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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 받는 美 증시…"매수 타이밍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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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없이 달려온 미국 증시가 올 들어 주춤하자 향후 방향을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밀어붙이는 관세 정책으로 불확실성이 커지고 중국 인공지능(AI) 딥시크가 등장해 AI 관련주가 타격을 받으며 미국 증시는 하락세로 전환했다. 반면 유럽 중국 한국 등 비(非)미국 시장은 상승세를 타 ‘미국 예외주의’라는 믿음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미국 증시는 이대로 주저앉을까. 대부분 전문가의 답은 ‘아니오’다. 단기적으로 변동 장세를 지나가는 건 불가피하지만 올 2분기를 통과하며 하반기가 가까워질수록 바닥을 다진 후 우상향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불확실성을 가중하는 관세 정책이 계속되기는 어려운 만큼 갈등이 일단락되고 금리 인하로 유동성이 증가하면 활력을 되찾을 것이란 관측이다.

힘 못 쓰는 美 증시

9일 인베스팅닷컴에 따르면 최근 한 달간 나스닥 종합지수는 6.8%, S&P500지수는 4.24% 하락했다. 반면 코스피지수와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각각 1.65%, 2.09% 상승했다. 2010년 이후 전 세계 증시 가운데 월등한 수익률을 자랑해 온 미국 증시의 체면이 구겨졌다. 특히 그동안 미 증시를 견인해 온 엔비디아(-15.63%) 팰런티어(-27.22%) 테슬라(-25.11%) 등 빅테크 주가 하락세가 매서웠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미국 증시의 변동성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휘두르는 ‘관세 칼날’이 미국의 인플레이션을 자극하고 경기를 끌어내려 단기 진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수장을 맡은 정부효율부(DOGE)가 연방 공무원을 대거 해고한 것도 고용에 대한 우려를 부추기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시장 심리가 악화해 리스크 선호 지표가 2023년 10월 이후 처음 마이너스로 전환했다”고 짚었다.

“견조한 1분기 실적이 반등 계기 될 것”

이대로 미국 증시가 꺾여 장기 하락세로 접어들 것이라고 전망하는 의견은 극소수다. ‘트럼프 2기’ 정책 때문에 불거진 악재들이 시장을 근본적으로 뒤집을 정도는 아니라는 얘기다. 우선 미국 상장기업의 성장이 여전히 견조하다. 시선이 집중된 엔비디아의 작년 4분기 실적에 대해서는 “할 만큼 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최근 전망치가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S&P500지수에 속한 기업의 올해 이익 증가율은 10%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윤여철 유안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 증시가 조정받고 있지만 기업의 이익 증가세가 꺾인 게 아니라 기대치가 낮아진 것”이라며 “미국은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경기가 좋은 국가고 증시 또한 고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다음달 말부터 발표되는 기업들의 올 1분기 실적이 반등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미국 증시 조정이 트럼프 대통령이 의도했거나 최소한 용인한 결과라는 해석마저 나온다. 미국 정부가 향후 6개월 동안 차환해야 할 부채가 7조달러에 육박하고, 이를 위해서는 여전히 10년 만기 기준 연 4%를 크게 웃도는 국채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 경우 리파이낸싱(조달한 자금을 상환하기 위해 다시 자금을 조달하는 일)이 일단락되는 오는 6월께 시장이 정상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김상훈 하나증권 채권담당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시장의 고통을 감수하면서 장기적으로 더 낮은 금리 수준에서 부채를 리파이낸싱하겠다는 게 트럼프 행정부의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하가 하반기부터 재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증시 반등의 열쇠로 꼽힌다. 노무라증권은 “트럼프 행정부 정책으로 미국 경제 둔화 우려가 커져 연내 세 차례 기준금리가 인하될 가능성이 확고해지고 있다”며 “일부에서는 4회 이상 내릴 가능성도 반영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김태홍 그로쓰힐자산운용 대표는 “(단기적 불확실성으로) Fed가 금리 인하를 예상보다 이르게 단행할 가능성이 있다”며 “유동성이 풀리면서 증시가 반등할 것이므로 매수 타이밍이 점점 다가오고 있다”고 조언했다.

AI 대중화…“트래픽 효율화 업체 유망”

다만 미국 증시가 반등하더라도 과거처럼 엔비디아를 비롯한 AI 하드웨어 종목이 주도하는 흐름이 재현될 가능성은 작다는 게 중론이다. 윤 센터장은 “2023년 말 엔비디아가 S&P500지수에 속한 기업의 순이익과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각각 2.4%, 2.9%였는데 작년 말 3.5%, 6.5%로 급격히 상승했다”며 “과열된 측면이 있었다”고 분석했다.

AI 관련주에 대한 투자 아이디어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분야가 더 유망할 것이라는 진단이 많다. 김 대표는 “지금까지는 AI 인프라를 구축하는 단계였지만 최근 들어 AI를 직접 사용하는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기업으로 AI 기반 고객관리 솔루션을 제공하는 세일즈포스(CRM)와 마이크로소프트(MSFT) 등이 꼽힌다.

AI 사용이 늘어남에 따라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트래픽을 효율화해주는 업체도 유망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업·소비자 간 거래(B2C) 분야 AI의 승자가 아직 명확히 드러나지 않았지만 AI 대중화라는 흐름에 맞춰 투자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황수욱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딥시크 홈페이지의 트래픽은 지난 1일 기준 1월 27일 대비 5700% 증가했고 챗GPT의 유료 트래픽도 같은 기간 두 배 늘었다”며 “트래픽 증가에 따라 실적이 개선될 트래픽 솔루션 업체에 주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클라우드플레어(NET)와 F5(FFIV)가 대표적이다. 상장지수펀드(ETF) 중에선 ‘앰플리파이 사이버보안 ETF’(HACK)가 트래픽 효율화 기업을 비중 있게 담았다고 평가받는다.

박한신/양현주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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