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주로 불릴 만"…증권가가 입모아 사라는 주식 [분석+]
국내 은행주(株)가 10월 들어 지지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주가연계증권(ELS) 불완전 판매, 주택담보대출비율(LTV) 및 국고채 담합 등으로 인한 과징금 현안이 산적한 데다, 강도 높은 가계대출 규제로 인한 부담이 가중돼서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지금이 매수 기회"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배당세제 개선 등 추가 상승 모멘텀(동력)이 대기하고 있어 '국민주'로의 재평가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은행주를 모아놓은 'KRX 금융지수' 주가는 이달 들어 지난 13일까지 0.64% 하락했다. 이 기간 코스피지수가 4% 급등한 것을 감안하면 성과가 부진하다.
은행 관련 상장지수펀드(ETF) 성과도 부진했다. KODEX 은행은 이달 들어 3.94% 하락했고, TIGER 은행은 3.82% 떨어졌다.
정부의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로 은행권의 가계대출 성장세가 제한받는 상황이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최근 국내 경기가 둔화세인 점, 정부가 금융권에 이번 정권 어젠다인 '생산적 금융'에 대한 기여를 늘리도록 주문하고 있는 점 등도 부담이다.
다만 증권가에서는 되레 조정받는 지금이 매수 구간이라는 평가가 많다. 은행업의 3분기 실적이 컨센서스(시장 전망치 평균)에 부합할 전망인 가운데 배당 세제 혜택 등을 고려하면 은행주의 추가 상승 여력은 충분하다는 판단이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가계대출 규제 리스크가 은행주 주주의 주주환원을 훼손할 가능성은 낮다. 향후 대출성장을 통한 이자이익 확보는 갈수록 어려워지겠지만, 이미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대부분 13%를 웃돌고 있다"며 "잉여 자본의 재투자나 주주환원 확대를 통해 자본효율성을 높이고 수익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부가 지난 7월 말 발표한 '2025년 세제 개편안'에 배당소득 분리과세안을 포함한 점도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았다. 기존에는 배당소득이 금융소득종합과세(2000만원 초과 시 최고 49.5%)에 포함됐지만, 내년부터는 일정 한도 내에서 별도의 분리과세가 적용될 예정이다. 배당소득에 대한 세 부담이 크게 낮아지는 만큼, 향후 국회 논의를 거쳐 이 제도가 실제 도입되면 고배당 종목 중심의 자금 유입이 확대될 전망이다.
아울러 금융지주들이 시행할 '감액배당'(비과세 배당)도 주목된다. 감액배당은 자본잉여금에서 이익잉여금으로 이입된 금액을 주주에게 배당할 경우 과세하지 않는 제도다. 우리금융지주는 내년 초부터 개인투자자의 배당소득에 비과세 혜택이 붙는다. 나머지 금융지주 3사(KB·신한·하나)도 내년 주총을 거쳐 2027년 초부터 감액배당을 시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준섭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주주환원 모범생인 은행계 금융지주들의 모멘텀은 아직 남아있다. 배당소득 분리과세와 감액배당이 화룡점정을 찍어 은행주가 국민주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라며 "지금까지 은행주 주가를 외국인 투자자가 주도했다면, 내년부터는 개인 주주의 비중 확대가 예상된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지난해부터 은행주는 뚜렷한 상승세를 보였지만 그럼에도 여전히 저평가 상태"라며 "지속적으로 매수하고 보유할 것을 추천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금융당국이 제도 손질에 나서면서 과징금으로 인한 은행들은 자본비율 훼손 우려를 덜어낼 것으로 기대된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금융당국이 과징금 부과에 따른 은행 자본비율 산정 방식에 나선 상황이다. 운영리스크 산출 배제 요건을 재검토한다는 것인데, 실현 땐 과징금이 은행 CET 1 비율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은 상당폭 감소할 수 있을 전망"이라며 "지난 2주간의 초과 하락으로 은행주의 가격 매력이 커졌다"고 강조했다.
조아해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각종 규제는 은행들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이며, 예상보다 가팔라진 은행들의 주주환원율 제고 속도를 고려하면 정상화될 가능성은 충분하다"며 은행업종에 대해 '비중확대(Overweight)'를 유지했다.
그는 최선호주로 업종 내 자본비율 우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KB금융을, 차선호주로는 경쟁사 대비 밸류에이션 격차를 줄일 여력이 높은 신한지주를 유지했다. 우리금융에 대해선 보험사 인수에 따른 재무 반영, 주주환원 확대 등을 반영해 목표주가를 7% 상향했다. 반면 카카오뱅크의 경우 부진한 실적을 반영해 적정주가를 10% 내렸다.
반면 일부에서는 신중론도 나온다.
신한투자증권은 단기 주가 향방은 실적보다는 환율·정책·규제 등 외부 변수에 좌우될 것으로 내다봤다. 이 증권사 은경완 연구원은 "3분기 은행업종 순이익은 5조2000억원으로 컨센서스를 4.9% 웃돌겠지만, 이익 변동성이 크지 않아 실적이 주가를 이끄는 힘은 제한적"이라며 "환율 안정화와 세제 요인, 특히 배당소득 분리과세 세율 조정이 업종 반등의 촉매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내년 실적과 주주환원 전망치가 주가에 반영되기 전까지는 계속 조정을 받을 거란 분석이다. 은 연구원은 "하반기 들어 IT 중심 증시 상승에 은행주가 동참하지 못한 것은 과징금·정책 부담 등으로 투자심리가 위축된 탓"이라면서도 "2분기 실적 시즌을 기점으로 주주환원 정책 모멘텀이 소진된 데다, 대형은행 총주주환원율 추가 개선 가능성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신민경 한경닷컴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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