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발진 환경부…탄소 배출 최대 67% 감축

정부가 2035년 국가 온실가스(탄소) 배출량을 최대 67%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의 산업 구조를 고려할 때 감축 목표가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게다가 환경부가 산업통상자원부의 전력·에너지정책 부문을 흡수해 기후환경에너지부로 재편되면 이 같은 급진적 탄소 감축 정책에 더욱 속도가 붙을 것으로 경제계는 우려하고 있다.
◇ 정부 “2035년 탄소 최대 67% 감축”환경부는 8일 국회 기후위기특별위원회에 ‘2035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2035 NDC) 초안’을 보고했다. 초안에 따르면 2035 감축 목표를 40% 중후반, 53%, 61%, 67% 등 네 가지 안으로 제시했다. 환경부는 산업부 등 각 부처와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시민사회 의견을 수렴해 이 같은 초안을 내놨다. 산업부가 산업계 의견을 반영해 40% 중후반으로 다소 보수적 목표치를 냈지만 환경부는 시민사회 의견을 바탕으로 53~67%를 제시했다.
한국 등 파리기후협약 체결국은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5년마다 탄소 감축 목표를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2020년 ‘2030 NDC’(목표치 40%)를 제출한 한국은 오는 11월 브라질에서 열리는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에서 ‘2035 NDC’를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11월까지 각계 의견을 수렴해 최종안을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산업계는 정부가 제시한 67% 감축률 목표를 두고 크게 우려하고 있다. 국회에 발의된 위성곤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탄소중립 개정안(2035 NDC 하한선 60%)과 같은 당 이소영 의원안(61%)보다도 높은 수준이어서다. 한 에너지정책 전문가는 “민주당 의원들은 에너지 안보나 산업 경쟁력보다 기후위기 대응과 탄소중립 이행에 더 방점을 두고 개정안을 만들었는데 이보다 더 높은 목표를 정부가 제시한 셈”이라며 “민주당 의원들로선 당연히 67%에 집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67% 감축률을 달성하려면 올해부터 2035년까지 연평균 3695만t을 감축해야 한다. 지난해 감축량의 두 배(1419만t)가 넘는 수준이다. 정부는 철강업계의 수소환원제철 도입 시점을 앞당기고, 탄소 포집·저장·활용(CCUS) 기술 도입을 지원하는 등으로 목표를 뒷받침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수소환원제철 성공 여부부터 불투명하다는 평가가 많다. 한 철강업계 관계자는 “수소환원제철 도입은커녕 기술이 성공할지도 미지수”라며 “2035 NDC 67% 달성 요구는 제철소와 나프타분해시설(NCC) 공장 가동을 중단하라는 이야기”라고 지적했다.
◇ 탄소 감축 ‘과속 시나리오’ 우려환경부는 2035 NDC 초안에 밝힌 67% 감축률이 확정안이 아니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 사이에서는 “시민단체가 주장하는 탄소 감축률을 정부가 공식 보고서에 표기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여기에 기후환경에너지부 신설이 확정된 만큼 탄소 감축 정책이 산업계의 견제를 벗어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금까지는 산업부가 에너지 수급과 전력 생산을, 환경부가 탄소 감축을 맡아 상호 견제해왔지만 환경부가 주도하는 기후환경에너지부가 출범하면 탄소 감축 강화에만 방점이 찍힐 수 있다는 것이다.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에 출석해 ‘에너지 분야 환경부 이관 문제에 대해 의견을 냈느냐’는 질의에 “나는 (이관) 반대 의견을 분명히 제시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분리 이후에도) 산업적 부분은 산업부가 할 수밖에 없고, 산업과 에너지를 유기적으로 연결해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김익환/김리안/곽용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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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0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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