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특혜법 해부③] 이재명 정부라고 다를까…금감원‧국민연금 역할론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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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인포스탁데일리
[인포스탁데일리=박상인 기자] 역대 정권에서 논의는 이뤄지지만 항상 제자리 걸음중인 보험업법 개정안, 이른바 ’삼성생명법’. 치밀한 로비가 통하는 것일까, 아니면 정치권의 타협, 시장 충격론을 앞세운 여론몰이의 산물일까. 개혁과 성장을 동시에 내세우고 있는 이재명 정부에선 과연 어떨까. 참여연대 출신 이찬진 금감원장의 등판과 삼성전자 (KS:005930) 주요주주인 국민연금이 주요 변수로 작용될 여지가 있을까.
이재명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개혁’과 ‘성장’을 동시에 내세운다. 개혁파는 ’취득원가 방패는 삼성을 지켜주는 특혜’라고 압박을, 성장을 앞세운 친(親)기업 진영에선 삼성생명법 통과에 따른 삼성전자 지분 대규모 매각이 자본시장에 충격을 주고, 한국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며 반발한다.
25일 현재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된 법안은 이 두 흐름의 충돌 속에서 답보 상태다. 개혁을 추진하기엔 정치적 부담이 크고, 무산시키자니 여론의 비판이 두렵다.
여권 내부에서는 “이번엔 다를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역시 최근 금융감독원장으로 새롭게 부임한 이찬진 변호사가 최대 변수다. 그는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장·집행위원장·정책자문위원장 등을 지내며 삼성 지배구조 문제를 집요하게 비판해 온 인물이다. 특히 2015년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당시 ‘승계를 위한 합병’이라며 강하게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이 신임 금감원장이 새롭게 등장하며, 금융당국이 삼성생명법 개정 논의에 보다 적극적인 스탠스를 취할 수 있다는 전망이 제기된다.
신중론도 만만치않다. 참여연대 출신이라는 경력 때문에 개혁 성향이 부각되지만, 금감원장이라는 자리 특성상 시장 안정과 감독 기조를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해석이다.
실제 앞서 14일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취임식 직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이 신임 원장은 “자본시장이나 금융시장에 불안정성을 초래할 만한 어떠한 액션도 당장 내놓지 않겠다”면서 “과격한 사람은 전혀 아니다. 집단적 의사결정과 토론을 거쳐 합의하는 방식에 익숙하다”라며 향후 행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삼성생명법에서 국민연금도 빼놓을 수 없다. 국민연금은 삼성전자 주요 주주다. 현재 최대 지분은 삼성생명보험 등 특수관계인 등 약 20%지만, 국민연금 역시 7%대 지분을 들고 있는 최대 기관투자자로서 무시할 수 없는 변수다.
이미 국민연금의 영향력은 2015년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에서도 입증됐다. 당시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1%를 가져 사실상 합병 성패를 가를 캐스팅보트였다. 합병안이 통과되려면 주주총회에서 3분의 2 이상 찬성이 필요했는데,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합병은 가까스로 성사됐다. 덕분에 이재용 회장은 삼성물산을 그룹 지배구조 상단에 올려놓을 수 있었다. 국민연금이 삼성 지배구조 문제에서 왜 ‘결정적 변수’인지 알 수 있는 사례다.
그런 점에서 이번 삼성생명법 논의에서 국민연금은 주요 변수다. 만약 법안이 통과돼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지분을 대거 매각한다면, 국민연금은 지배구조 변화를 좌우할 수 있는 ‘킹메이커’로 떠오른다. 정치·사회적 압력 속에서 어떤 행동을 취할지가 삼성 경영권 안정성의 최대 변수다. 국민연금이 단순 투자자 관점에서 움직일지, 공적 연기금으로서 개혁 압력에 부응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법안이 통과된다면 삼성생명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8.51%) 중 시가 기준 3%를 초과한 부분인 5.51%를 매각해야 한다. 규모로는 약 23조 원이다. 대규모 물량 출회 우려에 따른 삼성전자 주가 불안이 불가피하다. 시가총액 1위 회사의 불안은 증시 전체 리스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또 중기적으로 삼성의 지배구조 개편이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물산 중심의 지주회사 전환, 계열사 합병, 자사주 매입 등이 거론된다. 국민연금과 외국 자본이 삼성전자 지분을 확대할 가능성도 커진다.
장기적으로는 삼성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완전히 전환될 수 있다. 기존 ‘삼성생명-삼성전자’ 출자 고리는 무너지고, 삼성바이오로직스를 이용한 새로운 구조가 부상할 수 있다.
이번에도 법안이 무산되면, 삼성은 삼성전자 지분을 그대로 유지하는 등 현 체제를 당분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정치권에서의 법안 재발의가 끊이지 않으며, 삼성 특혜에 대한 비판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결국 삼성생명법은 단순한 보험업법 개정이 아니다. 이번 국회가 ‘삼성’이라는 이름 앞에서 얼마나 일관된 원칙을 세울 수 있는지를 가늠하는 시험대다. 선택에 따라 삼성의 지배구조뿐 아니라 한국 기업 지배구조 개혁의 방향, 나아가 자본시장 신뢰의 수준까지 결정지을 수 있다.
박상인 기자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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