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는 활짝, 부실기업엔 퇴출 경고…자본시장 새 이정표 제시한 금융위 [VC/M&A 인사이드아웃]
지난달 21일 금융위원회는 기업공개(IPO) 및 상장폐지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이 조치는 최근 과열된 기업공개(IPO) 시장을 잠재우기 위해 마련됐다. 시장 과열로 상장 직후 주식을 팔아 단기 이익만을 노리는 것을 막고, 성과가 낮거나 재무 상태가 좋지 않은 기업을 빠르게 퇴출하려는 목적도 있다.
이번 개편안의 핵심은 IPO 과정에서 기관투자자들이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하는 규정을 강화하고, 상장 직후 단기간에 주식을 팔아 차익을 얻는 것을 막는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또한, 부실기업이 오랫동안 상장돼 퇴출이 지연되는 문제를 해결하는 것도 주요 목표다.
IPO 단기차익 막는다…장기 투자자 우대 강화금융위원회는 IPO 시장에서 기관투자자들의 단기 투기를 막고, 장기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해 의무보유 확약을 강화했다. 기관투자자가 IPO 주식을 배정받으려면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겠다는 ‘의무 보유 확약’을 해야 하는데 여기에 주는 가점을 확대한다. 기존에는 3개월까지의 확약에만 가점을 줬던 것을 6개월까지 확대해 장기 투자자를 우대한다. 또한, 기관 배정 물량의 최소 40%를 의무보유 확약 기관에 우선 배정해 단기 차익 목적의 투자를 제한한다. 확약 위반, 미청약, 미납입 시에는 벌금 대신 수요예측 참여 제한 등으로 제재를 강화하고, 감경 기준도 엄격히 적용할 예정이다.
수요예측 절차도 개선됐다. 일부 기관투자자가 비정상적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해 공모가가 왜곡되는 문제를 막기 위해 수요예측 참여자의 자격 요건을 강화한다. 기업가치 평가 역량이 부족한 소규모 사모운용사와 투자일임회사의 참여 요건을 강화하고, 재간접펀드와 해외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우회 참여도 제한한다. 다만, 3개월 이상 의무보유 확약하면 강화된 요건을 적용하지 않는다. 기존 펀드와 일임계약은 2025년 말까지 예외로 인정한다.
주관사 역할도 강화됐다. 상장 주관사가 합리적 공모가를 산정하고 중·장기 투자자 위해 노력하도록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와 ‘사전 수요예측 제도’를 도입한다. 코너스톤 투자자 제도는 기관투자자에게 상장 전 미리 주식을 배정하되, 일정 기간 주식을 팔지 않는 조건(보호예수)을 붙여 중·장기 투자를 유도하는 방식이다.
사전 수요예측의 공모가 범위를 정하는 단계에서 시장 평가를 반영해 공모가가 더 적정하게 결정되도록 한다. 주관사의 공모주 내부배정기준도 구체화하도록 하고, 상장 예비심사 신청 6개월 이내에 취득한 주식의 의무보유 기간을 1개월에서 3개월로 늘려, IPO 과정에서 단기 차익 실현을 줄이고 기업가치를 제대로 반영하도록 유도한다.
부실기업 퇴출 속도전…시장 신뢰 높인다기업공개와 함께 상장폐지 제도도 개편된다. 그동안 부실기업이 오랫동안 시장에 남아 시장의 효율성과 신뢰를 떨어뜨린다는 지적이 있었는데, 이번 개편을 통해 이런 문제를 해결할 계획이다.
이번 개선 방안에서는 상장폐지 기준을 강화했다. 시가총액, 매출액, 감사의견 등 주요 요건을 정비해 부실기업이 적시에 퇴출당할 수 있도록 한다. 특히 연속된 영업적자와 재무구조가 부실한 기업은 상장을 유지할 수 없도록 시가총액과 매출 기준을 높이고, 감사의견이 2년 연속 미달하면 바로 상장 폐지되도록 요건을 대폭 강화한다.
