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 신청 직전 기업어음 발행, MBK 사기 의혹 규명되길
국내 2위 대형마트 홈플러스의 대주주인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가 지난 4일 기습적으로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하기 직전까지 기업어음(CP) 등을 발행한 것을 두고 시장에서 뒷말이 무성하다. MBK 측은 지난달 28일 CP 및 전자단기사채(전단채)의 신용평가 등급이 예상과 달리 하락해 단기 유동성 악화를 막고자 선제적으로 법원에 기업회생을 신청했다고 주장한다. 홈플러스의 신용도가 투자적격 등급의 마지노선까지 추락했다면 이를 높이려는 자구 노력부터 하는 게 상식이다. 외려 기업회생을 덜컥 신청해 투자자들이 날벼락을 맞게 한 것은 기만행위가 아닌지 묻고 싶다.
홈플러스의 차입금 의존도가 부쩍 높아진 데다 대규모 적자까지 낸 만큼 신용등급 하락은 예견됐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홈플러스의 부채비율은 1408.6%에 달했다. 2023년 기준 국내 상장사 평균 부채비율은 108%였다. MBK 측은 지난 1월 31일 기준 462%로 크게 개선됐다고 주장하나 재무제표에 부채로 계상된 5826억원어치 상환전환우선주(RCPS)가 자본으로 전환된 결과였다. 부채비율이 지나치게 높다 보니 홈플러스의 차입금 의존도는 작년 11월 72.6%로 1년 전(71.0%)보다 악화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분기 국내 외부감사 대상 기업의 평균 차입금 의존도는 25.7%다.
홈플러스의 2024회계연도 1∼3분기 영업손실은 1571억원으로 전년 동기(-1303억원) 대비 적자 폭도 커졌다. 이런 상황인데도 MBK 측은 “재무 상황이 좋아 신용등급을 떨어뜨릴 이유가 없다고 판단해 하던 대로 운영자금을 조달했다”는 무책임한 발언만 늘어놓고 있다. MBK는 신용등급 강등 직전인 지난달 25일에도 증권사를 통해 CP와 전단채를 일반 투자자에게 팔았다. 지난 4일 기준 발행 잔액은 1880억원에 달했는데, 사실상 휴지 조각 신세다. 소매판매 금융채권 규모는 최대 6000억원으로 추정된다.
지난해 11월 홈플러스에서 납품대금 지연 사태까지 발생했다. 이런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아는 MBK가 투자자들에게 위험성을 알리지 않고 자금을 조달했다면 사기죄로 형사 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 당장 금융당국은 이런 의혹이 사실인지 규명해야 할 것이다. RCPS가 정당한 절차에 따라 자본으로 전환됐는지, 무담보 채권을 일반 투자자에게 판 증권사가 홈플러스의 신용평가 위험을 제대로 설명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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