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흘 휴장 앞두고 쏟아진 악재…올빼미 공시 주의보
나흘간의 긴 휴장을 앞두고 회사에 불리한 사실이 담긴 이른바 '올빼미 공시'가 쏟아졌다.
올빼미 공시는 주말이나 연휴를 앞두고 장 마감 후 악재성 정보를 공시하는 행위를 말한다. 상대적으로 투자자의 관심이 덜해지는 시점에 악재성 내용을 발표해 비판을 피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특히 명절 등 장기 휴장 전 악재성 공시가 쏟아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주가에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악재성 정보가 많아 투자자가 꼼꼼히 살필 필요가 있다. 올빼미 공시는 불법이 아니라 이렇다 할 제재가 없어 투자자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4일 장 마감 후 한국유니온제약은 횡령·배임 혐의로 전 임원 6명을 고소했다고 공시했다. 6명이 연루된 횡령 사건 규모는 약 1억6253만원 수준이다. 한국유니온제약은 경영진의 횡령·배임 혐의로 작년 10월 11일부터 거래가 정지된 상황이다.
자금 조달을 위한 제3자배정 유상증자, 전환사채(CB) 발행도 철회됐다. 당초 지난 24일 유상증자 자금 69억원, 전환사채 발행금 41억원이 한국유니온제약에 납입될 계획이었다. 하지만 유상증자 대상자(한바이오셀), 전환사채 발행대상자INNOCORE AUSTRALIA PTY LTD)가 대금을 내지 않았다.
코스닥 상장사 나노브릭도 1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납입일이 1월 24일에서 오는 4월 23일로 밀렸다고 공시했다. 또 같은 날 종료될 예정이었던 주식양수도 계약 체결일도 연기됐다. 유상증자와 주식양수도 계약이 완료되면 양수자인 드림캐슬종합건설이 최대주주에 오를 예정이었다. 유상증자, 주식양도 완료 후 드림캐슬종합건설의 지분율은 16.82%가 될 전망이다.
기업의 실적 악화 소식도 장 마감 후 전해졌다. 롯데하이마트의 개별 기준 작년 영업이익은 17억원으로 2023년(82억원)에 비해 79.1% 급감했다. 같은 기간 순손실은 3075억원에 달했다. 매출액도 9.7% 감소한 2조3567억원으로 집계됐다.
호텔신라가 장 마감 후 공시한 연결 기준 작년 영업손실은 52억원으로 2023년(영업이익 912억원)에 비해 적자 전환했다. 컨센서스(영업이익 98억원)를 크게 밑돌았다. 순손실도 615억원으로 적자로 돌아섰다. 호텔신라는 운영 면적이 늘어나며 매출은 증가했지만, 부대비용이 늘어 적자를 냈다고 밝혔다.
장 마감 후 악재가 담긴 공시를 내는 기업의 행태는 반복되고 있지만, 좀처럼 근절되지 않고 있다. 불법도 아니고, 뚜렷한 제재도 없기 때문이다. 2019년 금융위원회는 이러한 올빼미 공시 근절을 위한 개선안을 발표하고, 주요 경영 관련 정보를 연휴 직전과 연말 폐장일 등에 반복 공시한 기업 명단을 공개하기로 했다. 공개 대상은 최근 1년간 2회 이상 또는 2년간 3회 이상 올빼미 공시를 한 기업이다. 다만 제도 도입 후 아직 명단에 오른 기업은 없다.
한국거래소는 올빼미 공시에 해당하는 공시를 연휴 직후 첫 번째 매매일(31일)에 한국거래소 전자공시시스템(KIND) 홈페이지 팝업을 통해 재공지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는 3일 이상 휴장하기 전 마지막 매매일의 정규장 마감 후 또는 연말 폐장일에 공시되는 주요 경영사항 공시(수시공시)를 올빼미 공시로 간주한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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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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