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IRA 수혜 러시…“SK, 차세대 소재 잡았다”

SK가 미국 실리콘 음극재 기업 ’그룹14 테크놀로지스(Group14 Technologies)’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며, 차세대 배터리 핵심 소재 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 이후 강화되는 자국 중심의 공급망 재편과 ’탈(脫)중국’ 정책 기조 속에서 한국 기업의 기술력이 핵심적인 역할을 차지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로 풀이된다.
2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 등 외신에 따르면 그룹14는 최근 SK㈜가 주도한 4억6300만 달러(약 6300억원) 규모의 시리즈C 펀딩을 성공적으로 유치했다.
SK는 이 투자를 통해 그룹14과의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하고, 한국 내 합작법인(JV) ’SK 머티리얼즈 그룹14’의 배터리 활물질(BAM) 공장 지분 전량을 인수했다.
워싱턴주 우딘빌에 본사를 둔 그룹14는 차세대 배터리 소재로 각광받는 실리콘 기반 음극재 분야 선두 스타트업이다. 이미 포르쉐, 마이크로소프트의 기후 혁신 펀드, 아마존의 기후 서약 펀드 등 유수의 글로벌 기업 및 투자사로부터 기술력을 인정받아 투자를 유치한 바 있다.
전기차 배터리 성능의 핵심은 에너지 밀도를 높여 주행거리를 늘리고 충전 속도를 단축하는 데 있다. 다만 현재 널리 쓰이는 흑연 음극재는 에너지 밀도 향상에 한계가 있어 그 대안으로 실리콘 음극재가 급부상하고 있다.
실리콘은 이론적으로 흑연보다 10배 이상 높은 에너지 밀도를 구현할 수 있어 ’꿈의 소재’로 불린다. 혹연은 탄소 원자 6개당 리튬이온 1개를 저장하는 반면, 실리콘은 원자 4개당 리튬이온 15개를 저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기차의 주행거리를 획기적으로 늘릴 수도 있어 혁신 소재로 꼽힌다.
다만 충전과 방전 과정에서 부피가 크게 팽창하고 쉽게 부서지는 ’스웰링(Swelling)’ 현상 때문에 상용화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그리고 그룹14는 다공성 탄소 지지체 내부에 실리콘 나노 입자를 증착하는 독자적인 ’SCC55’ 기술을 통해 이러한 스웰링 문제를 해결, 안정성과 성능을 모두 확보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SK는 이번 투자를 통해 그룹14의 혁신적인 기술력을 선점하고, 이를 바탕으로 급성장하는 차세대 배터리 소재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전기차 배터리 공장 연출 이미지. 사진=셔터스톡
韓, IRA 수혜로 미국 시선 잡았다?
이번 투자를 통해 한국 배터리 기업이 글로벌 영향력과 기술적 주도권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미국 임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라 미국은 자국 내 생산을 늘리고 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풀고 있다. IRA는 북미 지역에서 생산된 전기차와 배터리에만 보조금 혜택을 부여하는 내용이 담겼다.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IRA 규정을 충족시킬 수 있는 배터리 및 소재 공급처를 모색하는 상황이다.이에 따라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 미국 완성차 업체들은 IRA 규정을 충족하면서도 고성능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는 파트너를 찾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한국이 핵심 파트너로 부상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 세계적인 기술력과 생산 능력을 입증한 한국 배터리 및 소재 기업들이 최적의 대안이기 때문이다. SK와 그룹14 협력의 결정적 순간이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들은 “한국이 IRA 수혜와 함께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공급망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LG에너지솔루션 애리조나 공장 조감도. 사진=LG에너지솔루션
韓 배터리3사, ‘영역 확장’이 곧 경쟁력 될 듯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단순한 ‘셀’ 공급을 넘어 배터리 핵심 소재 기술까지 확장하는 분위기는 비단 SK뿐만이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GM, 스텔란티스와 합작 공장을 세우는 동시에 차세대 실리콘 음극재와 리튬-황 전지 연구에 속도를 내고 있다. 또한 전고체 배터리 분야를 선도하기 위해 미국 스타트업 ‘솔리드파워’에 지분 투자를 단행하기도 했다.
삼성SDI 역시 전고체 배터리 파일럿 라인을 구축하는 등 자체적인 소재 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연구소 내에선 ‘리사이클 연구 랩(Lab)’을 통해 사용 후 배터리와 공정 스크랩에서 리튬·니켈·코발트·구리 등을 추출하는 기술을 보유 중이다.
이처럼 미국이 배터리 제조 기업을 찾아 해외로 시선을 돌리고 있는 현재를 기회 삼아 글로벌 기술력을 넓히는 것이 국내 배터리 기업의 핵심 과제가 될 전망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그룹14와 같은 기업들이 해외에서 더 많은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며 “특히 전기차와 에너지저장장치(ESS) 배터리 수요가 여전히 높은 한국과 유럽과 같은 국가에 주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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