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억 탕진한 후 아버지 살해 시도…父는 용서했다 [그해 오늘]

4년 전인 2021년 8월 26일. 변호사인 아버지의 명의로 111억원을 끌어 썼다가 갚지 못하게 되자 아버지를 살해하려고 시도한 30대 남성이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받았다.

사건은 그로부터 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20년 6월. 오모씨는 휴대전화로 ‘후두부 가격’, ‘방망이로 죽이는 법’ 등을 검색한 뒤 길이 30㎝짜리 둔기를 미리 차량에 준비했다. 그 이유는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맨정신으로 범행할 엄두가 나지 않았던 오씨는 곧바로 신경정신과 의료기관을 찾아 불면증 약을 처방받았다. 이어 아버지가 근무하고 있는 서초동으로 향한 오씨는 그곳에서 아버지를 조수석에 태운 뒤 머리에 둔기를 휘둘렀다.

그런데 오씨의 부친은 머리에 무엇인가 부딪힌 것으로 착각하고 “피가 난다”며 아들에게 병원으로 가자고 했다.

병원 주차장에 도착한 오씨는 다시 아버지에게 둔기를 휘둘렀다. 하지만 저항이 거세자 범행에 실패한 오씨는 교통사고로 위장해 아버지를 죽이기 위해 다시 고속도로로 향했다. 오씨의 아버지는 위기에서 벗어나려 “신고하지 않을 테니 내려달라”고 했고, 오씨는 아버지를 근처에 내려준 뒤 도주했다.

그렇다면 오씨는 왜 자신의 아버지를 살해하려 했던 것일까. 그것은 바로 ‘채무’ 때문이었다.

오씨의 부친은 서초동 법조타운에서 근무한 변호사였다. 오씨는 아버지의 법률사무소 명의로 차용증을 위조하는 수법으로 지인들에게서 돈을 빌려 유흥 등에 탕진했다.

오씨는 2020년 6월까지 약 1년 10개월간 사문서 98장을 위조해 27명에게 사기 행각을 벌였다. 오씨는 “원금에 이자를 붙여 돌려주겠다”고 속여 총 111억원을 뜯어냈다.

하지만 갚지 못하는 빚이 40억원에 이르게 되자 결국 오씨는 채무 명의자인 아버지를 살해해 상황을 해결하려 했던 것이었다.

오씨는 존속살해미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 사기, 사문서위조, 위조 사문서 행사 등 무려 다섯 가지 혐의로 기소됐다.

다만 오씨의 아버지는 재판부에 “아들에 대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뜻을 전하며 탄원서를 제출했다.

1심 재판부는 A씨 혐의를 모두 유죄로 인정해 징역 8년을 선고했다. 항소심 재판부 역시 “편취한 금액 일부를 변제에 사용해 현재 남은 피해 금액은 16억원 정도로 보인다”면서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더불어 피해자들에게 8억3000여 만원을 배상하라고 명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