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분하는 법 알려줄게"…20대는 왜 영포티 조롱할까

"김어준을 언론인이라고 믿는다면 영포티다. 유명한 옛 법무부 장관 일가를 보고 가슴이 먹먹해진다면 영포티다."
‘영포티(Young-Forty)' 바람이 불고 있다. 영포티는 젊은 척하는 40대를 조롱하는 일종의 '멸칭'으로 통한다. 최상목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정책보좌관을 지낸 조상현 변호사가 최근 한 언론에 ‘영포티 분류법’을 소개하면서 논란이 확산했다. 정확한 구분법인지 여부는 논쟁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영포티를 적대시하는 20대들이 주로 활동하는 커뮤니티에서는 적잖은 반향을 불렀다.
20대가 이처럼 영포티를 향해 노골적 반감을 드러내는 배경으로 갈수록 커지는 자산·소득 격차 등이 꼽힌다. ‘젊은 세대의 정체성을 흉내 내면서도 기성세대로서 구조적 특권을 누린다’는 인식이 세대 사이의 골을 깊게 패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7일 국가데이터처(옛 통계청)의 2024년 가계금융복지조사에 따르면 40대(40~49세) 가구주의 평균 자산은 5억8212만원으로 전년 대비 3.7% 늘었다. 같은 기간 20대 이하 가구주의 자산은 1억4918만원으로 1.7% 증가하는 데 그쳤다. 40대의 자산 증가율이 20대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자산 격차도 컸다. 지난해 20대 자산은 40대의 '4분의 1' 수준에 머물렀다. 두 세대의 자산 격차는 이만큼 크지 않았다. 2019년 20대 자산은 1억994만원, 40대는 3억2638만원이었다. 20대 자산은 40대의 '3분의 1' 수준이었다. 하지만 2020년 이후 격차는 급격히 벌어졌다. 기준금리 인하와 문재인 정부 시절 부동산 정책 실패로 집값이 급등하면서 40대의 부동산 자산가치가 크게 불어난 결과다.
이 같은 자산 격차는 더 벌어질 전망이다. 수도권 집값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어서다. KB주택가격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8월 서울 아파트 중위가격은 10억4000만원으로 전달보다 1167만원 상승했다. 지난 4월 10억원 선을 넘어선 뒤 넉 달 연속 오름세다.
소득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한국경제인협회에 따르면 2014~2024년 20대의 실질소득(물가 반영 기준) 연평균 증가율은 1.9%를 기록해 모든 세대 가운데 가장 낮았다. 같은 기간 30대(3.1%), 40대(2.1%), 50대(2.2%), 60대 이상(5.2%) 증가율은 모두 2%를 웃돌았다.
20대의 소득 정체는 나빠진 고용 환경과 맞물린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8월 20대 실업률은 5.0%로 전체 평균(2.0%)보다 두배를 웃돌았다. 30대(2.5%), 40대(1.7%), 50대(1.4%)보다도 높고, 60세 이상(1.4%)보다도 심각했다. 구직활동조차 하지 않는 ‘쉬었음’ 인구도 43만5000명에 달했다.
정규직·내집 마련이 멀어진 20대에게 영포티는 곱게 보일 리 없다. 영포티는 경제적 여유를 바탕으로 소비 트렌드를 즐기는 기성세대다. 20대의 눈에는 '젊은 척하는 낡은 기득권'으로 비친다는 평가가 나온다. 연금개혁 지연과 노동시장 이중구조, 치솟는 부동산 가격에 따라 커지는 청년층의 좌절감이 40대에 대한 냉소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김익환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