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 9% 수익 가능…증시 주춤하자 ELS 인기 회복
국내 증시 상승세가 올 하반기 들어 다소 주춤하자 주가연계증권(ELS) 판매가 급증하고 있다. 기초자산 가격이 사전에 정한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시장 금리보다 훨씬 높은 이익을 챙길 수 있는 매력 때문이다. 다만 상품 구조에 따라 증시가 급작스럽게 냉각하면 대규모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

1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ELS(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포함) 발행 금액은 지난달부터 이달 8일까지 한 달여간 5조812억원이었다. 상반기 발행액 21조7316억원의 4분의 1이 약 한 달 만에 팔렸다. 1~8월 발행 금액은 26조2674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92% 늘어났다.
ELS는 특정 주가지수나 개별 종목 가격을 기초자산으로 설계한 파생상품이다. 기초자산 가격이 사전에 지정한 범위 안에서 움직이면 약속한 이표(쿠폰) 수익을 지급한다. 판매 증권사는 고객에게서 받은 돈으로 채권을 매수하는 동시에 기초자산의 매도 선택권(풋옵션)을 내다 판다. 만기에 채권이자와 풋옵션 매도 프리미엄 일부를 투자자에게 돌려주는 형태가 일반적이다. 상품 구조상 기초자산이 다양하고, 기초자산의 변동성이 클수록 기대 수익률이 높다.
증권가는 다음달부터 ELS 발행액이 더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들이 지난해 홍콩 H지수 연계 상품의 대규모 손실 사태로 중단한 ELS 판매를 재개하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오는 9월부터 시행하는 ‘고난도 금융투자상품’ 판매 가이드라인에 따라 300여 개 거점 점포에서 제한적으로 ELS 판매에 나선다.
◇변동성 확대에 투자자 몰렸지만ELS가 인기를 회복하자 증권사들은 연 9%대 고수익을 제시하거나 ‘월 지급식’ 등 다양한 구조의 상품을 출시하며 투자자를 모집하고 있다. 키움증권은 지난 5일 코스피200지수와 S&P500지수, 닛케이225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세전 연 수익률 9.2%를 기대할 수 있는 ‘제3517회 키움 ELS’를 출시했다. NH투자증권은 나스닥시장 상장사인 팰런티어와 브로드컴을 기초자산으로 매달 0.75%의 이자를 지급하는 ‘NH Now 648 ELS’를 판매했다.
증권업계에선 시장 금리 하락과 증시 상승세 둔화로 ELS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진단했다. 서울 강남권 지점에서 근무하는 한 증권사 PB는 “국내 증시 상승장은 하반기에도 이어지고 있지만 시장 주도주가 빈번히 뒤바뀌어 종목 선택 부담이 커졌다”며 “극단적인 시나리오를 제외하면 시장금리보다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고, 조건에 따라 연 환산 20%대 수익도 노릴 수 있는 상품의 매력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녹인 배리어’ 등 눈여겨봐야다만 ELS에 투자할 때 상품 구조와 기초자산에 따른 리스크를 엄격하게 따져봐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당부한다. ELS는 기초자산 수가 많고 지수보다 종목을 기반으로 설계한 상품일수록 약정 수익률이 높지만 손실 위험도 크다.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구간을 뜻하는 ‘녹인 배리어(Knock-in Barrier)’에 따라 상환 시점의 가격과 무관하게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주의해야 한다.
주요 지수가 최고가에 근접한 상황에서 ELS 판매가 늘어난 점도 우려를 산다. 2021년 초 홍콩 H지수가 1년 전보다 15% 급등하자 국내에선 관련 ELS가 20조원어치 발행됐지만, 이후 H지수가 3년 동안 하락하자 4조6000억원의 원금 손실이 발생했다. 지난달에도 테슬라 주가가 295달러까지 급락하자 작년 12월~올해 1월 테슬라 주가 400달러대에서 팔린 상품 다수가 손실을 봤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ELS는 과거 중위험·중수익 제품으로 마케팅이 이뤄졌지만 하락장에서 손절이 불가능하고 전액 손실이 가능한 고위험 상품”이라며 “철저히 위험성을 감내할 수 있는 투자자만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전범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