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때 놀면 뭐하니?…쉬는날 6조씩 매매하는 서학개미들

30대 직장인 A 씨는 연휴 기간 미국 주식 거래창을 수시로 드나들고 있다. 그가 최근 매수한 알리바바의 수익률이 20%를 웃돌면서 짭짤한 수익을 내고 있어서다. 그는 "미국 주식은 늦은 밤부터 새벽까지만 매매가 가능해 그동안 평일에 미몽사몽 잠결에 투자하는 경우가 많았다"며 "추석 연휴에는 출근해야 하는 부담이 없이 또렷한 정신으로 매매를 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올해도 추석 연휴기간 서학개미들의 공격적인 투자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주식시장이 오는 9일까지 5거래일간 휴장에 돌입하면서 이들의 관심이 해외 주식으로 쏠릴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 추석기간 美주식 거래액 '6조'6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해 추석 연휴 기간(2024년 9월16~18일) 3거래일 사이 미국 주식 거래대금(매수+매도)이 44억4054만달러(약 6조2000억원)에 달했다. 2023년과 2022년 추석 연휴 기간에는 각각 15억1436만달러(약 2조1300억원), 16억7783만달러(약 2조3600억원)로 집계됐다. 지난해 거래 규모는 예년보다 약 3배(178%) 가까이 급증한 것이다. 지난해 미국 주식시장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활황세를 보이자 추석 연휴에서 적극적으로 매매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올해도 미국 금리인하, 인공지능(AI) 업황 기대 등으로 연휴 기간 미국 주식 투자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증시는 최근 정부의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에도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달 미국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한 데다 3분기 실적 시즌을 계기로 유동성이 유입되는 분위기다. AI 관련주에 대한 우호적 투자 심리도 기대를 키우고 있다.

오한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정부의 셧다운과 고용 둔화가 미국 증시에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며 "최근 순환매 장세가 빠르게 전개되고 있어 시장을 주도하는 테마를 빠르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대형주 중에서는 엔비디아와 팰런티어가 주도권을 다시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로봇, 코인, 우주항공 테마 역시 주목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 관심 떨어진 TSLL, 수익률 42%서학개미들은 올해도 미국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수하고 있다. 이들이 올해(연초~9월말)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서클로 나타났다. 올해 사들인 금액이 무려 1조2400억원(8억8268만달러)에 달한다. 정부가 원화 스테이블코인 도입에 나선 데다 네이버 등 국내 빅테크 기업들 역시 이 시장에 뛰어들면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서클의 국내투자자 평균 수익률은 -22.89%를 기록 중이다. 지난 6월 상장한 서클은 같은달 말 240달러대까지 뛰었다. 공모가 31달러 대비 7배(674.19%) 폭등하다가 최근 고점 대비 급락한 상태다. 주가가 주춤하면서 전반적인 수익률을 끌어내린 것으로 보인다.
순매수 2위는 유나이티드헬스(8억7467만달러)였다. 미국 최대 의료보험사로 올해 주가가 내리막을 타고 있다.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 이끄는 버크셔해서웨이가 최근 이 회사의 주식을 매수했다는 소식으로 투자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투자자들이 저점 매수할 타이밍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종목의 수익률은 11.08%로 나타났다.

순매수 3위는 미국 대표 배당성장형 ETF ‘슈와브 US 디비던드 에쿼티’(SCHD)로 집계됐다. 순매수 규모는 8억2569만달러다. SCHD는 에너지주, 헬스케어주 등 배당성향이 높은 가치주를 주로 담고 있어 주가 방어력이 높은 편이다. 최근 수익률은 부진하지만 장기적인 투자 목적으로 관심을 받은 것으로 관측된다. 김남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글로벌ETF운용본부장은 지난 2일 유튜브 웹세미나에서 2분기 SCHD 분배금이 전년 대비 감소했지만, 연간 분배금은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배당주는 투자자가 은퇴 시점까지 꾸준하게 적립식으로 모아가는 상품"이라며 "분배금 수익뿐만 아니라, 주가 변동에 따른 시세 차익까지 누릴 수 있다"고 했다.
순매수 4위는 비트마인(8억295만달러)이다. 비트코인 채굴사업을 운영하던 비트마인은 지난 6월 말 이더리움을 매집하겠다고 선언하면서 투자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비트마인은 연초 0.35달러에 불과했으나 지난 7월 135달러까지 폭등했다. 무려 380배 이상 뛰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순매수 5위는 ‘디렉시온 데일리 테슬라 불 2X’(TSLL)으로 7억3621만달러의 순매수 규모를 기록했다. 이 상장지수펀드(ETF)는 테슬라의 하루 수익률을 두 배 추종한다. TSLL은 올해 1~7월 순매수 1위에 올랐던 종목이다. 테슬라 주식 선호도가 떨어지면서 순위권에서 밀린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최근 반등세를 보이며 수익률은 41.66%에 달했다.
이밖에 지난달 순매수액이 높았던 종목으로는 비트마인(1위), 아이리스 에너지(2위), 오라클(3위), '2X 이더리움’(ETHU) 등으로 나타났다. 아이리스 에너지는 수력,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비트코인 채굴 사업에 활용하고 있다. AI 클라우드로 사업을 다각화하고 있다. 오라클은 최근 오픈AI와 약 3000억달러(약 410조원) 규모의 클라우드 컴퓨팅 계약 등이 호재로 작용하면서 주가가 뛰고 있다.

조아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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