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Fed는 금융시장 기대에 화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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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진호 우리은행 투자상품전략부 이코노미스트
금융시장의 초점은 9월 FOMC 이후 통화정책의 향방으로 이동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인하가 유력해졌다. 8월말 잭슨홀 연설에서 파월 미 중앙은행(Fed) 의장은 이미 고용시장 둔화에 대해 인정했고, 통화정책의 적당한 조정 가능성에 대해 언급함으로써 통화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졌다.
다만 9월 기준금리 인하가 통화완화 사이클로 전환하는 시발점이 되느냐, 아니면 단발성 인하에 그칠 것이냐에 대한 의견은 분분한 상황이다. 이에 대해서는 연준 내에서도 의견이 수렴되고 있지 않은 상황인데, 금융시장은 상당히 공격적인 수준의 기준금리 인하를 기대(연내 2회, 내년 3회 인하)하고 있다. 고용과 물가 안정을 최우선으로 하는 중앙은행과, 동일한 환경에서 기준금리가 낮아지면 나쁠게 없는 금융시장의 속성 차이가,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치의 차이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고용 둔화와 인플레이션 반등이라는 어려운 조합의 출현 가능성
Fed의 통화정책 향방을 예상하는데 있어서 가장 혼란스러운 부문은, “고용둔화”와 “인플레이션 반등”이라는 일반적이지 않은 조합이 나타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그래왔듯이 고용이 경기를 대변하는 지표라고 해석한다면, 경기 둔화는 수요 둔화로 이어져 인플레이션도 낮아지는 것이 당연한 흐름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이 수요와 공급 측면 중 어느 부분에 더 큰 영향을 미칠지, 그 크기와 지속성이 얼마나 될 지, 아직 그 효과를 모르는 상황에서는 일반적 흐름을 적용하기 힘들다. 실제로 올해 미국의 물가 상승률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에도 불구하고, 막상 심하게 가팔라지는 그림은 아니었다.
관세를 다소 무분별하게 발표한 후, 유예와 조정을 반복하는 과정을 통해 실제로 관세가 물가에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미국 기업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 패턴을 학습함으로써 선제적으로 수입을 늘리는 식으로 대응해왔을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물가 상승률이 아직 안정적이라는 점을 근거로 “관세발 인플레이션은 없다”고 외치면서 Fed의 기준금리 인하를 압박하고 있지만, 이를 바라보는 연준과 시장 참여자들의 시각은 여전히 불편하다.
Fed의 선택은 딜레마적 상황에 봉착할 우려
특히 미국에서 사라진 일자리의 대부분이 관세 정책에 민감한 제조업 부분에서 발생했다는 점은, 최근의 고용둔화가 경기 둔화 사이클에서 파생되는 것인지 의문을 갖게 만드는 부문이다. 경기 둔화에 따른 고용 부진이 아니라 마찰적 부진이라면, Fed은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명분을 확보하기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만약 고용 부진이 경기 둔화에 기인한 현상이라면, Fed는 시장 기대에 부합하는 정도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을까?
필자는 금번 경기 사이클에서 향후 발표되는 미국 고용지표가 둔화되더라도 인플레이션이 동반되어 낮아질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미국의 견조한 서비스업 경기가 인플레이션에 높은 기여도(약 80%)로 반영되어 물가의 하방 경직을 지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경기가 예상외로 급격하게 위축되는 경우에는 결국 서비스업 물가도 시차를 두고 낮아질 수 있겠으나, 서비스업은 본래 경기에 비탄력적이라는 특성 때문에 고용 지표에서 쇼크가 발생하더라도 3~6개월 가량 물가는 하방 경직을 보일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이 기간 동안 중앙은행의 선택은 딜레마에 빠질 수 있다.
9월 FOMC 점도표가 금융시장의 향방을 가를 전망
고용 둔화와 물가 상승이라는 현상이 동시에 나타날 경우, Fed의 선택에 대한 힌트는 지난달 잭슨홀 미팅에서 논의된 통화정책의 프레임 변화에서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과거 Fed는 평균 인플레이션 목표(AIT; Average Inflation Targeting) 관리를 통해 물가상승률이 목표치를 상회하는 것을 일부 용인해왔다.
하지만 금번 잭슨홀 미팅을 통해 평균인플레이션 관리제를 사실상 폐기하면서, 인플레이션 관리에 더 신중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 향후 고용과 인플레이션 목표가 상충될 경우, Fed는 여전히 3%에 육박하고 있는 인플레이션 안정에 무게를 둘 것으로 예상되게 하는 부분이다.
금융시장이 기대하는 Fed의 기준금리 인하는 이번 9월 FOMC를 포함해서 연내 2회를, 그리고 내년에는 3회를 바라보고 있다. 현재 미국 기준금리 상단이 4.5%이고 중립금리 추정치가 3% 초반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연내 2회 인하까지는 통화정책 정상화 차원이라는 점에서 시장의 기대가 크게 앞서나가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하지만 미국 고용시장 둔화가 마찰적 요인에 의한 것이고 인플레이션이 계속해서 하방 경직을 유지한다면, 내년 3회 인하까지 바라보고 주가와 채권 가격을 프라이싱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금번 9월 FOMC에서 공개될 점도표에서 내년 인하폭이 얼마나 더 늘어날 수 있을지를 주목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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