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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떨어지면 더 사라"…美 연금 백만장자처럼 왜 못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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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퇴직연금에서 국내 주식시장에 유입된 돈은 작년 말 기준 약 17조원으로 전체 시가총액의 2%에 불과하다. 반면 미국에서는 우리의 500배인 8700조원 넘는 자금이 증시로 들어갔다. ‘코스피지수 5000 시대’를 열기 위해선 미국처럼 연금 자산을 증시로 끌어들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6일 자본시장연구원과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국내 퇴직연금 자산(431조7000억원) 가운데 주식 투자 비중은 지난해 말 4.4%에 그쳤다. 전체 자산의 85%(367조원)가 예·적금 등 원리금 보장형에 방치돼 있다. 주식 비중이 워낙 작아 올해처럼 코스피지수 수익률이 세계 최상위권을 기록해도 ‘남의 잔치’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국은 증시 활황이 국민의 노후 자금 증식으로 직결되는 구조다. 401K로 대표되는 퇴직연금의 71%가 주식시장에 들어가 있어서다. 자국 증시에 투자 중인 자금이 6조3101억달러에 달한다. 연금컨설팅 업체 AON의 러스 아이빈잭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장기투자 성격의 연금 자산이 든든하게 떠받친 덕분에 뉴욕증시가 닷컴버블 붕괴,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이겨내고 우상향해 왔다”고 설명했다.

선진국들은 고령화에 따른 국민연금 고갈이라는 공통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일찌감치 증시에서 해법을 찾고 있다. ‘기업의 자금 조달→주가 상승→국민의 노후 자산 증식’이라는 선순환을 마련한 덕분에 연금만으로 백만장자가 된 사람이 크게 늘었다. ‘현금과 저축의 나라’였던 일본 역시 연금을 기반으로 한 자국 증시 활성화에 사활을 걸고 있다. 신(新)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 등에 파격적인 세 혜택을 부여한 배경이다. 영국과 호주는 자산운용사가 적립금을 대신 굴려주는 제도를 통해 연금 수익률을 대폭 끌어올렸다.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퇴직연금 자금을 미국 수준으로 증시에 끌어들이면 코스피지수 5000도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며 “국내 증시 상승이 국민 노후 개선과 연결되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美증시 떠받치는 401K 자금, 퇴직연금 71%를 주식에 투자

디폴트옵션 도입 후 급성장

“바이 더 딥(Buy the Dip·떨어지면 더 사라).”

미국 증시 투자자 사이에서 격언처럼 통하는 말이다. 미국 증시는 일시적으로 흔들려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상승세를 이어간다는 경험칙이 굳건하다. 달러 패권을 바탕으로 한 미국 경제 성장, 인공지능(AI) 시장을 이끄는 혁신 기업에 대한 믿음이 핵심 근거다.

미 증시에 대한 믿음의 또 다른 축은 퇴직연금이다. 매년 퇴직연금을 통해 밀려 들어오는 막대한 자금은 수급 측면에서 증시를 든든히 떠받치고 있다. 한국 증시의 질적 성장을 위해서도 연금과 증시의 선순환이 이뤄지는 미국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조언이 나온다.

◇ 증시 대들보 역할 하는 미국 연금

미국 자산운용협회(ICI)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확정기여(DC)형 퇴직연금인 401K 자금은 8조8875억달러(약 1경2350조원)로, 전년 대비 1조275억달러 늘었다. 미국 퇴직연금 가운데 70% 넘는 돈이 주식에 투자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대략 7300억달러가 증시에 새로 유입된 셈이다.

퇴직연금에서 유입되는 자금은 미국 증시 수요의 강력한 축이다. 시장 상황에 관계없이 매년 기계적 순매수가 이뤄지기 때문이다. 러스 아이빈잭 AON 글로벌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 노동시장이 지금처럼 완전고용 수준을 유지한다면 연금에서 투자되는 주식 자금이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연금이 주식시장의 ‘큰손’으로 자리매김한 데는 디폴트 옵션(사전지정 운용제도)의 역할이 컸다. 디폴트 옵션은 투자자가 운용 지시를 하지 않으면 미리 정해둔 상품에 자동으로 투자하는 제도다. 회사마다 포트폴리오는 다르지만 적립금의 70% 이상을 주식에 투자하는 상품이 대부분이다.

미국에서 디폴트 옵션이 활성화한 건 2006년부터다. 연금보호법상 기업이 운용 손실에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명시되면서다. 디폴트 옵션 도입 초기인 2007년만 해도 연금에서 주식을 전혀 담지 않은 투자자가 13.2%를 차지했지만 2022년엔 이 비중이 3.4%로 줄었다. 이병선 모건스탠리 퇴직연금사업부 이사는 “미국에서도 개별 근로자들은 연금이 어디에 투자되고 있는지 잘 모를 정도”라며 “개별 투자자 교육도 중요하지만 구조적으로 주식 투자를 유도하는 디폴트 옵션이 미국 연금제도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 강력한 세제 혜택으로 연금 유인

미국 정부는 세제 혜택을 늘리는 등 퇴직연금 제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미국 401K를 통해 세금 공제를 받을 수 있는 연간 적립금 한도는 올해 기준 2만3500달러다. 지난해보다 500달러 늘었다. 별도로 개인연금인 IRA의 적립 한도는 7000(50세 미만)~8000달러(50세 이상)다. 한국의 연금 관련 세액공제 적립 한도는 훨씬 낮다. DC형 퇴직연금은 연봉의 12분의 1, 개인형 퇴직연금(IRP)과 연금저축을 합친 개인연금은 연간 900만원 수준이다.

미국에선 개인별 유불리에 따라 세금 부과 방식도 선택할 수 있다. 연금으로 수령할 때 세금을 내는 ‘기본 방식’과 적립 단계부터 세금을 떼는 ‘로스(roth) 방식’ 가운데 선택할 수 있다. 김갑래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에선 사적연금에 세제 혜택이 많고 방식도 다양하다”며 “한국 역시 사적연금 활성화를 위한 제도 개선을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미국 기업들은 최근 퇴직연금 관련 지원을 늘리는 추세다. 근로자의 업무 집중을 유도하고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서다. 고용주가 매년 근로자 한 달 치 임금을 적립하는 한국과 달리 미국은 근로자가 일정액을 넣으면 회사가 동일한 금액을 매칭해주는 방식이다. 매칭 비율과 상한 등은 기업마다 다르다.

마이크 덜러핸 프랭클린템플턴 퇴직연금영업부 이사는 “미국 공적연금인 사회보장연금의 고갈 우려가 커지자 직장을 고를 때 퇴직연금 혜택을 중시하는 근로자가 늘고 있다”며 “코로나19 사태 이후 노동시장이 근로자 우위로 바뀌면서 인재 확보를 위한 기업 간 연금 혜택 경쟁이 치열해지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도쿄=최만수/뉴욕=나수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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