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디스플레이, 韓 추월 임박…세트 경쟁력이 관건”

삼성전자 모델이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을 집약한 마이크로 RGB TV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중대한 기로에 섰다. 중국의 액정표시장치(LCD) 공세가 거세지면서 산업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동시에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경쟁력을 무기로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기회라는 분석도 나온다.
“K디스플레이 경쟁력, 세트 업체와 직결”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가 5일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 준비를 위한 디스플레이 전략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효경 기자
시장조사업체 유비리서치는 5일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2026년 준비를 위한 디스플레이 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중국의 저가 공세와 글로벌 세트업체들의 패널 전략 변화 속에서 OLED 중심으로 재편되는 산업 구조를 진단하고,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는 “한국이 LCD 사업에서 손을 뗀 상황에서 중국이 저가 공세와 물량 확대에 나서면서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면서도 “실질적으로는 삼성디스플레이가 전 세계 영업이익의 90%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디스플레이 산업의 경쟁력은 삼성전자·LG전자 등 세트업체와 직결된다”며 “아무리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들이 성장하더라도 세트업체가 약화되면 디스플레이 시장은 커질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한때 세계 시장을 주도했던 일본 디스플레이 산업은 세트업체 경쟁력 약화와 함께 급격히 무너졌다. 기업들이 원가 절감을 이유로 해외 패널 의존도를 높이면서 자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의 기술 축적 기회가 끊겼고, 이는 곧 산업 기반의 붕괴로 이어졌다.
업계에서는 한국도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근 국내 세트업체들이 해외 패널 활용 비중을 늘리면서 일본의 전철을 밟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해외 패널 비중을 키우면 자국 디스플레이 업체의 경쟁력이 약화돼 패널 가격도 안정될 수 없다”며 “세트업체가 약해지면 디스플레이 산업 역시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일본이 걸었던 과정을 한국이 답습하는 모습”이라며 “일본의 실패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위기를 기회로…시장 판도 바꿔야”
이충훈 유비리서치 대표가 5일 서울 강남구 과학기술컨벤션센터에서 열린 ‘2026년 준비를 위한 디스플레이 전략 세미나’에서 기조연설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이코노믹리뷰 김효경 기자
이르면 내년 중국 하이센스의 TV 출하량이 삼성전자를 넘어설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됐다.
중국은 정부의 막대한 자금 지원과 저렴한 인건비, 긴 근로 시간 등을 바탕으로 경쟁력을 키우는 반면, 한국 디스플레이·세트 산업의 경쟁력은 상대적으로 약화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중국은 디스플레이 시장에서 빠르게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9월부터 가전 교체 프로그램을 가동하며 디스플레이 및 세트업체 지원에만 약 28조 원을 투입했고, 올해는 스마트폰과 IT 기기까지 대상을 넓혀 총 56조 원 규모의 지원을 계획하고 있다.
이 대표는 “TV출하량 추이를 보면 삼성전자가 2020년 5000만대 수준에서 지난해 3000만대 중반으로 감소했다”며 “2026년이 되면 중국 하이센스가 삼성전자를 앞지르고 2028년에는 TCL도 삼성을 능가할 거란 분석이 나온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의 목적은 세트업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을 동시에 보호하는 데 있다”여 “삼성과 LG 등 개별 기업은 중국 정부와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최상위 기업이 흔들리면 산업 전반이 붕괴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다만 한국이 OLED 기술 경쟁력과 글로벌 브랜드 파워라는 강점을 갖추고 있는 만큼, 이번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바꿀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특히 프리미엄 TV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하면서 한국 업체들이 주도권을 되찾을 수 있다는 기대도 커지고 있다.
이 대표는 “RGB 마이크로 LED TV가 일종의 ‘메기 역할’을 하면서 OLED TV와 마이크로 LED 시장이 함께 확대된다면, 한국 디스플레이 산업이 다시 한번 재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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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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