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17년 만에 폐기… ‘정책’ 없는 금감위 혼선 불가피
금융위원회가 내년 1월부터 국내 금융정책 권한을 잃고 금융감독위원회로 전환된다.
2008년 출범 당시 내세웠던 ‘정책과 감독의 일원화’ 기조를 17년 만에 내려놓고 이전 체제로 회귀하는 셈이다. 감독 기능만 남은 금감위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7일) 고위당정협의회에서 금융위 해체를 포함한 정부조직개편안을 최종 확정하고, 이달 25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금융위가 담당해온 국내 금융정책 수립 기능은 재정경제부로 이관되고, 금융위는 감독 기능만을 맡는 금감위로 개편된다.
정부조직 개편안에서는 이를 ‘금융정책 일원화’라고 표현했다. 국내·국제 금융정책의 일관성을 높이고 금융위기 대응을 위해 일원화가 필요하다는 취지다.
감독 기능만 남은 금융위원회는 ‘금융감독위원회’로 이름을 바꾸고 위원회 내에 ‘증권선물위원회’와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를 설치한다.
또 금융감독원 내부에 있던 금융소비자보호처를 금융소비자보호원으로 승격시켜 분리 신설하고 두 기관 모두 공공기관으로 지정한다.
문제는 정책과 감독이 다시 분리되면서 금융정책의 일관성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정책을 총괄하는 창구가 바뀌면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은행·보험·증권 등 주요 부서의 업무는 정책과 감독 기능이 혼재돼 있어 단순 이관만으로는 정리가 어렵다.
금융당국 내부에선 특정 부서를 정책과 감독으로 명확히 나누기 힘든 구조라 단기간에 금융위 조직을 정리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사실상 금융위의 위상이 축소가 되는 것으로 이억원 금융위원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당시 금융권 내에 흘러나왔던 ‘철거반장’, ‘열흘임기 위원장’이라는 비판이 현실화됐다.
금융위의 정책 기능을 가져간 재경부의 정책 집행력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이재명 정부는 국가 재정을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분야에 투입해 ‘진짜 성장’을 이루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그러나 재경부가 기획예산처에 예산편성권을 넘기게 되면서 정책 동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예산권이 따르지 않는 재경부의 정책 총괄은 추진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고, 부처 간 우선순위 결정이 늦어지거나 사업 선정과 집행이 비효율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2008년 금융감독위원회와 재정경제부의 금융정책부문을 통합한 금융위원회가 신설된 이유도 사실 이런 정책의 효율화를 꾀하기 위함이었다. 급변하는 금융시장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해 정책과 감독 기능을 함께 가진 ‘금융위’가 출범한 것이다.
17년 전 금융감독 체제로 돌아가는 이재명 정부의 조직개편안에 대한 비판이 쏟아지자 개편 논의가 잠시 멈춘 바 있다.
금융위 내부 조직 차원에서도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 기조에 발맞춘 정책들을 내놓는 등 개편없이도 금융위가 ‘잘 돌아가고 있다’는 인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지만 결국 ‘조직개편’을 맞이한 금융위는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한 금융위 관계자는 “금융위 직원들이 최근 주말까지 반납하고 나와서 열심히 근무해 왔는데 이번 개편안으로 사기가 다 떨어지고 김 빠진 분위기”라며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을 주축으로 간담회로 수차례 여는 등 업무를 해왔는데 반으로 나뉜다니 침통한 분위기”라고 전했다.
다른 금융위 관계자는 “사실 우리가 왜 이렇게 조직개편을 해야 하는지 명확한 이유가 없어 보여 허망하다”며 “일부 직원들은 세종시로 내려가게 되니 충격에 휩싸인 직원들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정책과 감독이 17년간 통합된 형태로 업무를 잘 해왔고 현재 조직이 효율성이 있다는 것은 저희들의 기본적인 생각”이라며 “조직개편의 구체적인 사안은 아직 정해진 게 없고 입법 일정 등 앞으로 개편을 위한 여러 절차들이 남아 답답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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