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실 이젠 안가고 싶어요"…심란한 기재부 공무원들 [김익환의 부처 핸즈업]

"예산실 이제 인기 끝났죠."
"여기 남아서 세제실, 국제금융국, 금융정책국 중에 골라가고 싶죠."
예산실은 기재부에서 최고 인기부서다. 예산 시즌에는 밤샘이 많고 격무에 시달린다. 하지만 파워는 막강하다. 다른 부처 국장, 지방자치단체장이 예산실 과장을 만나기 위해 줄을 설 정도다. 예산을 다루는 만큼 정책을 구현할 권한도 있다. 그만큼 "예산실은 꼭 한번 가보고 싶다"는 과장, 사무관도 많았다.
하지만 기재부를 재정경제부와 기획예산처로 쪼개는 정부 조직개편이 확정되면서 요즘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예산실이 떨어져 나가서 출범하는 기획예산처는 실장 자리부터 2~3개 정도에 머무를 전망이다. 반면 재정경제부는 실장 자리가 7개 가량으로 관측되는 데다 세제실·국제금융국에 금융위원회로부터 이관되는 금융정책국 등 인기 부서가 즐비하다. 그만큼 "재정경제부가 선택의 폭도 넓고, 커리어 관리에도 좋다"는 분위기가 기재부에 번지고 있다.
9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정부 조직개편에 따라 신설되는 기획예산처로 기재부의 예산실과 재정정책국, 재정관리국 등이 옮겨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중장기 국가발전전략을 담당하는 미래전략국 등도 예산처로 옮겨가는 후보로 꼽힌다. 이에 따라 기획예산처는 1급 실장 자리는 2~3개에 머무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존속하는 재정경제부에는 금융정책국과 금융산업국 등 금융위 국내 금융정책 기능이 이관된다. 실장 자리도 7개로 늘어난다.
한 사무관은 "1급 자리가 많은 재정경제부를 선호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며 "예산처의 경우 일이 많은 데다 경력을 살릴 기회도 적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경제부로 예금보험공사, 신용보증기금 등 금융위 산하 공공기관들이 같이 이관될 것이라는 전망도 많다. 재경부가 이들 공공기관 '낙하산' 자리도 손에 거머쥘 수 있다는 의미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지방 근무를 기피하는 젊은 금융위 사무관들이 줄줄이 공직을 떠날 것이라는 관측이 돌았다.
그만큼 예산실과 재정경제부 과장, 사무관들도 술렁이고 있다. 예산처로 이동하는 예산실 소속 공무원 일부는 인사혁신처에서 운영하는 ‘나라일터’를 통해 인사교류를 신청하고, 재경부로 옮길 계획이다. 반대로 예산처로 이동하려는 기재부 공무원들도 많다. 예산실 출신들이 적잖은 공공정책국에서도 진로를 놓고 고민하는 이들이 적잖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 서기관은 "지금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며 "예산처에서 머무를지 새로운 진로를 선택해야 할지 갈팡질팡하는 공무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김익환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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