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도, 사랑도, 예약도 모두 가짜였다…일상 곳곳 파고든 ‘피싱 지뢰밭’
보이스피싱 전화가 울리기 시작한 지 20년이 지났지만, 전화는 아직도 멈추지 않고 있다. 오히려 보이스피싱 수법은 더욱 정교해졌고, 여기에서 파생된 신종 피싱 범죄마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투자, 연애, 택배, 식당 예약 등 우리 일상 곳곳이 ‘피싱 지뢰밭’이 된 지 오래다.
보이스피싱과 함께 △투자 리딩방 사기 △로맨스 스캠(연애 빙자 사기) △스미싱(문자 사기) △사칭 노쇼(가짜 예약 사기)는 현재 ‘5대 피싱 범죄’로 꼽힌다. 이들 범죄는 디지털 기술을 통해 심리적 틈을 파고드는 방식으로, 피해자의 경계심을 무너뜨리는 것이 공통된 특징이다.
투자 리딩방 사기는 유명 전문가를 사칭해 가짜 수익 인증을 내세우며 투자금을 유도한다. 로맨스 스캠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나 데이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접근한 뒤 신뢰를 쌓고 가족 치료비나 긴급 체류비 등을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방식이다.
스미싱은 택배나 공공기관을 사칭한 문자를 보내 악성 앱 설치를 유도하고, 사칭 노쇼는 예약을 빙자해 식당 업주들로부터 식사에 필요한 와인 등 주류 구매대금 입금을 유도한 뒤 연락을 끊고 잠적하는 수법을 사용한다.
22일 매일경제 취재에 따르면 지난달 전기통신금융사기 통합신고대응센터에는 하루 평균 1803건의 신고 전화가 접수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달(832건)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여기에는 보이스피싱뿐 아니라 다양한 변종 피싱 범죄의 피해 사례도 함께 포함돼 있다.
피싱 범죄에 따른 재산 피해 규모는 전통적인 강력범죄를 훌쩍 뛰어넘었다.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경찰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강도·절도로 인한 재산 피해액은 4978억원이었다. 반면 ‘5대 피싱’ 범죄 피해액은 1조6870억원에 달했다. 이는 강도·절도 피해액의 3.4배에 달하는 수치다.
사건 발생 때 피해자에게 미치는 경제적 충격도 피싱 범죄가 훨씬 크다. 건당 피해액은 강도·절도가 평균 785만원 수준이지만, 피싱 범죄는 이보다 6.2배 많은 4875만원이다. 여기에 피해 회복 가능성까지 고려하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 커진다. 지난해 강도·절도 범죄로 발생한 재산 피해액 중 경찰의 검거로 회수된 금액 비율은 17%였지만, 피싱 범죄는 3%에도 미치지 못했다.
평생 모은 돈을 한순간에 잃었지만, 이를 되찾기 위한 과정은 험난하기만 하다. 피해 직후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통합 창구조차 없어 경찰서와 은행 등 각종 기관을 직접 발로 뛰며 구제책을 찾아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