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당한 줄도 몰라… 피해금 회수 4년새 반토막

보이스피싱 피해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피해 금액을 돌려받는 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범죄 수법이 갈수록 고도화되고 있어 사기라는 걸 깨닫고 경찰에 신고하는 시점이 갈수록 늦어지는 탓이다.

3일 금융감독원이 이양수 국민의힘 의원실에 낸 자료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 회수율은 2020년 48.5%에서 2024년 22.2%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최근 10년간 최저 수치다. 회수율은 금감원에 신고된 보이스피싱 피해액 중 은행권의 지급 정지 조치로 돌려받은 금액의 비율을 의미한다. 통신 사기 피해 환급법에 따르면, 보이스피싱 피해자나 수사기관이 금융회사에 계좌 입출금 금지를 요청하면, 금융사는 즉각 지급을 정지해야 한다.

지난해 금감원에 신고된 보이스피싱 피해액은 3801억원이다. 경찰이 집계한 8545억원의 절반 이하다. 금감원에 접수된 피해 액수는 피해자가 직접 보이스피싱 조직에 송금·이체한 금액만 집계된다. 대포 통장을 활용해 자금을 세탁하거나, 피해자가 수거책을 직접 만나 현금을 건네는 경우는 포함되지 않는다. 경찰은 이런 유형의 피해도 모두 보이스피싱 피해 액수로 집계하고 있다. 이런 경우까지 생각하면 피해 회수율은 더욱 떨어질 수 있다.

보이스피싱 피해는 최근 2~3년간은 경찰의 집중 단속으로 감소세였다. 2021년 7744억원이던 보이스피싱 피해 액수는 2023년 4472억원으로 줄었다. 그러나 중국 등 해외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AI(인공지능) 등 첨단 기술을 결합하면서 피해가 불어나고 있다. 불특정 다수에게 임의로 전화를 걸어 사기를 시도했던 과거와 달리, 최근엔 온라인을 통해 개인 정보를 입수한 상태에서 ‘맞춤형 사기’도 늘고 있다. 작년 피해액은 8545억원으로 급증했고, 올해는 상반기(1~6월)까지 6421억원으로 올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할 전망이다.

금감원 금융사기대응단 관계자는 “최근 보이스피싱은 피해자를 속이기 위해 수십 명을 동원해 ‘가스라이팅(상대방의 심리를 조작해 지배하는 일)’을 한 뒤 장기간 지속적으로 돈을 송금하게 하는 단계로 발전했다”며 “피해자가 한 달 넘게 수십 번 돈을 보내고도 사기임을 인지하지 못한 경우도 많다”고 했다.

한편 경찰대학교 치안정책연구소는 서울대·KAIST 등과의 협력으로 AI 보이스피싱 수사 지원 시스템 ‘벨루가’ 개발을 최근 완료해 이르면 내년부터 도입할 예정이라고 이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수만 건의 데이터 중 피싱 전화, 문자를 실시간 탐지할 수 있어 수사 속도가 더욱 빨라질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