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로 돈잃어 세상이 나를 돕지 않는 것 같았다”…'서천 묻지마 살인' 이지현 신상공개
사기로 돈을 잃었다는 이유로 충남 서천에서 일면식도 없는 여성을 흉기로 무참히 살해한 피의자 이지현(34)의 신상정보가 13일 공개됐다.
충남경찰청은 지난 7일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회를 열어 이씨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결정을 내렸으며 5일간 유예기간을 거쳐 이날 이름과 나이, 얼굴을 공개했다. 충남경찰청 홈페이지에 내달 14일까지 게시된다.
경찰은 지난 11일 살인 혐의로 이씨를 구속 송치했다.
이씨는 초기 경찰조사에서 우발적인 범행이었다고 진술했지만, 경찰은 그가 사전에 흉기를 소지하고 특정 대상을 물색한 점과 살해 계획이 드러난 메모장 등을 바탕으로 계획범죄로 결론지었다.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통해 이 씨가 범행 직전 남성으로 추정되는 행인의 뒤를 밟다 미수에 그치고 다시 돌아오는 정황을 포착했다.
또 그의 휴대전화기에서 세상에 대한 원망과 신변을 비관하는 글과 사람들을 살해하겠다는 내용 등이 담긴 메모를 추가로 확보했다.
경찰은 "이씨가 남성보다는 여성을 노려 살해한 것으로 보고 있으며 대전 초등생을 살해한 교사 명재완(48)처럼 본인의 분노와 원망을 상대적으로 약한 타인에게 위해를 끼치는 방식으로 표출한 것"으로 판단했다.
경찰은 그가 가상화폐(비트코인) 투자 사기 피해를 본 것이 직접적인 범행동기로 작용한 것으로 파악했다.
그는 원금·고수익 보장이라는 문구에 혹해 지난 1월부터 두 달간 빚을 내서 온라인 가상화폐 투자 플랫폼에 수천만 원을 입금했는데, 사기를 당했다는 것을 뒤늦게 인지한 뒤 크게 상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붙잡힌 이씨는 "사기 피해 스트레스가 컸다. 세상이 나를 돕지 않는 것 같아 힘들어 살해했다"고 범행을 시인한 바 있다.
경찰은 이씨에 대해 반사회적 인격장애(사이코패스) 검사도 별도로 진행했으나, 그가 일부 진술을 거부하는 등 방어적인 태도를 보여 '진단 불가능' 판정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신상정보 공개심의위원들은 범행의 잔인성과 피해의 중대성, 피해자 유족의 의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신상정보를 공개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이지현은 지난 2일 오후 9시 45분께 충남 서천군 사곡리의 한 인도에서 전혀 알지 못한 사이인 40대 여성과 마주치자, 갖고 있던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는 범행 전까지 서천군 관내에서 장애인 도우미로 일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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