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소, 운영시간 연장…넥스트레이드에 반격
앞으로 2700개가 넘는 전체 상장 종목을 출퇴근길에 자유롭게 거래할 수 있을 전망이다. 한국거래소가 연내 주식 거래시간을 오전 8시~오후 8시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하면서다. 지금까지 이른 아침과 늦은 저녁엔 넥스트레이드에서 791개 종목만 한정적으로 거래할 수 있었다.
한국거래소가 서둘러 주식 거래시간을 연장하려는 배경은 ‘대체거래소(ATS) 넥스트레이드의 급부상’에 있다. 넥스트레이드는 지난 3월 출범 이후 ‘12시간 거래 시대’를 열었다. 아직 거래 가능한 종목이 전체 상장 주식의 30% 수준이지만 점유율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3월 3.80%에 불과하던 넥스트레이드의 거래대금 비중은 7월(1~30일) 31.66%로 급증했다. 거래시간이 한국거래소보다 길 뿐 아니라 수수료까지 낮아 많은 투자자가 넥스트레이드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복수 거래소 체제에서 작동하는 최선주문집행(SOR) 시스템은 동일한 호가 주문이 들어왔을 때 수수료가 낮은 쪽으로 자동 체결한다. 한국거래소의 매매체결 수수료는 0.0023%인데 넥스트레이드의 수수료는 0.00134~0.00182%로 거래소 대비 20~40% 낮다. 거래소 관계자는 “넥스트레이드가 예상보다 빠르게 점유율을 확대하면서 거래소 수익이 급감했다”며 “거래소의 올해 영업이익이 2000억원을 밑돌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지난해 거래소 영업이익은 2479억원이었다.
글로벌 거래소들이 앞다퉈 24시간 거래체제 도입을 추진 중인 것도 ‘발등의 불’이 됐다. 2월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하루 거래시간을 현행 16시간에서 22시간으로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나스닥도 내년 하반기부터 24시간 거래에 나서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국내 증시 자금이 해외로 유출될 것이란 우려도 한국거래소가 서둘러 대책을 마련한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국거래소 역시 거래시간 확대를 통해 투자자 이탈을 최소화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한국거래소가 거래시간 확대를 서둘러 추진하자 증권사들은 난색을 보이고 있다. 거래시간을 늘리려면 관련 시스템을 새로 정비하고 시험하는 과정을 여러 번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거래시간이 길어지면 오후 근무 인력도 불가피하게 늘려야 한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넥스트레이드 개장 때도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아 개장 이후 대부분 증권사 거래시스템이 먹통이 되는 일을 겪었다”며 “시스템 개편을 위해선 7개월에서 1년 이상의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심성미/전범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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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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