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오리온, 러시아 최대 7% 가격 인상…수익성 방어 ’승부수’

[더구루=김명은 기자] 오리온이 러시아 시장에서 주요 제품 가격을 최대 7% 인상한다. 러시아 ’국민 간식’으로 불리는 초코파이 등 주력 제품의 원가가 급등하면서 수익성 악화를 우려한 선제적 대응으로 풀이된다. 러시아를 시작으로 중국과 베트남 등 ’도미노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오리온은 다음달부터 러시아에서 판매 중인 초코파이와 초코송이(현지명 초코보이) 등 9개 주요 품목에 대한 도매 가격을 5~7% 인상한다.
이번 가격 인상은 러시아 내 원재료 및 유통 비용 상승 압박을 반영한 조치이며, 최근 1년간 이어진 제과류 가격 상승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실제로 글로벌 시장에서 주요 원재료 가격은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국제 시장에서 카카오 관련 제품 가격은 1년 새 2배 가까이 상승했으며, 식물성 지방(18~22%), 밀가루(11%), 탈지분유(27%), 당밀(45%) 등도 큰 폭으로 올랐다.
또한 서아프리카의 코코아 콩 부족과 유제품 수요 증가로 코코아 가루와 코코아 버터 대체재 가격이 31%에서 2배 까지 급등했다. 여기에 러시아 정부가 지난 5월부터 도입한 카카오 수입 관세(3~5%) 역시 제조 원가 상승에 한 몫했다는 분석도 있다.
이러한 흐름은 오리온의 7월 실적에도 그대로 나타났다. 러시아 법인의 매출은 전년 대비 견조한 성장세를 보였지만, 원가 부담이 커지며 전체 영업이익률 개선에는 제약이 있었다.
오리온 러시아 시장에서 지난 7월 한 달간 전년 동기 대비 54.0% 증가한 27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그러나 영업이익은 21.7% 증가하는데 그친 28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반기 러시아 매출과 영업이익 상승폭이 각각 48.6%와 25.5%라는 사실을 감안할 때 매출은 5.4%포인트 증가했으나 수익성은 오히려 3.8%포인트 하락한 셈이다. 수익성 측면에서는 원가 상승에 따른 부담이 컸다는 반증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원가 상승으로 국내외 식품 기업들이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오리온의 러시아 가격 인상은 수익성 방어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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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0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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