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카카오·KT, 정부 AI 사업 탈락 ’굴욕’…엔씨·크래프톤에도 밀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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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글로벌 빅테크에 안주했던 ’기술 종속’ 전략이 국가 기술 주권 시대에 철저히 외면당한 자업자득의 결과라는 평가다.
일각에서는 이번 탈락을 두고 ’오픈AI 총판’ 카카오 (KS:035720), ’MS 하청업체’ KT라는 냉소적인 비판까지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발표한 ’독자 AI 파데운이션 모델 프로젝트’ 정예팀 선정에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NC AI(엔씨소프트 (KS:036570)) ▲LG AI연구원 등 5개 팀이 최종 선정됐다.
특히 국내 대표 빅테크 기업인 카카오와 KT가 동반 탈락한 반면, 14년간 묵묵히 AI 연구에 투자해온 엔씨소프트와 게임사 크래프톤이 ’K-AI 기업’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 안일한 ’오케스트레이션’ 전략 결말
카카오와 KT는 정부가 천명한 ’소버린 AI’ 기조와 정면으로 배치되는 해외 의존 전략을 취해왔다.
카카오는 지난 2월 오픈AI와 전략적 제휴를 맺으며 "AI 모델 오케스트레이션 전략"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자체 개발보다는 오픈AI의 강력한 API를 활용해 빠른 시장 대응을 노리겠다는 발상이었다.
당시 정신아 카카오 대표는 "자본력이 곧 경쟁력이라는 AI 모델 경쟁 환경에서 다들 모델 성능을 얘기할 때, 우리는 어떻게 하면 최고의 모델을 빠르게 확보해 사용자에게 최적의 AI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는 곧 기술 개발 포기 선언과 다름없었다는 평가다.
KT 역시 마찬가지였다. 김영섭 대표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5년간 2조4000억원 규모의 협력 계약을 체결하며 "빠른 시일 내 AI 경쟁력 확보를 위한 패스트 팔로워 전략"이라고 정당화했다.
그러나 정부 평가는 냉혹했다. 송상훈 과기부 정보통신정책실장은 "단순한 데이터의 유입, 해외 모델의 단순 미세조정이 아닌 처음부터 끝까지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한 경험이 핵심"이라며 ’From Scratch’ 방식을 강조했다.
이는 두 기업의 전략을 정면으로 겨냥한 일침이었다. 결국 정부가 내건 ’독자 기술력’ 잣대 앞에서 이들의 ’편의주의’는 완전히 무력화됐다.
카카오가 야심차게 선보인 AI 서비스 ’카나나’는 참혹하게 실패했다.
올해 5월 출시된 카나나의 주간활성이용자수(WAU)는 초기 4만명을 넘었지만, 6월 셋째 주 기준 7700명까지 급감했다. 무려 80% 이상이 떠난 셈이다.
사용자들이 외면한 이유는 명확했다. 카카오의 강력한 플랫폼인 카카오톡과 연동되지 않고 별도 앱 설치가 필요한 불편함 때문이었다.
오픈AI 기술을 접목했다고 자랑했지만, 이미 수백만 명이 직접 챗GPT를 사용하는 상황에서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하지 못했다는 업계 평가다.
KT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김영섭 대표가 추진한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4500여 명의 숙련 직원이 회사를 떠났고, 이 과정에서 직원 1명이 극단적 선택을 하는 비극까지 발생했다.
그럼에도 정작 AI 투자와 인재 확보는 이뤄지지 않았다.
KT 새노조는 성명을 통해 "본업인 통신사업을 사실상 아웃소싱해가며 AI 사업에 집중한다고 했지만 결과는 국가대표 탈락"이라며 "이번 결과는 그의 경영이 ’속빈 강정’임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노조까지 나서서 경영진의 AI 전략을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 때문에 KT가 지금부터 자체 개발에 나서도 MS 의존도만 심화될 뿐, 국가기간통신사 위상에 맞지 않는 ’반쪽짜리 AI’를 내놓을 것이란 비관론이 나온다.
이번 결과가 더욱 충격적인 이유는 승자와 패자의 극명한 대비 때문이다.
엔씨소프트는 2011년부터 14년간 꾸준히 AI 연구에 투자해왔다. 국내 게임사 최초로 독립된 AI 조직을 만들고, 자체 개발한 거대언어모델 ’바르코(VARCO)’를 실제 상용 서비스에 적용하며 기술력을 입증했다.
올해 초에는 AI 연구 조직을 ’NC AI’라는 독립 법인으로 분사하며 전문성을 더욱 강화했다.
크래프톤 역시 2022년 1000억원을 투자해 100명 규모의 딥러닝 본부를 신설하고, 세계 3대 AI 학회인 ICML에 20편 이상의 논문을 게재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특히 게임 분야 특화 멀티모달 AI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역량을 축적했다.
반면 카카오는 2024년에야 AI 투자를 위해 2850억원의 교환사채를 발행하며 자금 부족을 드러냈다. KT는 자체 모델 ’믿음’을 개발했다고 자랑했지만, 국민이 실제 사용할 수 있는 B2C 서비스로 확장한 사례는 전무했다.
결국 정부 프로젝트는 장기 투자와 단기 편의주의, 독자 기술과 외국 의존 사이의 승부였다. 그리고 그 승부는 애초에 뻔했다. 정부가 ’From Scratch’ 방식을 평가 기준으로 명시한 순간, 해외 기술에 기댄 기업들의 패배는 예정된 수순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탈락은 기술력 부족 이전에 국가 전략과의 불일치 문제"라며 "정부가 기술 주권을 강조하는데 외국 기술 의존을 자랑한 것 자체가 시대착오적"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선정된 5개 정예팀에 ’K-AI 기업’ 명칭 사용권과 함께 GPU, 데이터, 인재 등 총 2000억원 규모의 전폭적 지원을 제공한다.
탈락한 기업들은 이제 정부 지원 없이 독자적으로 AI 경쟁력을 갖춰야 하는 험난한 길에 나서야 한다. 손쉬운 길을 택했다가 더 어려운 길로 내몰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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