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칼럼] 트럼프의 차차차! 메르츠의 포포포!
※한경 마켓PRO 텔레그램을 구독하시면 프리미엄 투자 콘텐츠를 보다 편리하게 볼 수 있습니다. 텔레그램에서 ‘마켓PRO’를 검색하면 가입할 수 있습니다.
소재용 신한은행 S&T센터 리서치센터장미국-우크라이나 정상회담 결렬과 캐나다-멕시코에 대한 25% 관세 부과로 불안정하게 3월을 시작했지만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1440원대로 빠르게 흘러내리고 있다. 중국이 올해 5% 성장 목표를 고수하고 물가 목표를 2%로 낮춘 한편 재정적자를 국내총생산(GDP) 대비 4%로 올려 잡으며 경기부양 의지를 피력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광물협상을 재추진하며 우크라이나-미국 간 갈등을 봉합하려는 가운데 독일 기독민주당 대표인 프리드리히 메르츠의 국방비 증액 및 인프라 투자 확대 추진이 유로화에 힘을 더하고 있다. 또한 미국이 자동차를 비롯해 멕시코-캐나다에 대한 관세를 한 달 유예하며 경계감도 다소 누그러졌다.
어쨌거나 분명한 사실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경제, 군사적 힘을 바탕으로 협상에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패의 수위에 맞춰 최대한의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는 점이다. 좋게 생각하면 파트너가 내놓을 카드가 많거나 미국에 돌아올 피해가 클수록 협상은 원활해지고 관세 폭탄을 일부 피해갈 수 있다는 점이다. 반면 나쁘게 보면 내어줄 보상 거리가 없을 경우 상대국은 트럼프의 협박을 피하기 어려워 정치·경제적 부담을 감수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시점에서 캐나다와 멕시코에 대한 관세 인상 보류와 유럽의 대처는 결국 자국의 실리를 계산한 트럼프의 전략적인 관세 위협과 상대방이 선택할 수 있는 자구 대응 방향을 일부 시사하고 있는 듯하다.
사실 트럼프의 관세 전쟁 수위가 높아짐에 따라 미국 경기 둔화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는 가운데 멕시코·캐나다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는 북미 3국의 통합된 공급망을 감안할 때 결국 자국 기업과 노동자에게도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이라는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여기에 지난달 말 스콧 베센트 미 재무부 장관이 멕시코가 미국의 대중국 관세 부과 조치와 맞먹는 수준을 제안하였음을 밝힌 데 이어, 최근 하워드 루트닉 상무부 장관이 멕시코와 캐나다가 더 좋은 조건을 제안하고 있다고 언급한 점을 감안하면 결국 관세 조율의 대가는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 동참 여부로 여겨진다.
한편 유럽의 경우 트럼프에 지치며 미국에 대한 의존도를 점차 낮추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듯하다. 물론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이 전제되어야 하고 유럽연합(EU) 국가의 전반적인 동참이 필요하나, 독일 등 유럽 리더들은 이번 기회에 역내 국방력을 증진하고 자국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자 하는 모습이다. 미국에 비교적 수동적이고 재정 준칙을 준수해 긴축을 고수했던 독일에서 대규모 방위비를 추진하고 인프라 투자에 적극 나서겠다는 입장은 이를 대변하고 있다. 비록 과도한 반응으로 여겨지나 이로 인해 독일 시장금리가 상승하고 유로화 가치가 빠르게 높아지며 미 달러의 힘이 떨어지고 있다.
<경직적인 서비스 물가, 관세로 상품 물가 주시>이처럼 중국과 유럽에서 재정으로 트럼프 관세에 대응하려 한다는 점은 극단적인 대치보다 협상의 해법을 가능한 한 모색하고 있는 신호로 여겨진다. 다만 다른 측면에서 전 세계 우경화 흐름과 냉전 위험을 동반하는 가운데, 재정 확대는 자칫 물가와 금리 상승을 유발할 수 있어 세심한 통화정책의 조력이 동반되어야 한다. 따라서 당분간 유로화 움직임과 함께 미국 고용지표에 이어 발표되는 소비자물가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할 것으로 여겨진다. 게다가 트럼프가 한국을 고관세 국가로 꼭 집어 말한 만큼 미 달러 약세에도 허들이 생긴 원화 환율의 발걸음은 아무래도 무거울 것이다.
-
등록일 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