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67억 규모 투자 사기… 유사수신 사기단 최고 10년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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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중앙지방법원은 2024년 12월 10일, 대규모 유사수신 사기 사건인 'R 프로젝트' 운영자들에게 징역 6개월에서 10년까지의 실형 및 집행유예를 선고했다고 밝혔다(서울중앙지방법원 2024고단308 판결).
이 사건은 약 6개월 동안 1,295명의 투자자로부터 247억을 가로채고 4,467억 원 규모의 유사수신행위를 한 대형 금융사기 사건이다. 법원은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범행의 심각성을 인정해 엄중한 처벌을 내렸다.
판결에 따르면, 피고인 A씨에게는 징역 8년과 추징금 16억 8천만 원이, 피고인 B씨와 C씨에게는 각각 징역 10년과 추징금 30억 115만 5천 원, 32억이 선고되었다. 범죄수익을 수수한 피고인 D씨와 또 다른 공범은 각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받았다.
사건은 2023년 1월 29일 부천시의 한 커피숍에서 비롯되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피고인 A씨와 주모자 및 상위 모집책들은 이곳에 모여 유사수신업체를 설립하고 투자금을 빼앗기 위한 'R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주모자는 한 주식회사의 대표이사로서, 16개 사업체를 계열사로 거느리며 다양한 사업을 진행하는 것처럼 꾸며 투자자들을 속였다.
범행 조직은 역할을 치밀하게 분담했다. 법원 기록에 따르면, 주모자는 전체 사업을 총괄하며 투자자 모집을 지휘했고, 전산실장은 회원 계정과 투자금 관리를 맡았다. 상위 모집책들은 전국을 순회하며 투자설명회를 열어 투자자를 모집했다. 피고인 A씨는 R 프로젝트 기획 단계부터 참여해 유사수신 수익구조를 만들고 계열사 구성을 설계하는 등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피고인들은 투자자들에게 "투자하면 원금을 보장하고 고액의 수익금을 얻을 수 있다"고 거짓으로 홍보했다. 판결 내용에 따르면, 이들은 구체적으로 투자금액에 따라 차등적인 일일 수익률(30만 원 투자 시 1.0%, 150만 원 투자 시 1.5%, 300만 원 투자 시 2.0%, 500만 원 투자 시 2.5%)을 제시하며, 이를 매일 복리로 계산해 투자원금과 수익금 합계가 200%가 될 때까지 지급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투자자를 추천하면 추천수당을, 직급에 따라서는 일일 직급수당까지 지급한다며 고수익을 보장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달랐다. 법원에 제출된 증거에 따르면, 피고인들은 R 계열사의 영업이 급성장해 고수익이 발생하는 것처럼 속이려고 영업실적을 실제보다 크게 부풀린 허위 주간보고서를 작성했다. 이들은 2023년 2월부터 4월까지 매출이 2억에서 130억으로 급증한 것처럼 조작했으나, 실제로는 '땡처리' 물건이나 명품 의류를 해외로 수출할 영업망조차 갖추지 못한 상태였다. 일부 계열사에서 수익이 발생하더라도 이는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수익금에 턱없이 부족했고, 계열사들이 수익금을 송금한 사실도 없었다.
결국 이들은 후순위 투자자들에게서 받은 투자금으로 선순위 투자자들에게 원금이나 수익금을 지급하는, 속칭 '돌려막기' 방식으로 사업을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 법원은 신규 투자자가 꾸준히 유입되지 않는 한, 이들에게 투자원금과 수익금을 지급할 의사나 능력이 전무했다고 판단했다.
피고인 B씨와 C씨는 각각 계열사를 운영하면서 창단식과 전국 투자설명회에 참석해 사업이 원활하게 진행되는 것처럼 홍보하는 역할을 맡았다. 실제로 2023년 4월 2일 인천 서구에서 열린 창단식에는 500명이 넘는 투자자들이 참석했으며, 당시 피고인들은 계열사 대표로 나서 사업 전망과 수익성을 과장했다.
이들의 범행은 2023년 7월 중순, 주모자가 다수의 투자자에게 고소당해 출국금지 상태로 경찰 수사를 받게 되면서 드러났다. 판결 결과, 피고인 C씨는 이 과정에서 주모자의 도피를 도운 사실이 인정되어 범인도피 혐의까지 추가되었다. 피고인 D씨와 또 다른 공범은 각각 5억과 1억의 범죄수익을 수수한 혐의로 기소된 바 있다.
법원은 이 사건을 매우 조직적이고 계획적인 대규모 유사수신 사기 사건으로 규정했다.
판결문에서는 "상당한 기간에 걸쳐 불특정 다수의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직적 사기 및 유사수신행위"라며, "피해자 수가 1,290여 명에 이르고 편취금액이 240여억 원, 유사수신액이 4,400여억 원을 넘는 대규모 범죄"라고 명시했다. 특히 이러한 유형의 사기 범행은 "선량한 투자자들의 사행심을 자극해 건전한 경제 질서를 왜곡하고 일반인의 근로 의식을 저해하며, 단기간에 다수의 피해자를 양산하는 등 사회적 폐해가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양형 과정에서 법원은 피고인들의 역할과 가담 정도를 차등적으로 고려했다.
재판부는 피고인 A씨에 대해 "R 프로젝트 기획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참여해 가담 정도가 가볍지 않고, 거액의 투자금을 받는 등 실제 취득한 이익이 크며, 동종 사기죄로 인한 누범 기간 중에 범행을 저질렀다"고 판단했다.
또한 피고인 B와 C에 대해서는 "창단식을 준비하고 지역 비전설명회에서 실제로는 수익을 내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수익이 많이 발생하는 것처럼 허위 홍보해 투자자들을 기망했으며, 거액의 투자금을 수취하는 등 취득한 이익이 크다"고 보았다.
다만 법원은 판결문에서 "피해자들 또한 단기간에 고수익을 얻으려는 생각으로 충분한 검토 없이 무리하게 투자해 피해 발생 및 확대에 일부 책임이 있고, 가로챈 금액 중 상당액을 수익금 등의 명목으로 지급받았으므로 편취액 전부를 실질적인 피해로 보기는 어렵다"는 점도 양형에 고려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까지 대부분의 피해자에 대한 피해 회복이 이루어지지 않은 상황이며, 피해자들은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호소하며 피고인들의 엄벌을 탄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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