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빛 보나 했더니 다시 지하실"…카카오, 3만원대 추락 [종목+]
카카오 주가가 다시 3만원대로 주저앉았다. 비상계엄 사태 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수혜주로 분류되며 잠시 급등했지만, 상승세는 오래가지 못했다. 실적 개선 기대감이 꺾인 탓이다. 증권가에선 "새로운 성장 전략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일 카카오는 전날보다 1.60% 오른 3만80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중 한때 3만9250원까지 올랐지만,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하며 3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했다. 지난달 4일 4만7100원까지 오른 점을 감안하면 1개월 만에 19.21% 급락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수익률(-2.28%)과 비교하면 부진한 성과다.
기관 투자자의 매도세가 거세다. 주가 하락세가 시작된 지난달 16일부터 전날까지 기관은 841억원어치 주식을 순매도했다.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하면 코스피 기관 순매도 3위다. 개인은 1080억원을 순매수하며 물량을 받아냈다.
이들은 대부분 돈을 잃고 있다. NH투자증권을 통해 카카오 주식을 보유한 26만8769명(2024년 12월 30일 기준) 중 98.96%는 원금 손실을 보고 있다. 평균 손실률은 52.27%에 달한다. 한 주주는 종목토론방에 "조금 오르는가 싶더니 다시 지하실로 들어간 느낌"이라며 하소연했다.
탄핵·정권 교체 수혜주로 꼽히며 상승했던 주가가 제자리로 돌아온 모습이다. 2023년 윤 대통령은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카카오 택시 횡포는 매우 부도덕하다"고 언급하는 등 카카오를 콕 집어 비판했다. 카카오그룹은 사법 리스크에도 휘말렸다. 창업자인 김범수 카카오 경영쇄신위원장은 주가 조작 혐의로 구속됐다가 최근 보석으로 풀려났다. 또 카카오모빌리티는 경쟁사 가맹택시 콜(호출)을 차단하는 등 시장 지배적 지위를 남용했다는 이유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 총 995억원을 부과받았다.
다만 정권 교체와 사법 리스크 해소를 연결 짓는 건 무리라는 시각도 있다. 오동환 삼성증권 연구원은 "최근 카카오 주가는 국내 정치 상황에 따라 민감하게 움직였다"며 "현 정부에서 카카오는 검찰 및 공정위 수사로 경영진의 리소스(자원)가 분산돼 신규 성장 동력 확보에 실패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정권이 교체된다고 해도 대형 플랫폼에 대한 규제가 완화하고, 카카오 관련 수사 방향성이 바뀔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적에 대한 기대감도 꺾인 상황이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문가들은 카카오의 지난해 연결 영업이익이 5331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산했다. 6개월 전 전망치(6280억원)에 비해 1000억원가량 낮아졌다. 같은 기간 지난해 매출 추정치도 8조4833억원에서 7조9570억원으로 5263억원 하향 조정됐다.
티메프(티몬+위메프) 사태 여파로 지난해 4분기 실적도 부진한 것으로 추정됐다. 오 연구원은 "콘텐츠 매출 감소, 플랫폼 매출 증가세 둔화로 지난해 4분기 연결 매출은 전년 대비 2.6% 감소할 전망"이라며 "티메프 사태 여파로 플랫폼 기타 부문의 매출도 줄어든 것으로 보이며 게임·스토리·뮤직·미디어 등 콘텐츠 모든 부문의 외형도 축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삼성증권은 카카오에 대한 투자의견을 '중립'으로 제시했다. 목표주가는 3만9000원이다. 오 연구원은 "투자의견 상향을 위해 신규 성장 전략과 설득력 있는 실행 방안이 제시돼야 한다"며 "기존 공개된 (대화형 플랫폼) '카나나' 중심 성장 전략이 실효성이 떨어졌던 만큼 새로 공개될 카카오톡 개편의 내용에 따라 중장기 성장성이 결정될 전망"이라고 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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