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과의 전쟁' 나선 정부…올해 피해 금액만 7766억원
정부가 '보이스피싱과의 전쟁'에 나선 것은 한동안 잠잠하던 보이스피싱 범죄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사기 수법이 정교해져 발생 건수와 피해 규모도 늘었다. 금융사에 '배상 책임'을 부과하는 등 정책 수위가 올라간 이유다.
28일 경찰청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1만4707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만1734건)보다 25.3% 증가했다. 해당 기간의 피해 금액은 98.7% 증가했다. 올해 1월부터 7월까지 발생한 피해 금액만 7766억원에 이른다. 1억원 이상의 피해를 본 사례는 1873건이다.
보이스피싱 발생 건수는 2021년 3만982건을 기록한 이후 2023년까지 줄어드는 추세였다. 2023년 발생 건수는 1만8902건이다. 하지만 지난해 2만839건으로 증가했고, 올해도 증가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올해의 경우 피해 금액이 지난해보다 약 2배 증가하는 등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이스피싱은 크게 기관사칭형과 대출빙자형으로 나뉜다. 기관사칭형은 금융감독원이나 검찰 등을 사칭하는 경우다. 법원에서 등기우편을 발송했으나 반송됐다며 '수령이 어려운 경우 등기조회 사이트에 본인 인적사항을 입력하라'고 전화를 건 사례 등이 최근 적발됐다.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피해는 청소년과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발생했다. 올해 7월까지 기준으로 발생한 7766건의 기관사칭형 보이스피싱 중 20대 이하에서 발생한 비율은 40.8%다. 피해자 중 60대의 비율은 27.3%다.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은 제도권 금융에서 정상적으로 대출받기 어려운 서민들을 대상으로 이뤄진다. 주로 저금리 대환대출로 피해자를 현혹한다.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연령대는 50대(36.1%)가 가장 많고 60대(23.2%), 40대(21.6%) 순이다. 경제활동을 하는 경제적 취약계층이 주된 피해자다.
사기 수법은 갈수록 정교해지고 있다. 경찰청이 공개한 보이스피싱 시나리오를 보면, 보이스피싱 조직은 범죄 초반부터 "전화상으로 개인정보를 불러주면 유출될 위험이 있어 사건정보 확인 사이트에 입력해서 확인해야 한다"며 자신들이 피해를 막아주는 기관인 것처럼 신뢰를 쌓는다.
이후 진짜처럼 꾸며진 사칭 사이트와 피해자의 인적사항이 적힌 서류를 제시한다. 특히 피해자가 '심리적 지배'를 당했다고 판단하기 전까진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심지어 최근 범죄 기사와 영화 등을 보게 한 후 '본인이 처벌된다면 가족에게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반성문까지 작성토록 하며 피해자를 심리적으로 지배했다.
이런 수법은 악성앱을 통해 이뤄졌다. 악성앱은 통화 가로채기, 휴대전화 내 정보 탈취, 백신 앱 삭제 등의 기능을 갖췄다.
경찰청은 "보이스피싱은 단순히 검사나 금감원, 경찰 등을 사칭해 돈을 요구하던 과거와 달리 매우 치밀하게 짜인 각본과 악성 앱 등 첨단기술을 결합한 범죄로 진화해왔다"며 "피해자의 인식을 교묘히 파고들어 집중적으로 공략하기 때문에 변화하는 수법을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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