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 업체 슈퍼트러스트의 신한은행 계좌가 정지된 이유
가상자산 업체 슈퍼트러스트가 대규모 자금 이동을 이유로 신한은행 계좌 입금이 정지된 사실이 뒤늦게 확인됐다.
이에 슈퍼트러스트는 신한은행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지만, 1심에서 패소했다.
서울중앙지법 제50민사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4월 30일 슈퍼트러스트가 제기한 ‘입금정지조치 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현재 슈퍼트러스트는 서울고등법원에 항고해 사건이 심리 중이다.
신한은행은 2025년 1월부터 2월 13일까지 슈퍼트러스트 계좌에서 약 9만 건, 총 2000억원 규모의 자금 이동을 확인하고, 이를 가상자산 관련 ‘영업성 거래’로 간주했다.
이에 따라 가상자산사업자 여부에 대한 소명을 요구했으나 슈퍼트러스트는 충분한 자료를 제출하지 못했다.
신한은행은 이후 2025년 4월 14일부터 슈퍼트러스트 계좌의 입금을 정지했다. 슈퍼트러스트는 이에 대해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2000억원, 9만회 걸친 대규모 자금이동" 신한은행, 슈퍼트러스트 계좌 입금 정지 조치
결정문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2025년 1월 슈퍼트러스트를 특정금융정보법에 따른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로 판단해 계좌 거래를 종료할 예정이라 소명자료를 달라는 내용증명을 이 회사에 발송했다.
신한은행은 또 2025년 1월 1일~2월 13일 슈퍼트러스트의 거래내역을 확인한 결과, 약 2000억원 규모의 자금이 9만여건에 걸쳐 이체되는 등 대량 자금 이동이 이뤄지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래서 슈퍼트러스트의 사업 형태 등에 대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고, 이 대량이체 거래가 영업성이 없다는 걸 입증할 수 있는 객관적인 자료를 제출해주길 바란다는 내용증명도 추가로 발송했다.
그러나 2025년 4월 신한은행은 소명 자료와 관련 근거를 충분히 제출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특금법에 따라 4월 14일 계좌 입금이 정지될 거라는 내용증명을 발송했고, 그에 따라 계좌 입금이 정지됐다.
법원, 입금정지조치 금지 가처분 기각
재판부는 "슈퍼트러스트가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가처분으로써 이 사건 입금정지통보의 효력을 정지시킬 정도의 피보전권리가 충분히 소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청구를 기각했다.
슈퍼트러스트는 "다수 소명자료를 제출했음에도 자의적으로 신한은행이 신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가상자산사업자로 판단해 입금정지통보를 한 것이 위법하고 부당한 조치"라고 주장했다.
또 "슈퍼트러스트의 신한은행 계좌는 운영비 등 거래대금 지급 계좌이고 보유 가상자산의 매매대금 관리 계좌로 입금정지 효력이 정지되지 않으면 손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특금법에 따라 가상자산 관련 거래가 '영업성'을 가지는지, 영리를 목적으로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에 규정된 관련 거래를 계속·반복하는지가 사업자 판단에 있어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신한은행은 슈퍼트러스트 계좌 거래내역에서 가상자산 매매거래와 관련한 대량의 자금거래 사실을 확인하고 슈퍼트러스트를 '영업으로 가상자산거래를 하는 가상자산사업자'로 잠정 판단한 것인데 이 판단이 자의적이거나 불합리하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슈퍼트러스트의 가상자산 서비스) 슈퍼세이브가 이용수수료가 없어 고객과 가상자산 매매거래를 해도 영리 목적이 없어 가상자산 거래가 영업성을 가지지 않는다"는 슈퍼트러스트의 주장도 기각됐다.
재판부는 "슈퍼세이브의 가상자산 매매거래 구조는 가상자산 매도를 희망하는 고객들로부터 이를 매수해 매매대금은 365일에 걸쳐 분할해 지급하는 신용거래 형태라는 것으로 이용수수료가 없다는 사정만으로 영업성 유무에 관한 신한은행의 판단이 불합리하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슈퍼트러스트가 신한은행에 미신고사업자가 아님을 증명하기 위해 제출한 자료도 부족하다고 봤다.
재판부는 "슈퍼트러스트가 신한은행에 제출한 자료는 △법률의견서 △금융위원회 법령해석질의 회신내용 △법령해석 회신내용에 대한 검토자료"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법률의견서는 슈퍼트러스트가 일방적으로 제시한 사실관계를 기초로 한 내용으로 보일 뿐 객관적 자료는 첨부돼 있지 않고, 금융위 회신은 일반적인 수준의 답변에 불과하고, 검토자료는 법률의견서와 회신내용을 정리한 것에 불과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슈퍼트러스트는 신한은행에게 가상자산 매매거래가 명백히 영업성을 갖지 않는다고 볼만한 객관적인 자료를 제시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결론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