄 조직은 남부 시아누크빌에 대규모 거점을 구축했습니다.
‘캄보디아의 중국’으로 불릴 정도였던 이 도시는 거리의 간판부터 언어까지 모두 중국어로 가득해 마치 중국의 식민지 같은느낌이 드는 곳입니다.
하지만 시아누크빌도‘범죄의 소굴’ 처럼 변질되자 캄보디아 정부도 점차 단속에 나섰고, 특히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중국인들이 일제 귀국하게 됐습니다.
그러던중 2021년 초 미얀마에서 쿠데타가 발생했습니다. 이 혼란을 틈타 범죄집단의 둥지가 다시 미얀마쪽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던 것입니다.
당장 자금이 필요했던 미얀마 군부와 거점을 확보하고 싶었던 중국인 범죄 조직 사이에 모종의 거래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옵니다.
이기동 한국금융범죄예방연구센터 소장은 매일경제에 “보이스 피싱도 결국 돈을 벌기 위한 것이기에 물가가 싸고 수사기관 매수가 상대적으로 쉬운 국가로 향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 2월 일본 공영방송 NHK는 “태국과 미얀마 동부 국경 지역에서 4년 전 쿠데타 이후 소수민족 무장세력의 지배 지역이 확대되고 있으며, 그 틈을 타 중국인 등의 범죄 조직이 사기 거점을 잇달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습니다.
이곳에서 납치된 이들에 대한 폭력은 상상을 초월합니다. 한 방글라데시 출신 남성은 지난해 10월, 악명“이곳의 규칙은 매우 엄격해서 한주에 5천달러의 할당량이 있었다. 못 채우면 전기충격기나 대나무 몽둥이로 고문당했다”고 증언했습니다.
중국 인민일보 자매지 환구시보에 따르면 미얀마에서 구조된 한 중국인 의사도 탈출하려다 실패하자 온몸이 다 멍이 들만큼 몽둥이로 맞았다고 말했습니다.
미얀마로 끌려간 사람들은 범죄 조직들 간에 ‘전매’되는데, 가장 마지막에 도착하게 되는 곳이 미얀마 카렌주 미야와디의 ‘KK파크’였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사히 신문에 따르면 이지역에 있는 무장세력은 범죄거점을 보호해주는대신 수익을 얻어왔지만 태국 정부 등으로 부터 압박을 받으면서 지난 2월 부터 단속에 착수했던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한 탈출자는 “KK파크에서는 여성이 성폭행당하는 건 당연한 일이다.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물감옥, 폭행, 고추물 고문을 당한다. 숨지는 경우도 많고 살아남더라도 쓸모없다고 생각되면 장기 제공용으로 팔려 나간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날로 진화하는 보이스 피싱 범죄로 한국인들의 피해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한국 경찰청 등 수사당국에 따르면 현재 국내에 걸려오는 해외 보이스피싱 전화의 94%는 중국발(태국 3.8%, 베트남 1.3%, 캄보디아 0.8% 등)입니다. 특히 이들 중국발 보이스피싱중 70%가량은 칭다오, 웨이하이 등 한국과 가까운 산둥성 지역이 발신지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범죄 진앙지가 다양화 하고 있다지만, 여전히 한국인들을 농락하는 보이스 피싱 최대 온상지는 중국인 것입니다. 주범들이 해외에 체류하고 있다보니, 현지 수사당국과 긴밀한 공조 없이는 체포와 범죄수익 환수가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 입니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막기 위해서는 중국 수사기관과의 공조 체계가 중요하지만 현재 중국에는 보이스피싱 관련 업무를 전담할 ‘코리안데스크’가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에 전담 수사 인력 2명이 근무했지만, 현재는 필리핀과 베트남으로 1명씩 넘어간 상황입니다.
경찰 관계자는 “국제 공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보이스피싱 수사는 그림자만 쫓다가 끝날 가능성이 높다”며 “특히 피싱 전화가 가장 많이 걸려 오는 중국과의 수사 협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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