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사람 피부 원료로 젊어진다’ 이 기업, 제2의 파마리서치 될까 [선한결의 이기업왜이래]

반 년간 주가가 약 150% 뛴 바이오기업 엘앤씨바이오의 주가가 급등락을 거치고 있다. 작년 말 출시한 스킨부스터 ‘엘라비에 리투오’가 인기를 얻자 성장 기대감이 부각된 까닭에서다. 금융투자업계에선 이 기업이 ‘제2의 파마리서치’가 될 수 있다는 전망과 성장 한계가 있다는 전망이 엇갈린다.
이달들어 18일까지 106% 급등…19일 11% 하락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바이오기업 엘앤씨바이오는 직전 거래일인 지난 19일 코스닥시장에서 11.27% 급락했다. 이달들어 지난 18일까지 주가가 106% 급등한 후 일부 상승분을 반납했다.
이 기업의 최근 6개월간 주가 상승세는 149%에 달한다. 기존 사업 영역인 의료기기에서 미용의료 시장으로 확장한 효과가 부각된 영향이 컸다.
엘앤씨바이오는 피부이식재 등 인체조직기반 의료기기 전문기업으로 기존엔 유방 재건 시장, 퇴행성 관절염 시장 등을 주로 공략해왔다. 국내에선 2023년 10월 상용화된 퇴행성 관절염 치료제 메가카티, 국내 유방재건 시장 점유율이 약 50%인 메가덤 등이 주요 제품이다. 올 상반기 기준으로는 인체조직이식재 매출 비중이 약 82%였다. 의료기기(12.7%), 제약(4.47%) 등이 뒤를 이었다.
‘사람 피부서 유래’ 스킨부스터로 시장 확대이 기업은 작년 하반기 인체조직기반 스킨부스터 엘라비에 리투오를 개발해 미용의료 시장으로 확장했다. 스킨부스터는 피부에 주입하는 영양 성분 함유 약물을 뜻한다.
최근 스킨부스터 시장은 내국인 수요와 외국인 관광객 등이 ‘쌍끌이’를 하면서 커지고 있다. 유튜브, 인스타그램, 틱톡 등 SNS를 통해 인플루언서들의 피부관리 비결이 유행을 타는 까닭이다. 이달 초엔 미국 경제매체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스킨부스터를 맞기 위해 한국 여행을 가는 미국 여성들이 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리쥬란’을 앞세워 국내 스킨부스터 점유율 1위 기업인 파마리서치는 지난 5년간 주가 상승률이 925%에 달한다.
엘앤씨바이오의 스킨부스터는 사람의 피부가 핵심 원료다. 기증자의 피부에서 세포를 빼고, 세포 바깥 공간에 있는 콜라겐 등 구조물만 남긴 세포외기질(ECM) 성분을 쓴다. 피부의 구조물 뼈대만 남긴 채 안의 세포는 제거한 식이다. 이를 다른 사람의 피부에 주입하면 면역 거부 반응은 상대적으로 덜 일어나면서 새 세포가 자라기 쉽게 도와주는 지지대 역할을 해 피부 재생을 돕는다. ECM이 기존엔 유방 재건, 화상으로 인한 피부 치료 등에 주로 쓰였던 이유다.
피부 진피층 핵심 재료를 직접 주입하는 방식이다보니 기존 스킨부스터에 비해 상대적으로 긴 기간 효과를 낸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최근 미국의 대형 인체조직은행 MTF바이오로직스가 출시한 레누바도 같은 원리를 쓴다. 리투오는 진피 ECM이, 레누바는 지방 ECM이 재료다. 레누바는 린지 로핸, 앤 해서웨이 등 여러 헐리우드 스타가 이 시술을 받았다는 추정이 확산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투 채널' 유통 방식 택해…연 매출 110억원 목표빠른 유통망 확대를 위해 두 가지 방식을 채택했다. 국내 피부과 의원 등에 직접 유통을 하는 한편 필러·톡신업체 휴메딕스를 통해서도 영업한다. 휴메딕스의 기존 영업망을 활용하기 위해서다.
작년 500여개였던 엘라비에리투오 시술 병·의원 수를 연내 2000개까지 늘리는 게 엘앤씨바이오의 목표다. 이를 통해 자체 매출은 약 30억원, 휴메딕스를 통해선 80억원가량을 낸다는 게 목표다.
