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 사놓으면 월 5%씩 따박따박”…‘미술품 미끼’ 폰지사기 판친다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며 투자자들에게 수십억 원을 편취한 한 ‘아트테크’(미술품에 투자하는 재테크) 업체 대표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해당 업체는 해외 유명작가의 그림에 투자하면 고수익의 저작권 수익을 돌려받을 수 있다며 피해자들에게 투자금을 뜯어낸 혐의를 받는다. 약속된 수익금은 물론 원금도 돌려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업체가 신규 투자자의 돈을 받아 기존
투자자들의 수익금으로 제공하는 ‘폰지사기’를 벌인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은 피해규모 등을 고려해 수사를 확대해나갈 방침이다.
15일 매일경제 취재에 따르면 최근 경기 용인서부경찰서는 A아트갤러리 대표 이 모씨를 사기죄 혐의로 입건했다. 이씨에 대한 고소장과 진정서는 현재 서울을 비롯해 전국 각지 경찰서에 동시다발적으로 접수돼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 피해자들은 A사로부터 현재까지 70여 명이 사기 피해를 입었고, 피해금액은 50억원이 넘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 피해 사례들이 나오고 있어 피해 규모 등이 늘어날 전망이다.
한 피해자는 “작년 9월께부터 부업을 찾다가 A사를 알게 됐다”며 “해외 유명작가 그림 저작권에 투자해 수익률이 높다는 말을 믿고 7500만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으나 돌려받지 못했다”고 말했다. 다른 피해자도 “처음엔 의심했으나 홈페이지 후기 등을 보고 믿을 만하다고 생각해 1억4000만원을 넣었는데 원금과 수익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A사는 투자자가 미술작품에 조각 투자를 하면 원금보장과 함께 고수익의 ‘저작권 수익 배당’을 돌려주겠다고 말하며 투자자들을 꾀어낸 혐의를 받는다. A사는 계약 중인 미술 작품을 전시회·방송 프로그램 등에 협찬하고, 이를 통해 발생하는 저작권 수익을 분배한다며 피해자들을 속였다.
A사는 ‘뱅크시’ 등 잘 알려진 해외 유명작가와 저작권 판매 협약을 맺었다고 홍보하며 투자자들을 끌어모았다. 또 ‘원금 보장’ ‘연 48~88% 수익’ 등의 문구와 함께 실제 투자자들의 후기글과 영상을 함께 올려 투자를 유도했다. 심지어 세계 최대 온라인 미술작품 거래 플랫폼과 업무협약(MOU)을 맺었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취재 결과 거래플랫폼과의 MOU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고, 투자자들의 후기 영상은 재연배우를 고용해 만든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재연배우가 나왔던 A사의 유튜브 채널은 삭제됐다.
문제는 지난해 12월 20일께 A사가 긴급 공지를 보내며 불거졌다. 공지에서 회사 대표 이씨는 “A사 계좌로 신종피싱으로 추정되는 돈이 입금돼 계좌가 지급정지돼 많은 회원님들이 저작권 수익을 지급받지 못했다”며 “해당 은행에 소명자료를 보낸 상황”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지난 1월 6일과 10일엔 투자자들에게 지연된 수익에 대해 지급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14일 오후 A사는 홈페이지를 폐쇄했지만, A사가 운영하던 형식과 내용이 비슷한 또 다른 회사의 홈페이지가 확인되며 피해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피해자들은 A사 대표인 이씨가 잠수를 타고 비슷한 회사를 차려 또 다른 폰지사기를 벌이려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취재 결과 A사는 이미 지난해 11월 폐업했다. 새로 확인된 홈페이지에 게시된 사업자등록번호는 국세청에 등록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피해자들은 현재 A사가 법인 대포통장을 이용해 10여 개의 계좌로 폰지사기를 저질렀다고 보고 관련 증거자료를 모아 경찰에 제출했다. 이와 관련해 용인서부경찰서는 수원지검에 계좌 압수수색 영장도 신청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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