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황 장기화에 휘청이는 식품株…ETF도 수익률 부진

국내외 경기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주요 식품주 주가가 휘청이고 있다. 내수 소비가 얼어붙은 데다 미국 등 주요 수출국의 수요까지 위축되며 실적이 악화한 탓이다. 식품주에 투자하는 소비재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증권가에서는 하반기 해외 매출에 따라 식품주 주가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 코스피 수익률 밑돈 음식료주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KOSPI 음식료·담배지수는 지난 한 달(8월5일~9월5일)간 1.08% 오르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는 1.82% 올랐지만, 식품주는 상대적으로 뒤처졌다.
국내 대표 식품주 중 하나인 CJ제일제당은 최근 한 달 새 5.3% 떨어졌다. 한때 12만원에 육박했던 롯데웰푸드 주가도 11만원대 초반으로 하락했다. 한 달 낙폭은 3.67%다. 이 외에도 동서(-5.17%) 오리온(-1.18%) 대상(2.82%) 오뚜기(-0.25%) 등이 모두 주가가 내렸다. ‘면비디아’로 불리는 삼양식품은 한 달간 9.6% 올랐지만, 최근 들어서는 상승률이 둔화하는 추세다. 이달 초 157만~158만원대를 유지했던 주가는 5일 기준 155만원대로 소폭 조정됐다.
포트폴리오에 식품주를 담은 소비재 ETF 수익률도 주춤하고 있다. 지난달 5일부터 이달 4일까지 ‘ACE Fn성장소비주도주’는 0.57% 하락했다. 삼양식품, 풀무원, 농심, 대상, 오뚜기 등 식품주를 비롯해 미디어·게임·호텔 등 소비재 전반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KODEX 필수소비재’도 같은 기간 0.48% 주가가 떨어졌고, ‘TIGER 200생활소비재’는 0.34% 오르는 데 그쳤다.
◇ 불경기에 영업이익 ‘뚝’식품사 주가가 부진한 것은 실적 영향이 크다. 주요 식품사의 올 2분기 영업이익은 대부분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1위 식품사인 CJ제일제당이 대표적이다. CJ대한통운을 제외한 CJ제일제당 영업이익은 231억원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3% 줄었다.
롯데웰푸드는 카카오 등 원재료 가격 부담으로 전년 대비 45.8% 줄어든 34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농심(-8.1%) 대상(-8.1%) 오뚜기(-26.8%) 빙그레(-40.3%) 등도 비슷한 상황이다.
식품사 실적 악화는 내수 침체와 더불어 해외 시장 부진이 겹친 결과다. 고금리·고물가로 인해 국내 소비가 위축된 상황에서, 미국을 비롯한 수출 주요국의 소비심리마저 위축되며 ‘이중고’가 심화되고 있다. 여기에 이달부터 본격화된 ‘트럼프 관세’ 영향도 실적 부담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하반기 실적 반등 가능성이 열려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심은주 하나증권 연구원은 “하반기 식품주 실적은 해외 시장 매출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삼양식품과 KT&G처럼 글로벌 사업 확장성과 주주환원정책이 뚜렷한 기업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미국 관세 영향을 적게 받는 종목에 주목하라는 조언도 있다. 이경신 iM증권 연구원은 “미국 시장 노출도가 낮거나, 가격 탄력성이 낮고 브랜드 충성도가 높은 제품을 보유한 기업은 상대적으로 방어력이 높다”며 삼양식품을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그는 “삼양식품은 9월 이후 관세 부담이 실적에 반영될 수 있지만, 현지 수요와 브랜드 충성도를 감안하면 가격 인상 시 수익성 개선 효과가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원은 삼양식품의 목표주가를 180만원으로 제시했다. 5일 기준 종가 대비 약 16% 높은 수준이다.
양지윤 기자
-
등록일 07:30
-
등록일 07:16
-
등록일 07: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