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큰손 中이 안산다" 울상 이더니…분위기 확 바뀐 이유
한동안 흐름이 지지부진했던 글로벌 명품 관련 상장지수펀드(ETF)들이 올들어 상승세를 타고 있다. 미국은 강(强)달러 덕에 명품 소비가 늘고 있고, 명품업계 ‘큰손’인 중국에선 경기 부양책 기대가 오르고 있는 영향에서다.
'명품주 ETF' 올들어 11% 상승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ODEX 유럽명품TOP10 STOXX’ ETF는 올들어 전날까지 10.95% 수익률을 냈다. 지난해 하반기 수익률이 1.32%에 그쳤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 ETF 투자자산의 총 60% 이상이 집중된 에르메스인터내셔널, 리치몬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주가가 최근 순항한 결과다.
또다른 명품주 ETF ‘HANARO 글로벌럭셔리S&P(합성)’는 올들어 수익률이 1.08%다. 기초지수 구성이 주요 명품기업 외에도 호텔·레저기업, 완성차기업 등에 분산돼 있어 최근 명품주 주가 상승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은 까닭으로 풀이된다.
이들 ETF가 투자한 주요 글로벌 명품기업들의 주가는 이달 들어 오름세가 뚜렷하다. 세계 최대 명품그룹 LVMH는 지난 2~24일 프랑스 증시에서 13.41% 상승했다. 에르메스인터내셔널(18.97%), 크리스챤디올(10.20%), 케링(9.47%) 등도 줄상승했다. 리치몬트는 같은 기간 스위스 증시에서 23.57% 올랐다. 리치몬트는 까르띠에, IWC, 바쉐론콘스탄틴 등 명품 브랜드를 산하에 두고 있다.
미국서 명품 소비 증가세…'중국 의존 일변도' 줄어주요 명품기업들은 대부분 지난해 주가가 내리막을 탔다. 주요 시장인 중국의 명품 소비가 눈에 띄게 줄어서다. 베인앤컴퍼니에 따르면 작년 중국 본토 발 명품 소비는 전년 대비 20%가량 쪼그라들었다. 이같은 분위기에 LVMH의 작년 말 주가는 같은해 3월 고점(872.8유로) 대비 약 27% 떨어졌다.
하지만 최근엔 분위기가 달라졌다. 중국과 함께 명품 기업들의 양대 매출원으로 꼽히는 미국 시장 소비가 늘어난 게 주효했다. 지난 16일 리치몬트는 작년 10~12월 글로벌 매출이 전년 대비 10% 증가한 61억5000만유로(약 9조2062억원)라고 발표했다. 분기 매출로는 역대 최대치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매출이 7% 줄어든 반면 미주 매출은 22% 늘었다. 리치몬트는 “미주 지역에선 보석·시계·패션 등 모든 부문 매출이 성장했다”며 “현지 수요가 강력하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은 중국의 명품 소비 둔화세가 바닥을 지났고, 미국 소비는 늘어나고 있다고 보고 있다. HSBC는 “중국의 사치품 소비는 작년 3분기 이후 더이상 줄지 않고 있다”며 “미국은 작년 11월 대선 이후 사치품 소비가 확실히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미국 씨티그룹은 작년 12월 신용카드 지출을 분석한 결과 미국 소비자가 신용카드로 명품을 산 규모가 2년 만에 처음으로 ‘플러스’로 전환했다고 지난 15일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 출범 전후로 강달러 현상이 강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달러 가치가 오르면 환율 효과 덕에 미국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명품을 구입할 수 있다.
증권가에선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이 중국 시장 명품 수요를 끌어 올릴 수 있을지 여부가 주요 명품주 실적 개선 관건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오는 28일로 예상되는 LVMH의 실적 발표 내용도 명품주 ETF 수익률에 상당한 영향을 줄 전망”이라며 “미국발 훈풍이 실제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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