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전문가 믿고 2억 보냈는데…" 60대 투자자 '절규'
“주식투자 전문가를 사칭해 주식 정보를 받아보라고 권했어요. 수업을 듣는 사람들까지 전부 가짜로 만들어 낼 줄은 몰랐습니다.”
지난해 12월 서울에 거주하는 김모씨(64)는 주식투자전문가 서씨의 강의를 들을 수 있다고 소개한 주선인의 안내에 따라 한 투자리딩방 텔레그램 그룹 채팅에 접속했다. 처음엔 국내 증시의 방향성이나 상승과 하락 원인 등을 안내하는 투자 정보 소개에 가까웠다. 78명이 속한 그룹 채팅방 모임원들은 서 전문가가 한마디를 할 때마다 “고맙습니다”, “수고 많으셨어요” 등의 열띤 동조로 뜨겁게 반응했다. 오프라인 모임도 종종 열린다고 했다. 김씨도 자연스럽게 화기애애한 채팅방 분위기에 휩쓸렸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사기였다. 김씨가 뒤늦게 '당했다'라고 생각했지만, 이미 억단위의 돈을 송금한 뒤였다.
텔레그램 등 SNS 상에서 '주식투자방을 통해 거액을 벌 수 있다'는 사기꾼들이 여전히 기승을 부리고 있다. 정보 취득에 둔감한 60대 등 노년층을 상대로 피해가 심각한 실정이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4일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달 20일 자신이 당한 피해를 서울 용산경찰서에 신고 접수했다. 이들은 주식투자 전문가로 사칭해 투자자들에게 접근한 뒤 2억6000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김씨는 지난달 6~15일 총 일곱 차례에 걸쳐 약 2억6000만원을 리딩방 일당에게 송금한 것으로 파악됐다.
투자 안내로 시작한 리딩방 일당은 김씨에게 우량주 등 더 많은 정보를 받아보지 않겠냐며 이른바 ‘다원화 조합 투자 프로젝트’에 참여해보라 권했다. 대형 기관과 협력해 추천 정보를 받아 급등주를 알려줄 예정이며 정원이 마감되면 참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동일인이거나 공범으로 추정되는 주변 투자 참여자들까지 동원해 마치 진짜로 수익이 들어오는 것처럼 꾸며냈다. 결국 지난달 6일 처음으로 500만원을 입금했다.
이후에 리딩방 일당은 추가로 입금하지 않으면 돈을 인출하기 어렵다며 추가로 돈을 태우도록 설득했다. 한 번 입금한 이상 계속 돈을 넣을 수밖에 없도록 한 셈이다. 입금 이후엔 자신들이 만든 어플리케이션인 ‘XXXXX’을 통해 마치 높은 수익률을 얻는 것처럼 보이게 했다. 김씨가 1000만원, 2000만원, 6500만원씩 추가로 돈을 넣었던 이유다.
문제는 아직까지도 피해가 이어지고 있으나 잡기 어려워하고 있다는 점이다. 경찰은 진정서를 받은 이후 김씨가 송금한 계좌를 동결 조치했다. 일당이 돈을 인출하지 못하도록 막은 것이다. 그런데도 리딩방 일당은 이후에도 김씨에게 추가 수수료를 입금하면 돈을 뺄 수 있다고 접근하는 중이다.
현재 경찰은 수사를 확대해 나가고 있다. 서울 용산경찰서 관계자는 "현재 사건을 접수해 범인을 추적하고 있다"며 "온라인상 주식 정보방은 모두 사기라고 생각해야 하며 당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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