다만 이를 두고는 증권가 전망이 엇갈리는 분위기다. 이승은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현재 엘라비에리투오를 취급하는 병·의원 증가 속도를 감안할 때 연말에 매출 목표치를 초과 달성할 가능성이 높다”며 “스킨부스터 시장에서 리투오가 ECM 제형이라는 차별점이 있는 만큼 내년 이후에도 구조적 성장이 기대된다”고 했다.
반면 하태기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휴메딕스를 통한 엘라비에 리투오 매출은 올 2분기 10억원, 3분기 22억원, 4분기 27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며 “올해 64억원, 내년 139억원 가량 매출이 발생할 전망”이라고 분석했다. 올해 휴메딕스를 통한 실제 매출이 회사의 목표치를 밑돌 것이란 예상이다.
인체 유래 재료, '양날의 검'일각에선 이 기업이 ‘제 2의 파마리서치’가 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최근 급등한 주가에 비해 실제 실적이 확대되기까지는 어느정도 검증 기간이 필요할 것이란 지적도 나온다. 인체에서 유래한 재료를 쓴다는 점이 차별점인 한 편 각종 제약 요인이 되기도 해서다.
엘라비에 리투오는 기존 업계 점유율 1위인 리쥬란 등 다른 스킨부스터와는 달리 인체조직이식재다. 사체에서 채취한 진피 조직을 사용했기 때문에 각종 관리 체계와 법적 책임 구조가 붙는다. 일반 스킨부스터가 할 수 있는 광고마케팅을 할 수 없다는 게 대표적이다.
같은 이유로 해외 진출도 더 강한 규제를 적용받기 쉽다. 인체 조직 관련 규제가 매우 엄격한 미국 시장 등의 단기 내 진출이 어려울 전망인 이유다. 중동 주요국 여러 곳도 인체 유래 성분에 대해 비우호적인 분위기다. 할랄 인증을 받은 대체재가 없을 경우 치료 목적 시술을 허용되지만, 단순 미용 목적을 위한 시술을 허용하기 어려울 것이란 게 금투업계의 예상이다. 이때문에 엘앤씨바이오는 리투오를 의료기기 제품으로 만들어 재출시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사람에서 유래한 성분을 쓰는 만큼 시술을 받는 이의 심리적 거부감이 있을 수 있고, 같은 이유로 해외 시장에선 각종 규제 이외에도 소비자층의 종교적 거부감 등을 예상할 수도 있다”며 “올해 남은 기간 리투오가 매출을 얼마나 내는지가 한동안 투자자들 심리를 좌우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파마리서치의 리쥬란은 2014년 출시됐다”며 “파마리서치 또한 주가가 본격 반응한 건 한참 뒤였던 점을 고려할 만 하다”고 덧붙였다.
‘연속 적자’ 중국 법인도 실적 관건중국 법인도 실적 관건으로 꼽힌다. 엘앤씨바이오는 올해 상반기 매출 383억원, 영업적자 4억원을 냈다. 매출은 전년동기(343억원) 대비 11.3% 증가한 반면 영업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작년 4분기 100% 자회사로 전환한 중국법인 엘앤씨차이나가 실적 발목을 잡았다. 엘앤씨차이나는 매출 발생이 거의 없는 와중 상반기에만 16억원 순손실을 냈다. 3분기 연속 적자다.
엘앤씨바이오는 중국 법인을 통해 유방재건 등 시장을 공략할 방침이다. 이 기업은 지난 1월 수술용 인체조직 이식재 메가덤플러스에 대해 중국 국가약품감독관리국(NMPA)로부터 수입 허가를 받았다. 함몰·결손 피부 치료재인 이 제품에 대한 매출 인식은 올 3분기부터 발생할 전망이다. 중국 공장에서의 생산 승인도 기다리고 있다. 회사는 내년 말 허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중 국내 공장 생산 승인을 내줄 경우엔 2027년부터 중국 현지 생산 제품 매출 발생이 가능할 전망이다.
다만 중국법인은 한동안 비용이 더 들어갈 것이란 게 증권가의 전망이다. 영업망 확보를 위한 마케팅이 필요해서다. 중국은 지난해 인체조직 이식재 불법 생산 사건 이후 현지 이식재 기업들 대다수가 생산 중단 상태다. 엘앤씨바이오가 쓰는 인체조직이식재 원재료의 90%가량은 미국 조직은행으로부터 조달한다.
허성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경쟁사 퇴출로 인한 공급 공백은 기회가 될 수 있다”면서도 “엘앤씨바이오의 중국 법인 관련 비용은 올 하반기 늘어나고, 본격 매출은 2027년께에 발생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선한결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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