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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PO 기관 의무보유 확대·좀비기업 퇴출"…K증시 체질개선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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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기업공개(IPO) 및 상장폐지 제도를 개선한다. 먼저 IPO 시장을 합리화하기 위해 기관 투자자의 의무보유 확약을 확대하고, 수요예측 참여 자격·주관사 책임을 강화한다. 또한 저성과 기업을 적시에 퇴출하기 위해 상장폐지 요건은 강화하고, 개선기간을 줄인다.

21일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자본시장연구원은 서울 한국거래소 컨퍼런스홀에서 'IPO 및 상장폐지 제도개선 공동세미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제도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의무보유 확약 우선배정제도 도입, 가점 확대"

그간 국내 주식 시장은 몸집은 커졌지만, 질적인 성장이 미흡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최근 5년(2019년 말~2024년 말) 한국 상장 회사는 17.7% 늘었다. 같은 기간 미국(3.5%), 일본(6.8%), 대만(8.7%)의 증가율을 웃돌았다. 하지만 주가 지수 상승률은 3.8%에 불과해 부진했다. 미국(82.6%)과 비교하면 처참한 수준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을 위해 기업의 노력과 더불어 증시 진입과 퇴출 측면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IPO 시장이 단기차익 투자 위주로 운영돼 공모가, 상장일 이후 주가 흐름에 왜곡이 발생한다는 취지다. 또 상장폐지 요건이 낮고, 절차가 지연돼 저성과 기업이 증시에 계속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먼저 당국은 의무보유 확약 우선배정제도를 새로 도입하고 가점을 확대한다. 현재 기관 투자자 배정 물량 중 의무보유 확약 물량의 비중은 평균 19%로 낮다. 확약 물량 비중을 높이기 위해 2026년부터 기관투자자 배정물량 중 40% 이상을 확약 기관투자자에게 우선배정한다. 제도 안착을 위해 올해 7월부터 연말까지 우선 배정물량은 30%로 제한된다.

또 확약 물량이 40%에 미치지 않는 경우 주관사가 공모물량의 1%를 취득(상한금액 30억원)해 6개월간 보유하도록 유도한다. 이와 함께 의무보유 확약 최대 가점 기간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린다.

정책펀드의 의무보유 확약도 늘린다. 정책펀드인 하이일드펀드, 코스닥벤처펀드에 대해서는 공모물량의 5~25% 별도배정 혜택이 제공됐다. 하지만 향후에는 최소 의무보유 확약(15일 이상)한 물량에 대해서만 별도배정 혜택을 부여할 방침이다.

아울러 의무보유 확약 위반, 미청약·미납입 등에 대한 협회 차원의 제재도 강화한다. 현재도 '수요예측 참여제한'이 제재 원칙으로 규정돼있지만, 확약 위반 45건 중 참여제한은 5건에 불과했다. 앞으로 수요예측 참여제한 위주로 제재를 운영하고 감경기준도 명확히 계량화해 엄격히 징계할 방침이다.

아울러 무분별한 수요예측 참여를 막기 위해 허들을 높인다. 작년 진행된 IPO에서 기관 투자자 수요예측 참여건수는 평균 1900건에 달했다. 과열을 막기 위해 기존 고유재산 참여시에만 존재하던 등록 기간 및 총위탁재산 규모 관련 자격요건(등록 후 2년 및 총위탁재산 50억원 또는 총위탁재산 300억원)을 운용재산에도 동일하게 적용한다.

다만 3개월 이상 의무보유 확약시 강화된 요건 적용을 면제하고 기존에 조성된 펀드·일임계약의 경우 올해 말까지 적용을 유예한다. 이 외 재간접펀드, 해외 페이퍼컴퍼니 등을 이용한 우회적 참여도 제한, 초일 가점제도 개편도 뒤따를 예정이다.

코너스톤투자자와 사전수요예측 제도를 도입해 상장 주관사의 역할 및 책임도 강화할 방침이다. 주관사가 수수료를 늘리기 위한 IPO 흥행에 힘쓰지 않고 '합리적 공모가 산정' 및 '중·장기 투자자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취지다.

코너스톤투자자·사전수요예측 제도 도입

코너스톤투자자 제도는 일정기간 보호예수를 조건으로 증권신고서 제출 전 기관투자자에 대한 사전 배정을 허용하므로 중·장기 투자자 확대에 긍정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사전 수요예측은 공모가 밴드 설정 단계부터 시장의 평가를 고려할 수 있어 합리적 공모가 산정에 기여할 것으로 당국은 기대했다.

주관사 공모주 내부배정 기준도 구체화한다. 의무보유 확약 우선배정 방법, 그룹(Tier) 설정 및 그룹별 할당 기준, 가중치 부여 기준 등 필수적인 요소들을 포함할 예정이다. 또 주관사 사전취득분 의무보유 규정을 보완해 주관사의 책임성을 강화할 방침이다.

IPO 제도개선 방안은 1분기 금융투자협회 규정 개정, 2분기 한국거래소 규정을 개정을 거쳐 도입될 예정이다. 확약위반자 제재강화, 초일참여 가점제 합리화 등은 오는 4월 1일부터, 의무보유 확약 우선배정제도 등 내부시스템 개편이나 준비 기간이 필요한 내용은 7월 1일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코너스톤투자자, 사전수요예측제도 도입을 위해 당국은 2분기까지 자본시장법 개정안 발의를 추진한다.

