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포스코이앤씨, 사과 일주일 만에 또 터진 중대사고...정희민 대표 ’신뢰 파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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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오후 1시 34분 경기 광명시 광명-서울고속도로 연장공사 현장에서 30대 미얀마 국적 근로자가 감전으로 추정되는 사고를 당해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이 현장은 포스코이앤씨가 시공을 맡은 곳으로, 지난달 29일 정 대표의 사과문 발표 이후 안전점검을 거쳐 이날부터 작업이 재개된 곳이었다.
사고는 지하 18미터 깊이에서 양수기 펌프 고장을 점검하던 중 발생했다. 피해자는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으나 현재까지 의식을 되찾지 못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 현장에서 발생한 올해만 다섯 번째 중대재해다.
◇ "안전하다"며 재가동 당일 또 사고
지난달 29일 인천 송도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정희민 대표는 "참담한 심정과 무거운 책임감을 통감한다"며 "안전이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모든 현장의 작업을 무기한 중단하겠다"고 대국민 사과에 나섰다.
이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현장에서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에 끼여 숨진 사고에 대한 대응이었다.
정 대표는 "제로베이스에서 잠재된 위험 요소를 전면 재조사해 유사 사고를 예방하겠다"며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체계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런 각오는 고작 일주일을 버티지 못했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사고가 발생한 광명 현장이 바로 포스코이앤씨가 자체 안전점검을 완료하고 "안전하다"고 판단해 작업을 재개한 당일이었다는 점이다.
포스코이앤씨 측은 "각 사업 현장별로 안전점검 및 사후 조치가 완료되면 본부장 확인 후 작업을 재개하도록 했다"며 "해당 현장은 점검 완료 후 이날부터 다시 작업을 시작한 곳"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가장 기본적인 감전 위험조차 막지 못한 채 작업자가 쓰러진 현실은, 회사의 안전점검이 얼마나 형식적이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이번 사고가 더욱 파장을 키우는 이유는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경고 직후 발생했기 때문이다.
지난달 29일 국무회의에서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를 실명으로 거론하며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 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특히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는 극한 표현까지 사용하며 분노를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올해 포스코이앤씨라는 회사에서 5번째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며 "살자고 돈 벌자고 간 직장이 전쟁터가 된 것 아니냐"고 성토했다.
대통령의 이같은 발언은 단순한 비판을 넘어 국가 차원의 최종 경고였다.
실제로 고용노동부는 즉시 포스코이앤씨 전국 65개 현장에 대한 특별감독에 착수했고, 경찰도 산업재해 전담 수사팀 신설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재명 대통령의 강력한 질타를 받고 정희민 대표가 대국민 사과한 지 불과 일주일 만에 또다시 사고가 터진 것이다.
이에 따라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 논란도 재점화되고 있다.
정희민 대표는 지난해 12월 취임 당시 큰 기대를 받았다.
13년 만의 내부승진 대표로서 포스코이앤씨 최초의 ’건축통’ 수장이었기 때문이다. 1964년생인 그는 2002년 포스코이앤씨(당시 포스코건설) 입사 후 23년간 현장을 누비며 건축사업본부 사업기획실장, LCT사업단장, 건축사업본부장 등을 거쳤다.
전임자들이 대부분 포스코 (KS:005490) 출신의 재무·전략 전문가였던 것과 달리, 정 대표는 순수 건축 전문가였다. 특히 부산 LCT(101층) 건설을 성공적으로 이끌며 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아왔다. 포스코그룹 내부에서도 "현장을 아는 CEO"라는 평가가 높았다.
하지만 취임 8개월 동안의 성과표는 참담하다. 올해만 5건의 중대재해가 발생했고, 신안산선 터널 붕괴(4월), 대구 주상복합 추락(4월), 함양 고속도로 끼임(7월), 그리고 이번 광명 감전사고 등 4건이 정 대표 취임 이후 터졌다.
특히 4월 신안산선 사고의 경우 고용노동부가 작업중지 권고를 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작업을 강행해 발생했다. 당시에도 "안전불감증"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근본적인 변화는 일어나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정 대표의 현장 전문성에도 불구하고 안전관리 리더십이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기술적 전문성과 안전관리 리더십은 별개"라며 "반복되는 사고를 보면 전사적 안전문화 정착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포스코이앤씨의 중대재해는 이제 단순한 우연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자리잡았다.
2022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지금까지 총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올해만 해도 1월 김해 추락사고, 4월 광명 터널붕괴와 대구 추락사고, 7월 함양 끼임사고, 8월 광명 감전사고 등이 줄을 이었다.
특히 이번 광명 사고의 피해자가 30대 미얀마 국적 근로자라는 점은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다시 한번 부각시킨다.
다단계 하도급 구조도 문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적했듯 하청에 하청을 거쳐 원도급 금액의 절반으로 공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안전에 투자할 여력은 사라진다.
원청인 포스코이앤씨는 비용과 일정 압박을 하청업체에 전가하고, 실제 위험은 가장 힘없는 말단 근로자들이 떠안게 될 수 밖에 없다.
정희민 대표가 일주일 전 약속했던 "회사의 명운을 걸고" 하는 안전체계 전환은 공허한 구호에 그쳤다.
결국 정 대표는 5일 "이러한 사고가 반복된 것에 대해 무거한 책임을 통감하며, 모든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나겠다"는 사임 의사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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