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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강국론" 이재명 정부의 딜레마 [ER인사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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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uters.  "경제 강국론" 이재명 정부의 딜레마 [ER인사이드]

기원전 45년 황실의 외척 가문에서 태어난 왕망(王莽)은 무너지는 한나라의 마지막 기둥이었다. 외척과 환관의 발호, 호족들의 대토지 소유로 인한 빈부격차 심화 등 극심한 사회 혼란을 겪는 가운데 이를 해결해 줄 강력하고 도덕적인 지도자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다른 외척들과 달리 사치하지 않고 겸손하며 학문에만 몰두하는 청렴한 유학자였다. 그는 자신을 믿어주는 지지층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권력의 중심부로 진출, 최고 권력직인 ’대사마(大司馬)’에 올라 왕전제와 같은 토지개혁을 단행하는 개혁정치로 천하의 사랑을 받았다.

이형일 기재부 1차관이 세제개편안 상세 브리핑에 나서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부자 감세 철회’ 명분 속 3중 압박에 갇힌 증시

이재명 대통령이 연일 "기업이 경제의 핵심"이라며 코스피 5000 시대 개막을 공언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와 거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시장의 기대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반기업·반시장’ 세제개편안을 내놓으며 정책 딜레마가 깊어지고 있다는 비판이다. 대통령의 친시장 메시지와 구체적인 정책 방향이 충돌하며 시장의 혼란과 불신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달 31일 발표된 ’2025년 세제개편안’이 대표적이다. 증시 활성화라는 정부의 목표와 정반대의 내용을 다수 포함해 시장의 충격이 크다.

먼저 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이 종목당 보유액 50억 원에서 10억 원으로 3년 만에 환원된 것이 논란이다. 연말 증시 변동성을 키우는 핵심 요인으로 꼽혔던 낡은 기준을 다시 꺼내 들면서 과세를 피하려는 ’매도 폭탄’이 재연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대주주 양도세 하향 반대’ 국민청원이 하루 만에 1만 3000명 이상의 동의를 얻은 것은 이 같은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방증한다.

증권거래세율이 사실상 인상된 것도 우려스럽다. 실제로 정부는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0.15%까지 내렸던 코스닥 시장 등의 증권거래세율을 금투세 폐지를 이유로 0.20%로 되돌렸다. 손익과 무관하게 모든 매도 거래에 부과되는 거래세 인상은 모든 투자자의 비용 부담을 가중시키는 조치다. 정부는 이를 통해 내년에만 2조 1400억 원의 세수를 추가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기대를 모았던 배당소득 분리과세는 결국 ’빛 좋은 개살구’가 됐다. 당초 25% 수준으로 거론되던 최고세율이 민주당 내 ’부자 감세’ 비판에 밀려 35%로 결정되면서 정책 효과가 반감됐기 때문이다. 

’코스피 5000’을 외치는 정부가 실제로는 투자자의 세금 부담을 늘려 시장의 돈줄을 죄는 모순적 행태라는 비판이다. 세제개편안 발표 직후 증시 급락으로 이어진 배경이다.

사진=연합뉴스

법인세 인상·핀셋 증세…기업 투자에 ’사중고’

기업을 향한 증세 기조는 더욱 뚜렷하다. 글로벌 경쟁력 약화와 투자 위축이라는 재계의 강력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8년 만에 법인세 인상을 단행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과세표준 모든 구간의 세율을 1%포인트씩 일괄 인상했다. 이에 따라 법인세율은 △2억 원 이하 9%→10% △200억 원 이하 20%→21% △3000억 원 이하 22%→23% △3000억 원 초과 24%→25%로 조정된다. 세계 각국이 법인세 인하로 자국 기업 경쟁력을 높이고 해외 투자를 유치하는 흐름에 정면으로 역행하는 조치다. 여기에 중소기업의 설비투자를 촉진했던 임시투자세액공제(투자금의 최대 10% 공제)마저 연장 없이 올해 일몰되면서 중소기업의 투자 여력은 더욱 위축될 전망이다.

은행·보험사를 겨냥한 ’핀셋 증세’도 포함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은행의 ’이자 장사’를 비판한 직후 수익 1조 원 초과 금융·보험사의 교육세율을 기존 0.5%에서 1.0%로 두 배 인상하는 조치가 나왔다. 사실상 특정 산업에 대한 징벌적 과세로, 금융권에서는 결국 대출금리 인상 등 소비자 부담 전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대통령은 "지원" 당은 "압박"…표류하는 경제 정책

이번 세제 개편의 내용을 두고 시장에서는 ’딜레마의 연속’이라는 불만이 터지고 있다. "경제의 핵심은 기업"이라며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약속을 부정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말과 정부·여당의 정책이 따로 놀면서 기업과 투자자들은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혼란스러운 상황이다.

특히 민주당은 노란봉투법, 자사주 소각 의무화 등 친노동·반기업 입법을 추진하고, 정부는 구체적인 세금 인상으로 기업을 압박하는 이중적 태도가 정책 신뢰도를 뿌리째 흔들고 있다는 비판이 크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10년 후 한국 제조업 퇴출"을 경고하는 위기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 엇박자는 기업에 경기 부진, 관세 전쟁, 노동 리스크에 더해 ’정책 리스크’라는 사중고(四重苦)를 안기고 있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코스피 5000’은 구호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는 뜻이다. 

너무나 당연한 말이지만 증시 활성화와 기업 투자 촉진은 일관된 정책 신호와 예측 가능한 환경에서만 가능하다. 그러나 대통령의 의지와 실제 정책이 정반대로 향하는 현재의 모순적 상황이 계속된다면, 한국 경제는 성장 동력을 잃고 글로벌 시장에서 뒤처지는 암울한 미래를 마주할 수 있다. 가뜩이나 트럼프 행정부와의 관세협상을 거치며 공포의 터널은 더욱 길고 어두워지는 중이다. 일각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양두구육의 음습한 그림자를 드리우는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총체적 위험신호다.

한나라의 마지막 희망이자 청빈한 유학자이던 왕망은 오로지 백성을 위해 천하를 품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며 그를 지지했던 귀족들이 돌아서기 시작했다. 초반에는 왕망의 대의에 매료됐으나 그의 개혁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위협한다고 판단한 순간 아무렇지도 않게 돌변, 저항했기 때문이다. 

그럴때마다 왕망은 당시의 복잡한 사회경제적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오래된 유교 경전 교리에만 빠져들어 사상의 늪에서 허우적거렸다. 심지어 천명이 스스로에게 있다는 착각에 빠져 신(新)나라를 건국하는 망상의 나선을 걸었고, 결국 그 스스로가 그토록 구하고 싶던 농민들의 반란을 겪으며 본인의 궁궐에서 비참하게 살해당했다. 선한 의도와 이상만으로는 복잡한 사회를 변화시킬 수 없으며, 이상과 현실의 딜레마는 파국으로 이어진다는 오래된 역사의 교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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