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60은 달리는 말, 2030은…" 초고수들 어디 베팅했길래
올해 국내 증시가 호조를 보인 가운데 수익률 상위 1% 초고수는 조선과 원전, 반도체 관련주에 집중 투자한 것으로 나타났다. 단기간 급등한 엔터테인먼트 업종에선 매도 흐름이 뚜렷했다. 다만 청년과 중·장년층 고수의 개별 투자 종목에선 큰 차이가 난 것으로 파악됐다.
◇‘달리는 말’ 오른 50~60대 고수9일 미래에셋증권이 집계한 투자 고수 포트폴리오를 보면 50대와 60대 이상 연령층에서 지난달 순매수 1위에 오른 종목은 각각 한화오션, HD현대중공업이었다. 미래에셋증권이 인공지능(AI)을 활용해 수익률(최근 1년), 거래 내역, 매매 패턴 등을 바탕으로 ‘예상 성적 상위 5000명’의 투자 바구니를 분석한 결과다.
60대 이상은 HD현대미포(6위), HD현대마린솔루션(9위) 등 다른 조선주도 많이 담았다. 조선주는 대표적인 ‘트럼프 수혜주’로 꼽힌다. 이상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관세 위협이 현실화하고 있지만 조선업종은 한·미 간 협력 의지가 확고하다”며 “조선업종 주가가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원전 대표주인 두산에너빌리티도 50대와 60대 이상 모두에서 5위권 내 안착했다.
20·30대 고수는 저평가된 종목을 활발하게 찾는 모습이었다. 30대 고수의 지난달 순매수 상위 1~5위 중 철강관 제조업체 태광을 뺀 나머지는 반도체주 일색이었다. 반도체 부품회사 티엘비(1위), 반도체 소재 동진쎄미켐(2위), 삼성전자(4위) 등이 대표적이다. 시가총액이 1849억원(지난 7일 기준)에 불과한 티엘비 주가는 2월에만 최고 80.4% 급등했다.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관련주 주가는 삼성전자가 연저점(2월 3일·주당 5만1000원)에서 15% 넘게 반등하는 구간에서 더 많이 뛰었다.
20대 고수의 포트폴리오엔 반도체 수율 개선용 전자 현미경을 생산하는 코셈(1위)과 삼성전자(2위)가 많이 담겼다.
◇단기 급등한 엔터주는 ‘일단 매도’바이오는 연령대와 상관없이 인기를 끄는 투자 섹터였다. 10대 고수는 신약 개발기업 한올바이오파마를 가장 많이 매수했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10대의 투자 바구니는 직간접적으로 부모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장기간 묵혀둘 만한 성장주로 바이오 기업이 꼽혔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펩트론(20대·4위), 알테오젠(40대·3위), 리가켐바이오(60대 이상·4위) 등도 인기였다. 안정환 인터레이스자산운용 대표는 “소수 업종을 중심으로 단기간 매매하는 방식이 대세로 자리 잡은 국내 증시에서 유망한 부문을 하나만 꼽자면 바이오 기술 수출주”라고 말했다.
수출이 꾸준히 늘고 있는 화장품과 미용기기도 고수에게 낙점됐다. 50대가 두 번째로 많이 매수한 종목은 미용기기업체 클래시스다. 10대는 색조화장품 업체 아이패밀리에스씨를 두 번째로 많이 샀다.
투자 고수는 주가가 단기 급등해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 매력이 떨어진 종목을 순매도 리스트에 적극 올렸다. 하이브와 YG엔터테인먼트 등이다. 특히 50대와 60대 이상의 순매도가 집중됐다. 아티스트가 활동을 재개하고 관세 무풍지대로 여겨져 각광받았지만 단기간 50% 안팎 급등한 게 주요 배경으로 꼽혔다.
삼성전자가 최대주주가 되며 ‘로봇 대장주’ 자리를 꿰찬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0대를 뺀 전 연령대에서 순매도 상위였다. 주가가 올 들어서만 두 배 가까이 뛴 종목이다. 초고수는 올해 LG화학, LG에너지솔루션 등 2차전지 및 화학 업종, LS일렉트릭 등 전력기기 업종에서도 매도 우위를 보였다. 주가가 반짝 상승한 시기를 차익 실현 기회로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시은 기자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