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株, 겹악재에 울고…조선株는 마스가에 웃었다
국내 증시를 떠받쳐온 반도체주가 ‘겹악재’에 휘청이자 코스피지수가 3140대까지 밀려났다.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와 2위 SK하이닉스가 하루 동안 3% 넘게 밀렸다. 반면 한·미 협력 기대가 커진 조선 및 기자재 업종 주가는 강세를 보였다.
◇ 5% 가까이 밀린 ‘AI 대장주’1일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35% 내린 3142.93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3177.4까지 낙폭을 줄였으나 외국인과 기관 매도세가 커지자 속절없이 무너졌다.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2629억원, 1951억원어치 순매도한 반면 개인투자자는 3410억원어치 저가 매수했다.

삼성전자 주가는 3.01% 떨어진 6만7600원에 장을 마쳤다. 인공지능(AI) 대장 격인 SK하이닉스는 4.83% 밀려 25만6000원에 거래됐다. 와이씨(-7.27%), 동진쎄미켐(-6.51%), 한미반도체(-6.32%), 테스(-5.82%) 등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기업도 일제히 하락했다. 미국 정부의 중국 내 반도체 장비 반입 규제 강화 소식이 결정타였다. 중국 최대 클라우드 컴퓨팅 기업 알리바바가 자체 AI 칩을 개발했다는 소식도 반도체주에 대한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증권가는 국내 반도체 관련주의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미국 규제에 대한 중국의 대응, 반도체 품목관세 등 불확실성이 워낙 높아서다. 문승환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반도체 가격이 뛰면서 업황이 회복세인 건 사실이지만 뚜렷한 방향성은 보이지 않는다”며 “주가가 들쭉날쭉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선주는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미 주가가 많이 뛴 HD현대중공업 등 대표 종목 외에 중소형사와 조선 기자재주로 투자심리가 옮아가고 있다. HJ중공업 주가는 이날 12.55% 오른 2만1250원에 장을 마쳤다. 상반기 상승장에서 뒤처졌던 이 종목의 최근 5거래일 상승률은 45.95%에 달한다.
이날 선박엔진 구조재 기업 삼영엠텍 주가는 6.83%, HD현대그룹의 조선 협력 업체인 세진중공업은 4.34% 각각 상승했다. 두 회사의 최근 5거래일 상승률은 각각 52.81%, 21.07%였다. 엄경아 신영증권 연구원은 “국내 조선사들이 미국에 진출하고 투자하면 핵심 협력 업체들도 자연스럽게 동반 진출하게 될 것”이라며 “기자재 업체의 양적 성장 기대가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 2차전지 종목은 일제히 내림세이날 코스닥지수는 1.49% 하락한 785.0으로 마감했다. 알테오젠(3.76%), HLB(2.52%) 등 코스닥시장 시총 상위 종목 중 일부 바이오 기업이 올랐지만 2차전지 업종이 특히 약세였다.
최근 리튬 가격 반등의 수혜를 본 2차전지주는 부진한 8월 수출 실적이 확인되자 줄하락했다. 엔켐 -4.67%, 에코프로 -1.38%, 에코프로비엠 -1.07% 등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0.85%), 포스코홀딩스(-1.58%) 등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2차전지 관련주도 마찬가지다.
다만 CJ ENM(3.92%), 에스엠(1.15%), JYP엔터테인먼트(1.51%) 등 엔터주는 강세였다. 박찬욱 감독의 신작 영화 ‘어쩔 수가 없다’가 베네치아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다.
이날 유가증권 및 코스닥시장의 거래대금은 각각 7조9880억원, 5조9750억원으로 집계됐다. 김지원 KB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이 최근 5거래일 연속 순매도에 나서는 등 차익실현 심리가 팽배해 있다”며 “뚜렷한 상승 동력이 없다는 점에서 이번 조정이 한동안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선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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