좀비기업 퇴출…상장폐지 제도 손본다

당국은 상장폐지 제도도 손본다. 2019년부터 2024년까지 연평균 99개사가 코스피와 코스닥에 진입하고 있지만, 퇴출된 기업은 연평균 25곳에 불과하다. 저성과 기업의 퇴출이 지연되며 자본배분의 비효율성이 높아지고, 신뢰도는 하락해 지수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저성과 기업을 제때 퇴출하기 위해 당국은 시가총액, 매출액 기준을 강화한다. 현재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의 현재 상장폐지 시가총액 기준선은 각각 50억원, 40억원이다. 이 기준을 단계적으로 500억원, 300억원까지 높일 계획이다. 매출액 기준도 현행 50억원, 30억원에서 2029년 300억원 100억원으로 상향할 방침이다. 다만 잠재력은 있지만 매출액이 적은 기업을 고려해 최소 시가총액 요건(코스피 1000억원, 코스닥 600억원)을 충족하는 경우 매출액 요건을 면제하는 완충장치도 2027년부터 도입될 예정이다.

모의실험 결과 강화된 기준을 적용하면 코스피 62개사(8%), 코스닥은 137개사(7%)가 상장 요건에 미달하게 된다고 밝혔다. 다만 금융당국은 "모의 실험은 2024년 수치를 기반으로 이뤄졌고, 기업의 밸류업 노력, 시장 여건 변화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사의견 미달요건 기준도 강화한다. 감사의견 미달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상장폐지 사유다. 현재 감사의견 '한정', '부적정', '의견거절'을 받은 상장사는 다음 또는 다다음 사업연도 감사의견이 나올 때까지 개선기간이 부여된다. 이 때문에 즉시 상장폐지 요건인 '자본잠식'을 숨기기 위해 고의로 감사의견 미달을 선택하는 사례도 발생했다.

당국은 감사의견 미달 사유 발생 후 다음 사업연도의 감사의견도 미달할 경우 즉시 상장폐지하는 식으로 제도를 개선한다. 다만 회생·워크아웃 기업에 대해선 제한적으로 추가 개선기간 1년이 허용된다.

기존 코스닥에만 도입됐던 분할 재상장(인적분할 후 신설법인 상장) 시 존속법인에 대한 상장폐지 심사제도를 코스피에도 도입한다. 존속법인은 심사받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하여 존속법인이 부실해지는 구조의 분할 재상장이 나타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상장폐지 사유 발생부터 최종 결정까지 걸리는 기간도 줄인다. 현행 제도상 코스피는 최대 '2심 + 개선기간 4년', 코스닥은 최대 '3심 + 개선기간 2년'으로 운영돼 상장폐지 심사가 비효율적으로 장기화하는 경향이 있었다. 당국은 코스피는 최대 4년에서 2년으로 코스닥은 2년에서 1년 6개월로 기간을 단축할 방침이다. 특히 코스닥은 심의 단계를 3심제에서 2심제로 축소한다.

'속개' 제도로 개선기간이 추가부여됐던 관행도 바로잡는다. 개선기간 추가부여 성격의 속개를명시적으로 허용하지 않고, 1심 심의결과가 명확한 경우 2심에서 추가 개선기간을 부여하지 않는 식이다. 또 형식적 상장폐지 사유와 실질심사 사유가 동시에 발생하면 심사를 병행하고, 하나라도 먼저 상장폐지 결정이 나오면 최종 상장폐지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아울러 상장폐지 심사 중 기업이 거래소에 제출하는 '개선계획'의 주요 내용도 공시하도록 바뀔 전망이다.

상장폐지 후 'K-OTC'서 비상장 주식 거래 지원

금융당국은 투자자를 보호하기 위해 상장 후 비상장 주식거래를 지원한다. 현재 상장폐지 기업의 경우 정리매매가 끝나면 사실상 거래를 하기 어려워 진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금융투자협회의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K-OTC를 활용할 방침이다. K-OTC에 상장폐지기업부(가칭)를 신설해 6개월간 거래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6개월 후 금융투자협회의 평가를 통해 적정하다고 판단되면 기존 K-OTC로 이전해 거래를 이어 나갈 수 있다.

즉시 시행할 수 있는 최대 개선기간 축소, 형식·실질 병행심사는 1분기 중 거래소 세칙개정과 함께 바로 시행한다. 감사의견 미달 요건 강화, 분할 재상장 시 심사 강화, 상장폐지 심사기업의 개선계획 공시는 기업안내 등을 고려해 오는 7월 1일부터 도입한다. 재무요건 강화는 내년 1월부터 단계별로 시행한다. 비상장거래 지원을 위한 K-OTC내 상장폐지기업부도 내년 1월 신설될 예정이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효율적이고 투자자 보호가 이뤄지는 시장 구조를 만들기 위해 '주식시장 체계 개편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이 각각의 성장단계와 특성에 맞춰 자본시장에서 원활히 자금을 조달하도록 시장 간 차별화와 연계방안을 모색하겠다"며 "우리 시장의 특성과 해외사례를 심층분석하고 공론화 과정을 시작하겠다"고 덧붙였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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