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이라 믿었는데”… 소속 보험설계사 2000억 PS파이낸셜 사기 연루
30대 공무원 A씨는 대부업체 PS파이낸셜이 판매했다는 ‘초단기 채권’에 전 재산과 다름없는 3억7000만원을 투자했다가 이 돈을 모두 날렸다. 투자금에는 부모가 지원한 전세자금과 A씨 신용대출로 받은 1억5000만원도 포함돼 있다. A씨는 당장 다음 달 해결해야 할 2000만원이 없어 전전긍긍하고 있다.
A씨는 좀처럼 들어보지 못했을 PS파이낸셜을 왜 믿었던 걸까. A씨는 상품을 추천한 사람이 미래에셋 재테크 스터디에서 만난 보험 설계사였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A씨가 상품을 추천받은 곳도 미래에셋생명과 자회사 법인보험대리점(GA) 미래에셋금융서비스 사무실이 함께 있는 서울 서초구의 GT타워 9층이었다. 미래에셋이 추천했기에 폰지사기(다단계 금융사기)라는 최악의 경우를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다. A씨는 “미래에셋 건물에서, 미래에셋 자료를 제공받고, 미래에셋 명함을 가진 사람이 추천하니 검증을 거친 상품이라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최소 2000억원 규모의 피해가 예상되는 ‘PS파이낸셜 폰지사기’ 사건에 미래에셋생명 GA 소속 보험 설계사들이 연루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은 금융 지식이 부족한 30대 사회초년생을 위한 재테크 스터디를 열고, 이 과정에서 문제가 된 PS파이낸셜 상품에 투자하라고 권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 미래에셋 ‘재테크 스터디’ 갔다 벼랑 끝으로
A씨가 폰지사기 피해에 휘말리게 된 계기는 소셜미디어(SNS)에서 미래에셋금융서비스가 광고하는 ‘온·오프라인 연금관리 스터디’에 지원하면서다. A씨는 스터디가 열리는 미래에셋금융서비스 사무실에서 보험 설계사를 만나 재테크를 배웠다. A씨가 건네받은 명함에는 미래에셋금융서비스 로고와 함께 종합금융자산컨설턴트라고 적혀 있어 당시에는 그가 보험 설계사인 줄도 몰랐다고 했다.
부동산 매매를 목적으로 모았던 3억원을 투자한 B씨, 청년도약계좌를 통해 만든 목돈 9000만원을 투자한 C씨 등 조선비즈가 만난 피해자들은 모두 미래에셋 재테크 스터디에 참여했다가 폰지사기 피해자가 됐다. 이들은 모두 30대 사회초년생이었다. B씨는 “PS파이낸셜이 투자하라고 했으면 절대 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미래에셋의 종합금융컨설턴트라는 사람이 추천하니 괜찮은 상품으로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 “초단기 채권, 존재하지 않을 가능성 커”
피해자들 일부는 PS파이낸셜이 투자금을 다른 곳에 사용했을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PS파이낸셜이 대부업체인 만큼, 존재하지 않는 가짜 채권을 미끼로 투자금을 모은 뒤, 다른 곳에 돈을 빌려주고 대출이자로 투자자들에게 이자를 지급하다 문제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피해자 일부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는 오엔법률사무소 백서준 대표변호사는 “피해자들은 결국 채권이 아니라 PS파이낸셜에 직접 투자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투자금을 기업에 고이율로 빌려주고, 이율 차이만큼 회사가 이익을 취하는 구조로 추정된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PS파이낸셜에 돈을 빌려 가는 회사들은 신용등급이 낮거나 채무 초과 상태일 가능성이 크다”라며 “대출회수가 불가능해지면 PS파이낸셜이 모두 떠안게 되는데, 돌려막기를 하다 문제가 생긴 것으로 보인다”라고 했다.
미래에셋생명 관계자는 “문제가 된 일부 보험 설계사들은 조사를 통해 해촉했다”라며 “PS파이낸셜이라는 대부업체에서 사기 의혹이 불거진 것이고, 관련된 보험 설계사들은 전체 중 일부에 불과해 미래에셋이 주도했다고 볼 수 없다”라고 했다. 그는 “미래에셋생명과 미래에셋금융서비스 설계사들에게 수시로 판매 프로세스 등에 대한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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