개선 기간도 단축됐다. 상장폐지 심사 후 개선 기간을 코스피는 기존 4년에서 2년으로, 코스닥은 2년에서 1년 6개월로 줄인다. 또한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와 실질심사 사유가 동시에 발생하면 기존에는 순차적으로 심사했으나, 앞으로는 두 가지를 동시에 심사하고 하나라도 먼저 상장폐지 요건을 충족하면 최종 상장폐지를 결정하도록 바꾼다. 이를 통해 부실기업을 더 빠르게 시장에서 퇴출해 시장 리스크를 줄이겠다는 방침이다.
상장폐지 이후 투자자 보호를 위해 금융투자협회의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인 K-OTC에 ‘상장폐지기업부’(가칭)를 신설해 6개월간 주식 거래도 지원한다. 이후에는 금융투자협회 평가를 통해 기존 K-OTC로 연계해 거래를 이어갈 수도 있다. 이를 통해 투자자들이 갑작스럽게 주식을 팔 수 없는 상황을 방지한다.
IPO·상장폐지 제도 개편…시장 투명성↑이번 제도 개선안이 도입되면 IPO 시장의 투명성이 높아지고 장기 투자 문화가 확산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기관투자자들의 책임 있는 투자 행위를 유도해 공모주 거품 논란이 완화될 전망이다.
하지만 상장폐지 요건 강화는 일부 기업에 부담이 될 수 있고, 증권업계에서도 단기적으로 기관투자자의 참여가 줄어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은 재무 상태가 건전한 우수 기업은 큰 영향을 받지 않을 것이라 보고 있다. 오히려 시장 신뢰가 높아져 우량 기업의 가치가 재평가되고, 부실기업의 조기 퇴출로 시장이 더 건전해질 것이라는 긍정적 전망을 했다.
개선안이 실효성을 가지면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려면 몇 가지를 고려해야 한다. 먼저, 상장폐지 기준을 갑자기 적용하면 재무 위기에 처한 기업과 투자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으므로, 유예기간을 두고 단계적으로 시행하는 것이 적절하다. 또한, 공모 과정의 공정성을 높이면서 일반 투자자들이 제도 변화를 충분히 이해할 수 있도록 안내와 교육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금융당국은 제도 시행 후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없는지 지속해서 점검하고, 필요시 추가 조정을 검토해야 한다.
IPO·상장폐지 개편…자본시장 새 이정표이번 금융위원회의 IPO 및 상장폐지 제도 개선안은 자본시장의 건전성과 신뢰도를 높이는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단기 차익을 노리는 기관투자자를 제한하고, 부실기업을 빠르게 퇴출하는 조치로 시장이 더 공정해질 전망이다. 특히, IPO를 통해 투자 회수를 기대하던 벤처캐피털(VC) 업계도 시장 신뢰와 효율성이 높아지면 IPO가 더 활발해질 것이라는 기대를 가질 수 있다.
이러한 제도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시장 참여자들의 협조와 지속적인 점검이 필요하다. 금융당국이 시장 상황을 면밀히 살피고, 필요시 추가 보완책을 마련한다면 한국 IPO 시장과 상장기업 생태계는 한 단계 도약하고, 투자시장 활성화에도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서보미 법무법인 린 변호사| 법무법인 린의 파트너 변호사로서, 2009년 금융 분야에서 업무를 시작한 이래 그간 국내외 대기업 및 금융회사 사내변호사, 로펌 변호사로 활동하면서 기업 일반자문에서부터 국내외 인수합병(M&A) 및 합병후통합(Post-Merger Integration), 스타트업 및 벤처투자, 금융, 조인트벤처(JV) 등 기업자문에 대한 다양한 업무수행 경험과 전문성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개인정보보호, 컴플라이언스 등 TMT 및 의료, 헬스케어 분야에 대한 자문을 활발히 제공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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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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