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에 덕후가 숨어 있다"…한 보도자료에 들썩인 2030 [관가 포커스]
"장난으로 알았는데, 진짜 '스드메의 문단속'이라고 썼네."
"국세청에도 '덕후(한 분야를 깊게 파고드는 사람)'가 산다"
지난달 11일. 국내 주요 커뮤니티가 국세청 보도자료로 들썩였다. 국세청이 당시 발표한 '너무 비싸 포기합니다 결혼·출산·육아'라는 제목의 보도자료 때문이다. 이들은 보도자료의 부제인 '스드메의 문단속'에 주목했다. '스드메의 문단속'은 일본 애니메이션으로 국내 2030세대의 큰 인기를 끈 '스즈메의 문단속'을 패러디한 용어다. '스드메의 문단속'은 신혼부부에게 바가지를 씌우는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업체에 대한 불만에서 비롯했다. 한 커뮤니티에선 이 보도자료에 대한 글이 화제에 오르면서 조회수가 25만을 넘기도 했다.
'스드메의 문단속'은 강민수 국세청장이 직접 달았다고 한다. 강 청장은 배포 전 스드메(스튜디오·드레스·메이크업) 업체' 24곳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선다는 보도자료를 훑더니 자료 부제를 '스드메의 문단속'으로 다시 잡았다. 국세청 관계자들도 처음엔 "스드메의 문단속이 뭐죠"라며 의아해했다고 한다. 기자들도 "강 청장이 어떻게 스드메의 문단속"을 아냐고 고개를 갸웃거렸다고 한다.
강 청장이 취임한 지난해 7월부터 국세청 보도자료는 상당한 변화를 보였다. 눈길을 끄는 제목의 자료가 쏟아졌다. '꿀 같은 신혼, 최대 100만원의 결혼세액공제도 잊지 마세요'(2025년 1월 19일 원천세과 배포), '얼죽신 열풍에 편승한 부동산 탈세거래 세무조사'(2025년 2월 17일 부동산납세과 배포), '사이버 룸살롱 등 유해 콘텐츠 제작·운영자 세무조사'(2025년 3월 6일 조사분석과 배포), '기부금으로 '상품권 깡'?'(2025년 3월 10일 공익중소법인지원팀 배포)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가운데 지난달 11일 배포한 '스드메의 문단속'(조사기획과 배포) 자료는 2030세대 사이에서 상당한 홍보 효과를 가져왔다. 국세청 보도자료는 제목뿐 아니라 내용이나 문장이 한층 간결해지고 깔끔해졌다는 평가도 많다.
반응도 좋다. 가볍다는 지적도 있지만 정책홍보 효과가 더 커졌다는 평가가 많았다. 국세청의 '덕후력'에 놀라는 공무원들도 적잖다. 부처 가운데서도 선후배의 위계질서가 엄격한 축에 속하는 국세청의 변신에 놀란 곳도 있다. 한 국세청 직원은 "좋은 정책이 근엄하고 지루한 보도자료라는 틀에 묶여 사장(死藏)되는 경우도 많다"며 "요즘 직원들 사이에서는 정책 홍보 경쟁도 붙는 등 고무적 분위기가 형성됐다"고 말했다.
김익환/박상용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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