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규 칼럼] 부담부 증여와 조건부 증여는 뭐가 다를까

증여는 기본적으로 무상으로 재산을 이전하는 법률행위다. 조건이나 부담이 붙은 증여는 무상 증여와는 구별된다. 실제 생활에서는 증여가 아무런 조건 없이 이뤄지는 경우보다 일정한 부담이나 조건을 수반하는 방식으로 발생한다. 이 중 세법상 특히 중요한 개념이 바로 부담부 증여다. 이와 유사한 개념으로 민법상 조건부 증여가 있다. 이 두 가지는 표현상 유사해 보이나, 법적 성격과 과세 방식에서 큰 차이가 있을 수 있으므로 정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다.
부담부 증여는 이미 재산이 이전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수증자는 채무를 즉시 부담하게 되고, 증여자와 수증자 양측 모두 과세 의무가 발생한다. 반면 조건부 증여는 아직 증여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로, 조건이 충족되기 전에는 아무런 재산 이전도 발생하지 않는다. 세법상 과세 기준과 시기도 완전히 다르다.
세법상 부담부 증여는 절세 목적이 강한 반면, 민법상 조건부 증여는 수증자에 대해 재산 관리 등의 통제를 계속하고자 하는 목적이 강하다는 점에서 쓰임새에 차이가 있다. 세법상 부담부 증여란 증여자가 수증자에게 재산을 증여하면서 그 재산에 설정된 채무나 기타 부담을 수증자가 함께 인수하는 형태를 말한다.
예컨대 부모가 자녀에게 1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증여하면서 해당 부동산에 설정된 5억원의 근저당권 채무를 자녀가 함께 인수하도록 하는 경우 부담부 증여가 된다. 이때 세법은 증여받은 자산 중 채무 부담에 해당하는 부분은 유상 이전으로 보고, 증여자가 그 부분에 대해 양도소득세를 납부하게 한다. 채무를 제외한 나머지 무상 이전 부분은 증여로 간주되고 수증자가 증여세를 부담한다. 이처럼 부담부 증여는 유상의 재산이전과 무상의 재산이전이 혼합된 형태가 되고 유·무상의 재산이전 행위에 대해 각각 과세되는 구조를 가진다.
이런 이유로 부담부 증여는 절세 전략의 하나로 활용된다. 채무 부분이 유상 이전으로 간주돼 증여세 과세 대상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실무에서 형식적 부담부 증여에 대해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어 수증자의 채무 인수 능력, 실제 채무 인수 여부, 변제 내역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다. 부담부 증여로 판단되지 않으면 전체 금액에 대해 증여세가 부과될 수 있다.
반면 민법상 조건부 증여는 증여자가 일정한 조건을 붙여 재산을 무상으로 이전하는 것으로, 민법 제555조에 따라 정지조건 또는 해제조건을 붙일 수 있다. 민법상 조건은 어떤 사실의 성취를 기초로 법률효과가 발생하거나 소멸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조건을 생전 증여에 활용하면 자녀에게 사전에 재산을 넘기면서도 향후 발생할 변동에 대비할 수 있다. 절세와 자산승계 방법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민법상 조건부 증여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조건이 성취돼야만 증여의 효력이 발생하며, 조건이 성취되지 않으면 법률 행위로서 성립조차 하지 않는 것을 조건부 증여라고 한다. 예를 들어 “결혼을 하면 A부동산을 주겠다”는 식의 증여는 조건부 증여다. 이때 증여세 과세 시점은 증여 의사를 표시한 때가 아니고 조건을 성취한 시점이 된다.
반면 증여의 법적 효력은 증여 시 발생하지만 조건이 성취되면 증여가 법률행위로서 효력을 잃는 것을 해제조건부 증여라고 한다. 예를 들어 “증여 후 3년 이내에 이혼할 경우 증여는 해제된다”는 식의 증여는 해제조건부 증여라고 한다. 해제조건부 증여는 조건부로 즉시 성립하기 때문에 세법상 증여세는 재산이 수증자에게 이전된 시점을 기준으로 과세한다. 증여자는 절세전략, 수증자에 대한 자산승계 계획을 철저히 고려해 어떤 증여방식을 취할 것인지 택해야 한다.
곽종규 국민은행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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